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그래미 재즈 보컬 앨범 부문 후보로 낯익은 이름 하나가 올라왔다. 하지만 수많은 재즈 레코딩에서 이름을 올린 뉴욕의 저명한 드러머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동명이인이다. 그는 30여 년 동안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재즈 색소포니스트와 보컬리스트로 활동 중인 케니 워싱턴(Kenny Washington). 그래미 후보에 오른 앨범 <What’s the Hurry?>(2020)를 냈을 때 그의 나이는 63세였고, 더군다나 그의 첫 정규 스튜디오 앨범이었다는 점을 듣고 많은 재즈 팬들은 그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다. “무엇이 그리 급하냐”는 앨범 제목이 그에 대한 많은 것을 설명하는 것 같다.

앨범 <What’s the Hurry?>에 수록한 ‘The Best Is Yet to Come’

“나는 원래 ‘Big Easy’ 라는 별칭의 도시 뉴올리언스 출신입니다. 그곳 사람들은 원래 느긋합니다. 나 역시 무슨 일을 할 때나 서두르는 법이 없어요.”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그는 어릴 적부터 내성적이었고 수줍음이 많았으며 매사 소극적이었다.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했고 학교 밴드에서 색소폰을 연주했지만, 뮤지션이 되거나 뭘 하겠다고 결심한 적은 별로 없었다. 대학 졸업 후 군대에 들어가 해군 밴드에서 노래와 연주를 계속하면서 미군 주둔지역을 돌아다니며 9년을 보냈다. 1990년대 중반 군대에서 제대한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하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업으로 삼게 되었다.

케니 워싱턴 ‘Cry Me a River’(2018) 라이브 영상

수줍음을 많이 타는 그가 많은 청중들 앞에 나선다는 게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이 되었다. 물론 리더로서 나서는 일은 없었고 다른 사람의 밴드에 고용되어 색소폰을 연주하는 일에 만족했다. 그러다 자신감이 붙으며 노래까지 시작하게 되면서 무대의 전면에 조금씩 나서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재즈 명소 ‘Top of the Mank’에서 조 로크(Joe Locke)의 밴드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점점 지역의 인기인이 되었고, 2013년에는 같은 뉴올리언스 출신인 윈튼 마살리스가 이끄는 JALC(Jazz at Lincoln Center)의 재즈 오라토리오 <Blood on the Fields>에서 그레고리 포터, 폴라 웨스트와 함께 보컬을 맡으면서 미국 전역에도 이름을 알렸다.

케니 워싱턴과 조 로크 그룹(The Joe Locke Group) ‘Ain’t No Sunshine’ 등

60대 중반의 나이에 자신의 이름으로 첫 앨범을 발표하고 그래미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그의 솔로 음반을 적극적으로 권장한 팬들과 친구들 덕분이라며 그 이상에 대한 야망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야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한 후 매년 조금씩 좋아졌어요. 나를 인정하고 내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것이 이제까지 나를 지탱한 힘이었어요.” 키 160cm가 안 되는 작은 신장의 그지만, 그는 크루너(Crooner)*에 가장 가까운 감미롭고 매력적인 보컬리스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루너 :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감미롭게 노래하는 남자가수를 1930년대 전후에 일컬었던 용어

 

케니 워싱턴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