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 코리아 <My Spanish Heart>(1976) 앨범 표지

재즈 피아노의 거장 칙 코리아가 지난 2월 9일 미국 플로리다의 자택에서 80년의 생을 마감했다. 그는 올해 4월 자신의 철학과 음악에 깊은 영향을 준 종교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 산하 #StayWell 캠페인의 홍보 비디오 ‘Spread a Smile’에 스탠리 클락 등 오랜 동료들과 함께 출연한 바 있다. 이 영상에서 휴대용 키보드를 연주하며 팬더믹 와중에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최근 검사에서 진단을 받은 희귀한 종류의 암을 이겨내지 못하였다.

#StayWell 캠페인의 뮤직비디오 ‘Spread a Smile’(2020)

음악 명문 줄리아드에 실망하여 학교를 중퇴하고, 1960년대 초 일찌감치 직업적인 연주를 시작했다. 지난 60여 년 동안 그가 남긴 음반은 1백여 장이 넘는다. 그동안 60여 차례나 그래미상 후보에 올라 23회 수상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겼다. 지난해에는 마지막이 된 앨범 <Antidote>(2019)로 그래미 최고 라틴앨범상을 받기도 했다. 작곡에도 재능을 보여 수많은 명곡을 남겼는데, 우리에게 가장 친근하고 유명한 곡은 단연 ‘Spain’이다. 퓨전 그룹 리턴 투 포에버(Return to Forever)의 두 번째 앨범 <Light as a Feather>(1973)에 처음 수록했다.

리턴 투 포에버의 앨범 <Light as a Feather>(1973)에 수록한 ‘Spain’

그는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 후손으로 스페인과 특별한 관계는 없었다. 다만 마일스 데이비스와 일하면서 한동안 그의 앨범 <Sketches of Spain>(1960), 그중에서도 질 에반스가 편곡한, 스페인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Joaquin Rodrigo)의 ‘아랑후에스 협주곡’(Concierto de Aranjuez)에 깊이 빠졌다. 그가 결성한 그룹 리턴 투 포에버에 브라질 출신 에알토 모레이라(퍼커션)와 플로라 퓨림 부부(보컬)를 영입하면서 라틴 음악에 더욱 빠져들었다.

스티비 원더 ‘Spain’ 런던 공연(2008)

그는 아랑후에스 협주곡의 멜로디를 어디서나 흥얼거리다가 원곡에 이어 길게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멜로디를 떠올렸다. 이때가 1971년이었으며, 이를 더욱 가다듬어 이듬해 리턴 투 포에버와 함께 처음으로 녹음하였다. 그 후에도 이 곡은 지속적해서 새로운 스타일로 변형되고 편곡되었다. 이로부터 30여 년 지난 2001년에는 오케스트라 형식으로 개편한 ‘Spain for Sextet & Orchestra’로 그래미 편곡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마일스 데이비스에게서 배운 것처럼, 새로운 음악의 창작 과정과 이것을 팬들에게 어떤 표현 방식으로 전달하는지는 또 다른 차원의 과제였다.

칙 코리아, 바비 맥퍼린(보컬), 벨라 플렉(반조)의 ‘Spain’ 뉴욕 공연(2005)

‘Spain’은 수많은 뮤지션의 스탠더드로 자리를 잡았다. 스티브 원더는 ‘소울’ 버전으로, 스페인의 파코 데 루치아는 ‘플라멩코’ 버전으로 연주했다. 때로는 오케스트라의 클래식 버전으로 연주되었고, 알 재로는 앨범 <This Time>(1980)에서 가사를 붙여 R&B 스타일의 노래로 발표하기도 했다. ‘Spain’은 장르를 초월하여 뮤지션들의 사랑을 받는 명곡이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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