마크 로마넥(Mark Romaneck)은 아홉 살의 나이에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고 영화 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 영화학교 졸업 후 브라이언 드 팔마의 조감독으로 영화 일을 시작한 그는 실험적인 영상에 매료되어 뮤직비디오 제작에 집중했다. 그는 MTV VMA 20회, 그래미 3회를 수상해 뮤직비디오 분야에서 누구보다 많은 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만든 뮤직비디오는 실험적이고 도발적인 영상으로 인해 사회적인 논란을 낳기도 했다. 로마넥이 만든 수많은 뮤직비디오 중 논란이 컸던 네 편을 뽑았다.

 

나인 인치 네일스 ‘Closer’

미국의 인더스트리얼 록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두 번째 앨범 <The Downward Spiral>(1994)에 수록한 두번째 싱글 ‘Closer’는 밴드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송이다. 미국 차트 41위, 영국 차트 25위에 올랐고, 드럼 비트는 샘플링되어 신시사이저에 내장될 정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노래 가사에 자해와 강박을 묘사하였고, 로마넥 감독의 뮤직비디오 영상 역시 악마적이라는 극단적인 평가의 대상이 되었다. 19세기 정신이상 과학자의 연구실을 배경으로, 종교, 성행위, 동물 학대, 폭력 등을 암시하는 초현실적 장면이 등장한다. 조엘-피터 위트킨(Joel-Peter Witkin)의 기괴한 사진이나 퀘이 형제의 작품 <Street of Crocodiles>에서 영감을 받았다. 2006년에 VH1의 ‘역대 최고 뮤직비디오 20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나인 인치 네일스 ‘Closer’ 뮤직비디오

 

마돈나 ‘Bedtime Stories’

마돈나의 여섯 번째 앨범 <Bedtime Stories>(1994)의 타이틀곡으로, 아이슬란드 뮤지션 비요크(Björk)가 작곡했다. 유럽에서는 차트 상위에 올랐으나, 미국에서는 기대와 달리 40위권에 오르지 못한 채 저평가된 곡이다. 로마넥 감독이 제작한 뮤직비디오는 당시로선 가장 높은 5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무의식 세계나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은 실험적인 영상을 담았다. 마돈나는 인터뷰에서 이 뮤직비디오는 초현실주의 여성화가 레오노라 캐링턴(Leonora Carrington), 로메디오스 바로(Romedios Varo),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으며, 후일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영구 전시될 정도로 예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마돈나 ‘Bedtime Stories’ 뮤직비디오

 

피오나 애플 ‘Criminal’

싱어송라이터 피오나 애플(Fiona Apple)의 데뷔 앨범 <Tidal>(1997)에 수록된 곡으로, 그래미 여성 록 보컬 부문을 수상한 곡이다. 여성이 성적 매력을 이용해 일을 쉽게 풀어 나가는 데 대한 불만을 노래한 곡으로, 로마넥 감독의 뮤직비디오는 피오나 애플의 성적인 매력을 독특한 비주얼과 패션으로 담았다. ‘뉴요커’ 매거진은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의 깡마른 ‘Heroin Chic’ 모델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전했다. 이 뮤직비디오는 MTV VMA 시상식에서 최고 촬영상을 수상했다.

피오나 애플 ‘Criminal’ 뮤직비디오

 

제이지 ‘99 Problems’

래퍼 제이지(Jay-Z)의 여덟 번째 앨범 <The Black Album>(2004)에 수록된 곡으로, 빌보드 30위에 올랐으며 그래미 랩 솔로 부문을 수상했다. 로마넥 감독이 제작한 뮤직비디오 역시 극찬을 받으며 MVPA와 MTV VMA에서 각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자전적 영상을 담고 싶다는 제이지의 요구에 따라, 마크 딕슨(Mark Dixon), 유진 리처즈(Eugene Richards) 등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의 사진을 참고하여 제이지가 살았던 동네 근처의 흑백 영상을 담았다. 하지만 투견 장면에 대해 동물 복지 단체의 항의가 들어왔고, 자신이 총격을 당하는 장면이 폭력적이라는 논란이 일자, 그가 방송국을 대상으로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제이지 ‘99 Problems’ 뮤직비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