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나의 슬픔과 외로움을 껴안을 수 있는 건 나 자신이라지만, 때때로 내가 아닌 타인의 위로가 절실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문득 이소라의 노래가 떠오르는 건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이소라의 노래 가사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연들이 뭉뚱그려 담겨 있지만, 그 이야기들은 왠지 전부 내 이야기 같다. 섬세하고 꾸밈없는 문체로 자신의 감성을 있는 그대로, 그러나 정교하게 펼쳐 놓는 그의 노랫말은 2014년 시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에서 ‘아름다운 노랫말’ 1위에 꼽힐 만큼 정평이 나기도 했다. 감정을 쥐어짜지 않고, 절제하며 토해내는 그의 목소리는 누구보다 슬픈 감성으로 오히려 더 큰 위로를 준다.

긴 겨울이 지나고 찾아온 봄. 때마침 백신 관련 소식과 함께 이소라 온라인 콘서트 소식이 전해졌다. 마치 “나도 그렇다”는 듯 함께 울어줄 이소라의 수없이 많은 노래 앞에서 한 번쯤 나와 가장 잘 맞는 이불을 찾게 된다. “가장 좋아하는 이소라의 노래는 무엇인가요?”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당신을 가장 잘 위로하는 이소라의 노래는 무엇인가요?”

 

‘난 행복해’(1995)

“난 행복해. 그 동안 널 볼 수 있던 그날들 때문에 난 널 못 잊어. 죽는 날까지 사랑해.”

사랑을 주제로 했든, 다른 무엇이든 이소라의 노래 중에는 유독 ‘이별’을 주제로 삼은 가사가 많다. 5인조 보컬 그룹 ‘낯선 사람들’ 활동으로 음악을 시작한 그의 솔로 데뷔 앨범 타이틀 ‘난 행복해’도 마찬가지다. 무대에 우두커니 서서 금세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눈으로 이별의 순간을 열창하는 이소라의 모습은 이를 기억하는 사람에게나 처음 보는 이에게나 강렬한 인상을 선사한다. 당시 거의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그가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게 한 곡이기도 하다.

자신의 노래 대부분을 직접 작사하는 이소라이지만, 첫 앨범의 경우 수록한 9곡 중 4곡의 작사를 다른 이가 맡았다. ‘난 행복해’는 최근 시티팝 열풍이 다시 소환한 1990년대를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김현철이 작사, 작곡한 노래. 난 행복하다고 애써 괜찮은 척 상대를 보내다가 결국 널 못 잊는다며, 죽는 날까지 사랑한다며 울부짖는 극적인 전개가 흡사 지질한 내 얘기 같아서, 나를 위해 울어주는 것만 같아서 진한 여운을 준다.

 

‘Amen’(2000)

“수많은 밤을 남 모르게 별을 헤며 날 위로해. … 날 믿기로 해. 아멘.”

‘Amen’을 부르기 전 작사 당시의 순간을 떠올리며 이소라가 남긴 말이 있다. “이 노래 멜로디를 들었을 때 떠오른 동화 같은 그림이 있어요. 동산 위에 예쁜 집이 있고, 그 위로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그리고 그 옆에 외로움에 지친, 하지만 곧 좋아질 얇은 초승달이 있는. 이러한 그림이 떠오르며 자연스럽게 기도를 하게 돼요. ‘내가 지금 이렇게 약하지만 결국엔 다 괜찮을 거야. 나를 믿어야지, 내 자신을.’”

종교 형태나 유무, 각자가 놓인 처지를 떠나 간절한 기도는 결국 나를 위한 위로이자 자신에게 믿음과 용기를 주는 것임을 이 노래가 상기하게 한다. 오롯이 선율과 이소라의 목소리로만 완성된 이 작지만 강한 위로의 노래를 작곡한 이승환(가수 이승환과 동명이인)은 이후 ‘바람이 분다’를 작곡하고, <나는 가수다>(2011~2012)에서 무대와 편곡을 함께하는 등 이소라와 깊은 인연을 맺게 된다.

 

‘바람이 분다’(2004)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담백한, 아니 조금 서럽기까지 할 정도로 무뚝뚝한 피아노 반주 위로 내뱉는 첫 가사에 일찌감치 마음이 무너진다. 지금 이 순간 내게 닥친 괴로움과 흔들림이 곧 세상의 무너짐과 다르지 않음을 이 가사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바람이 분다’라는 지극히 평범한 동사를 시린 감성을 대변하는 시어로 누가 이토록 온전하게 바꾸어 낼 수 있을까?

‘바람이 분다’는 사실 이소라를 대표하는 노래로 누구나 쉽게 떠올리지만, 익숙하다고 해서 절대 쉬이 떨쳐낼 수 없을 만큼 우리 마음을 무척 잘 아는 노래다. 발표 당시에도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소라가 이후 모처럼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부르며 다시금 화제가 되었다. 지난해에는 팬들의 사랑에 힘입어 이 노래를 수록한 6집이 한정 LP로 발매하기도 했다. 그만큼 ‘바람이 분다’의 위로는 시대를 가리지 않는 힘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풍경 한편에 분명 바람이 불고 있을 테니까.

 

‘Track 9’(2008)

“난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이소라의 노래가 우리에게 큰 위로이자 치유가 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현대인 누구나 느끼곤 하는 평범한 불행의 자각을 전에 없이 유려한 말과 절묘한 가사로 치환하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자라고 변화하는 과정, 나를 외롭고 화나게 하며, 동시에 고독하고 허무하게 만들면서도, 독하게 부딪치게 만드는 이 세상과 일생 전부를 단 한 곡의 스토리로 녹여낸 이 노래가 가장 대표적이다.

솔로 데뷔 후 적어도 2년 이내 간격으로 정규앨범을 발표했던 이소라가 6집 이후 가장 긴 4년의 공백 끝에 내놓은 7집에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내가 짓지도 않은” 이름으로 불린 내 생의 괴로움을 노래한 ‘Track 9’의 가사를 의식한 듯 수록곡 전부 제목이 없다는 사실. 앨범 커버 뒷면에 트랙별로 직접 그린 작은 삽화가 제목을 대신했다. ‘Track 9’에 그려진 그림은 빈 손으로 태어나 빈 손으로 돌아가는 우리 인생을 숫자 ‘0’으로 표현한 것처럼 보이는 타원. 델리스파이스, 언니네이발관과 함께 1세대 감성 인디록을 대표하던 마이 앤트 메리의 정순용(토마스쿡)이 작곡을 맡았다.

 

‘신청곡 (Feat. SUGA of BTS)’(2019)

“슬픈 그 사연이 너무 내 얘기 같아서”

우리는 슬플 때 슬픈 영화를 보고, 슬픈 노래를 듣는 행동과 습관이 절대 어색하지 않은 이유를 잘 안다. 억지로 웃고 없는 힘을 억지로 내는 것보다 때때로 함께 울고 슬퍼하는 영화 속 주인공, 노래 속 화자가 그저 곁에 있어주는 소중한 사람인 양 가장 완벽한 친구가 되어주는 까닭이다.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작곡만이 아니라 작사까지 맡았기 때문일까? ‘신청곡’ 가사의 감성이나 분위기는 이전까지 이소라의 노래와 사뭇 다르다. 앞선 다른 노래들이 날것의 내 감정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면, 이 노래는 그와 같은 이소라의 음악을 듣던 순간의 심정을 가사로 옮겨 놓은 것만 같다. 감정을 후벼 파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덜 울적하고, 조금은 더 편안하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몰고 온 저마다 ‘다른’ 고통, 그리고 슬픔과 외로움은 ‘일상의 회복’이라는 ‘같은 위로’를 애타게 기다리게 한다. 무엇보다 이소라가 1년 만에 개최하는 콘서트를 그의 데뷔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온라인 라이브 콘서트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위로와 공감이라는 감성을 콘셉트에 보다 부합하는 편안한 환경과 다양한 소통을 통해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이번 공연은 60분간 진행될 예정이며, 관람 및 예매는 스트로 공식 홈페이지(링크)에서 가능하다. 조금씩 각기 다른 언어와 매력으로 힘을 주는 이소라의 무수한 명곡 가운데 어떤 노래가 내 방에 흘러나올지 괜히 기대하게 된다. “당신이 듣고 싶은 이소라의 노래는 무엇인가요?”

 

<STRAW MUSIC WITH 이소라>

일시 2021년 3월 14일(일) 오후 7시
시간 60분
티켓 33,000원
예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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