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록’(rock) 음악은 그것이 주류 문화와 정치의 주요 안티 테제로 기능하고, 자유와 저항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던 찬란한 과거에 비해 그저 한물간 하위문화 중 하나로 여겨진다. 그러나 록의 흥망성쇠와 상관없이 록을 ‘하는’ 여성과 록을 ‘즐기는’ 여성의 취향은 역사적으로 늘 극심한 소외와 배제, 불인정의 폭력을 수도 없이 마주해야 했다. 이는 내부의 남성 록커, 록 팬은 물론 록에 관심 없는 세상의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발매한 컴필레이션 <We, Do It Together>는 이에 대한 여성 ‘록커’들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관련 기사) 해가 바뀐 지금, 동양화 작가 김화현은 전시 <Girls, Rock the Boys>에서 여성 ‘록 팬’의 시선을 다룬다. 이미 앞서 공개한 단행본 <위반의 집>(2016), 개인전 <Lords, Poets and Philosophers>(2017), 2인전 <남성모양>(2020) 등을 통해 순정만화 스타일의 동양화 속 남성의 신체와 욕망을 여성의 시각으로 들여봤던 그는 이번 전시에서 수많은 배척과 대상화의 일상 속에서 힘겹게 록을 즐겼던 여성사의 한 페이지를 추적한다.

‘"P"의 기준에 의거한 정전(正典)’(2021)
‘Boyband Rehearsals’(2014)

 

“여자가 록을 들어?” “여자는 록을 몰라” “여성은 음악이 아닌 외양을 좋아하는 거지” 남성에 의해 주도되고, 그들이 전유하는 문화로서 록 음악계에는 여성 록 팬을 향한 무수히 많은 폭력적이고, 편향적인 시선이 있어 왔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이러한 편견과 여성혐오 반응에 대해 전시는 작품과 문구, 텍스트를 통한 직접적 메시지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한다. 여성은 남성 못지않게 어제와 오늘의 록 음악, 록 문화를 있게 한 중요한 소비자였으며, 록 뮤지션들을 알리고, 돕고, 기록하는 핵심적인 업계 구성원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하는 것. 무엇보다 적잖은 주류 남성 록커들이 늘 뻔한 술과 마약, 여자에 관해 이야기하고, 남성 록 팬들이 ‘음악에서 음악 듣기’의 순수성을 역설할 때 여성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록에 반응하고 감응하며 그 세계를 더욱더 풍성하게 하는 데 기여했음을 돌이킨다.

<Girls, Rock the Boys>가 지적한 문화 향유에 있어서의 여성 혐오 프레임은 비단 록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당장 작금의 주류 음악 중 하나인 힙합에서의 여성 소외가 그렇다. 작가는 2021년 또다시 소거 위기에 몰린 한 시대의 ‘여성’(girls)이 ‘남성’(boys)을 어떻게 ‘록’(rock) 했는지 중요한 단면을 공표함으로써 록의 지난 역사가 더욱더 공정하고 평등하게 기록되길 기대하고 있다.

‘Your Twentieth Century Boys’(2021)
‘Lorem Ipsum / 피싸개의 문인화’(2021)
Oasis ‘Cum on Feel the Noize’ 라이브 영상(1996)

전시장에서는 오아시스(Oasis)가 커버한 ‘Cum on Feel the Noize’를 들을 수 있다. 노래 가사에는 전시 제목이기도 한 대목 “Girls rock your boys”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노래가 비록 성적으로나마 여성 록 팬을 능동적 행위자로 호명하였음을 작가는 지적한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동양화와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한 작가 김화현은 이후 미국 메릴랜드 인스티튜트 칼리지 오브 아트(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귀국해 전시와 강의를 병행하며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로 동양화 재료와 기법을 바탕으로, 여성들의 하위문화인 순정만화와 2차 창작물 등의 양식을 차용한다. 이는 그가 젠더와 문화 향유 문제에 많은 관심이 있으며, 젠더와 오리엔탈리즘의 이미지가 충돌하는 이미지를 그려내 기존의 미술사를 오염하고, 동아시아 여성의 은둔적 하위문화를 고급미술 및 남성중심 문화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Girls, Rock the Boys>

일시 2021년 2월 23일~3월 13일(토) / 월요일 휴관
시간 13:30~19:00
장소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6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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