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맥퀸 감독의 5부작 앤솔러지 영화 시리즈 <Small Axe>의 ‘작은 도끼’는 밥 말리(Bob Marley)가 1973년에 발표한 노래에서 인용한 자메이카 속담 “당신들이 큰 나무라면, 우리는 작은 도끼요.”(If you are the big tree, we are the small axe.)에서 가져왔다. 작은 도끼로도 큰 나무를 넘어뜨릴 수 있다는 의미의 앤솔러지 제목 <Small Axe> 아래 영화 다섯 편은 모두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영국에서 일어났던 윈드러쉬(Windrush) 세대의 항거 사건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윈드러쉬 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 노동력을 지원하기 위해 수송선 ‘엠파이어 윈드러쉬’(Empire Windrush)호를 타고 카리브해에서 영국으로 건너온 웨스트 인디언(West Indian)의 다음 세대를 말한다. 그들은 영국 사회의 인종적 편견과 불평등 문제에 맞섰고, 다섯 편의 영화는 사실에 근거하여 당시의 사회상을 역설한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매주 한 편씩 BBC와 아마존을 통해 차례로 공개되자 평단의 호평이 이어졌고 2020년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 영화 <Mangrove>

1960년대 말 프랭크 크리치로우(Frank Crichlow)가 런던 서부의 노팅힐에 문을 연 캐리비언 레스토랑 ‘맹그로브’는 인권 운동가들이 자주 모이던 장소였다. 경찰은 마약을 단속한다는 명분으로 이곳을 자주 급습하였는데, 이를 항의하기 위해 15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며 경찰서로 행진했다. 이때 체포된 아홉 명이 55일 간의 법정 투쟁을 통해 경찰과 영국 사회의 인종 편견을 폭로하고 인권 개선을 촉발한 분수령이 되었다. 언론과 사회는 그들을 ‘맹그로브 나인’(Mangrove Nine)이라 불렀는데, 스티브 맥퀸 감독은 이를 첫 영화의 소재로 선택했다. 로튼토마토 98%의 호평을 받으며 2020년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 자주 이름을 올렸다.

영화 <Mangrove> 예고편

 

두 번째 영화 <Lovers Rock>

<Mangrove>와 함께 칸영화제 초대를 받은 이 영화는, 1980년대 런던 서부에서 하우스 레게 파티에서 만난 연인의 로맨스를 통해 당시 청춘들의 문화와 시대상을 조명했다. 러버스 록(Lovers Rock)은 1970년대 중반 런던에서 인기를 끌었던 레개 리듬의 로맨틱 발라드를 말한다. 로튼토마토 98%, 메타크리틱 95점의 호평을 받았다.

두 번째 영화 <Lovers Rock> 예고편

 

세 번째 영화 <Red, White and Blue>

자메이카 부모 밑에서 태어난 실존 런던 경찰 레로이 로건(Leroy Logan)의 일생을 그린 영화다. 그는 두 백인 경찰관이 아버지를 폭행하던 장면을 목격하고 경찰이 되기로 결심했다. 런던 경찰이 된 후 흑인경찰협회(Black Police Association)을 조직하여 30여 년 동안 대표로 있으면서 인권 향상을 위해 일했다. 앞의 두 영화와 함께 뉴욕 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로튼토마토 85%의 호평을 받았다.

세 번째 영화 <Red, White and Blue> 예고편

 

네 번째 영화 <Alex Wheatle>

1981년 런던 남부의 브릭스톤에서 ‘Brixton Uprising’이라 불리는 소요사태가 발생하여 수백 명의 경찰과 시위 군중이 부상당했다. 당시 시위에 참가했다가 체포되어 4개월의 옥살이를 했던 소설가 알렉스 휘틀의 눈을 통해 당시 소요사태 전후의 사회상을 담아낸 자전적인 영화다.

네 번째 영화 <Alex Wheatle> 예고편

 

다섯 번째 영화 <Education>

버나드 코어드(Bernard Coard)라는 한 교육학자가 저서를 통해 1970년대 존재하던 일부 교육청의 인종 차별적 방침을 비방하였다. 실제 교사로 근무했던 그는 영국의 교육 시스템이 백인 어린이들을 정상적으로 보는 반면에, 흑인 어린이들은 저능하다는 편견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런 현실을 배경으로 당시 교육 현장에 만연했던 인종적 편견을 지적한 이 영화는 로튼토마토 93%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 <Education>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