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 나만 알고 싶은데 나도 모르게 새어나간다. 좋은 음악을 먼저 들은 이는 끓어오르는 마음을 견디지 못하고 주변에 알리고야 만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언더그라운드 래퍼 MF DOOM은 그렇게 전해졌다. 그의 음악은 음악가들에게도 깊은 영감을 줘 ‘당신이 좋아하는 래퍼의 래퍼’로 불리기도 했다. ‘당신의 최애의 최애’란 표현이 좀 더 와닿겠다. 마스크를 쓰고 자신을 감췄지만, MF DOOM이 힙합 신에 남기고 간 유산은 헤아릴 수 없다. MF DOOM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면, 오늘 알아보는 건 어떨까? 

이미지 출처 – ‘Lex Records’

 

악당 캐릭터 MF DOOM이 탄생한 이유

이미지 출처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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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F DOOM은 언제나 금속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의 민얼굴은 그가 90년대 초 언더그라운드 힙합 트리오 KMD로 활동할 때 공개된 적 있다. 본명은 대니얼 두밀레. 당시엔 마스크를 쓰진 않았지만, Zev Love X라는 캐릭터에 이입해있었다. 빌런 캐릭터의 세계관이 열린 건 그의 남동생이자 KMD 멤버 DJ Subroc의 죽음 이후이다. 멤버를 잃은 KMD는 소속사 일렉트라 레코드(Elektra Records)에서도 내쫓긴다. MF DOOM은 세상의 모서리로 밀려나 노숙자 생활을 하며 세상을 지배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리고 그는 마스크를 쓴 빌런이 되어 다시 음악을 하기 위해 돌아온다. 여기서부터가 아픈 과거로 인해 악당으로 변모한 MF DOOM의 시작이다.

 

캐릭터를 디자인한 래퍼

MF DOOM이 등장한 1090년대 말 힙합 신을 요약해본다. 우탱 클랜이 활약하고, 노토리어스 B.I.G(Notorious B.I.G)와 나스(Nas)의 등장 가운데 제이 지(Jay-Z)가 치고 올라오던 시절이다. 굵직한 이름을 읽기만 해도 그들의 인생 얘기와 반짝반짝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 당시 랩스타들이 상업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소비했지만 MF DOOM은 상상력을 발휘해 캐릭터를 창조했다. 데뷔작 <Operation: Doomsday>의 캐릭터 MF DOOM이 대표적이지만, 킹 기도라(King Geedorah), 빅터 본(Viktor Vaughn), 매드빌라인(Madvillain) 등 여러 캐릭터로 앨범을 발표했다. 캐릭터에 따라 앨범의 주제, 목소리와 워드 플레이의 느낌은 달라진다. 역작으로 평가받는 [Mm..Food]는 ‘내가 먹은 음식이 나를 말해준다’라는 주제를 악당 캐릭터 MF DOOM의 버전에서 푼 앨범이다.

MF DOOM ‘One Beer’

 

주류의 울타리 밖을 자처한 자유로운 작가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이 다 떠드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MF DOOM은 자신의 음악이 다른 음악과는 다른 지점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걸 바꾸지 않았다. 대신 앨범의 주인공을 생생한 캐릭터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는 창조한 인물에 어울릴만한 소리와 대사를 찾아주기 위해 애썼다. 만화영화, 재즈, 시, 포르노 등에서 샘플을 빌려다 썼고, 집착적으로 라임을 맞추는데 매달렸다. 이런 섬세함과 창의력 덕분에 MF DOOM은 독보적인 위치를 갖게 되었고, 그의 유일함은 지금까지도 다른 아티스트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고 있다.

 

조금 이상해도 괜찮다는 용기

음악가에 대한 글을 자주 쓰면서 그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음악을 세상에 내놓을 때 용기가 필요하고, 그 용기를 다른 뮤지션으로부터 받는다는 것이다. MF DOOM의 음악에서 힘을 얻은 힙합 뮤지션 두 명을 꼽자면,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와 얼 스웨트셔츠(Earl Sweatshirt)일 것이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컨셉츄얼함과 얼 스웨트셔츠의 워드 플레이나 음색에서 MF DOOM의 유산을 확인할 수 있다. 가진 것을 혹은 내 인생을 들려주는 힙합 문화에서 MF DOOM은 마이너한 주제로도 힙합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앞으로도 그가 연 새로운 힙합의 길에서 크고 작은 싹이 트는 것을 지켜보자.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EARFQUAKE’, ‘NEW MAGIC WAND’ 무대 영상 (2020 그래미 어워드)
얼 스웨트셔츠 – ‘Chum’
MF DOOM을 만난 얼 스웨트셔츠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Writer

소니뮤직 코리아 팝 마케팅 팀에서 근무했음. 월드뮤직, 해외의 서브컬쳐 음악과 인디 음악이 취향입니다. 취향을 살려 아주 작은 해외음악 레이블을 혼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