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편의 영화는 와인을 둘러싼 인간관계를 다루고 있지만, 와인 애호가나 와인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꼭 봐야 할 만큼 와인에 관한 지식을 쏠쏠히 담고 있다. 와인 애호가들이 와인 산지를 여행하면서 로맨스가 싹트게 되고, 포도농장에서 포도를 수확하고 와이너리에서 양조하는 과정도 엿볼 수 있고, 와인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관한 부대 지식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사이드웨이>(Sideways, 2004)

와인 애호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로 손꼽히며, 아카데미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각색상을 받았다. 작가 렉스 피케트(Rex Pickett)가 1999년 마무리한 원작을 영화사와 출판사로 보내 18번이나 거절된 끝에 영화 제작으로 빛을 보았고, 1,6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박스오피스 1억 달러를 넘기는 대박을 터뜨렸다. 와인 애호가 마일즈가 결혼을 앞둔 바람둥이 친구 잭과 함께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로 여행을 가면서 일어나는 코미디 영화다. 영화를 촬영한 캘리포니아 산타 이네즈(Santa Ynez) 지역은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호황을 누렸고, 마일즈가 극찬한 피노누아(Pino Noir) 와인은 16%나 매출이 급증했지만 메를로(Merlot) 와인은 매출이 하락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모두 350여 회의 수상 실적을 거둔 화제작이었다.

영화 <사이드웨이> 예고편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2017)

프랑스 원제는 <Ce qui nous lie>(What Blinds Us)로 영어권에서는 <Back to Burgundy>라는 제목으로 관객을 찾았다. 해외를 돌아다니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10년 만에 고향 부르고뉴(Bourgogne)을 찾은 ‘쟝’이 동생 ‘줄리엣’과 ’제레미’와 재회하여 유산으로 남은 포도밭과 와이너리를 함께 운영하면서 가족 관계를 회복하고 인생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영화다. “와인도 인생도 숙성이 필요하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미숙하고 서로 이해하지 못했던 세 남매가 함께 역경을 헤치며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 2~3개월 집중적으로 촬영을 마치는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며 시나리오 대로 사계절의 변화를 순서대로 담았다. 덕분에 포도를 수확하고 양조하는 과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국내에서 2018년 5월 개봉하여 선전하며 54,000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예고편

 

<와인을 딸 시간>(Uncorked, 2020)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된 영화로, 소믈리에(Sommelier)가 되고자 하는 ‘일라이자’와 그를 후원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렸다. 가족의 바비큐 레스토랑을 물려받기를 원하는 아버지의 뜻을 거슬러 와인스쿨을 다니면서 자신의 꿈을 좇는다. 영화 포스터 역시 우측의 바비큐 장작을 뒤로 하고 좌측의 와인을 향하는 주인공을 그리고 있다. 와인스쿨의 학습 내용이나 프랑스의 교환 학생으로 현장에서 실습하는 장면에서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로튼토마토에서 91%의 호평을 받았으며, 와인 전문가들도 대체로 좋은 평가를 내렸다. 영화 내내 랩음악이 배경으로 나오지만, 한 흑인 소믈리에는 영화가 와인업계에 상존하는 인종차별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영화 <와인을 딸 시간>(2010)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