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 <엑스 마키나>(2015)는 언론의 호평을 받은 화제작이었지만 박스오피스에서 그에 걸맞은 흥행을 기록하지는 못하였다. 제작비 1,500만 달러의 2배를 훌쩍 뛰어넘은 3,7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지만, 영화에 대한 찬사에 비하면 아쉬운 수치였다. 영화의 비주얼 측면보다 스토리라인의 참신함이 훨씬 돋보였지만,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영화 중간 부분에 뜬금없이 등장한 댄스 신이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화제의 장면으로 남았고, 인터넷 밈(Meme)으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영화 <엑스 마키나>의 댄스 장면
* 영화 스토리 중반부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네이든’과 ‘쿄코’가 붉은 조명 아래서 함께 춤을 추는 이 장면은 영화 스토리라인의 중요한 전기를 이룬다. 쿄코는 음악이 나오자 반사적으로 춤을 추며 자신을 창조한 네이든과 같은 댄스 동작을 보여, 알고리즘에 의해 행동하는 안드로이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불편함을 느낀 ‘칼렙’은 보스인 네이든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어 그와 심정적으로 결별하게 되며, 대신 AI ‘에이바’를 믿게 된다. 이 장면의 설정에 심혈을 기울인 알렉스 가랜드(Alex Garland) 감독은 무용 전문가를 초청하여 네이든 역의 오스카 아이삭(Oscar Isaac)에게 며칠에 걸쳐 속성으로 댄스를 가르쳤고, 발레를 전공한 무용수 소노야 미주노와 호흡을 맞추게 했다.

올리버 치트햄 ‘Get Down Saturday Night’(1983)

이 장면의 댄스곡은 미국의 R&B 가수 올리버 치트햄(Oliver Cheatham)의 두 번째 앨범 <Saturday Night>(1983)에 수록한 ‘Get Down Saturday Night’이다. 처음 발매했을 때는 미국 R&B 차트 37위, 영국 싱글 차트 38위에 그쳤으나, 댄스 플로어에서 인기를 끌면서 다른 뮤지션들에 의해 계속 샘플링되어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다. 비디오 게임 <Grand Theft Auto: Vice City>(2002)에 수록되기도 했고, 이탈리아의 하우스 뮤직 프로듀서 ‘Room 5’가 그의 목소리를 샘플링한 ‘Make Luv’(2003)가 영국 싱글 차트 수위에 4주 동안 머무르며 가장 유명한 리메이크가 되었다.

Room 5 (feat Oliver Cheatham) ‘Make Luv’(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