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는 익숙한 이름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감독과 배우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각각 연출과 연기를 통해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인정받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거다. 

현재진행형으로 영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두 사람은 함께 몇 편의 작품을 만들었다. 명감독과 명배우가 만나서 실패한 무수한 사례에도 불구하고, 둘은 높은 타율로 걸작을 만들어냈다. 실망시키지 않는 조합,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호흡을 맞춘 작품들을 살펴보자.

스티븐 스필버그(왼쪽)와 톰 행크스(오른쪽), 이미지 출처 – ‘wegotthiscovered

 

<라이언 일병 구하기>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참여한 ‘밀러’ 대위(톰 행크스)는 대원들과 임무를 수행 중이다. 밀러 대위에게 주어진 다음 임무는, 참전한 라이언 가의 네 형제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막내 ‘라이언’ 일병(맷 데이먼)을 구하는 거다. 밀러 대위는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해 새롭게 팀을 구성하지만, 전쟁 속에서 생사도 알 수 없는 라이언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는 후대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전쟁 영화에 영향을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다. <쉰들러 리스트>(1993)에 이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두 번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톰 행크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영화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트레일러

일상에서 죽음은 거대한 사건이지만, 전쟁터에서 죽음의 당연한 게 된다. 전쟁에서는 서로를 죽이기 위해 싸우고, 누군가를 애도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 하나만으로도 전쟁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건, 생명의 의미가 퇴색된 전쟁터에서 한 사람의 목숨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 때문일 거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고등학생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버지(크리스토퍼 월켄)와 어머니(나탈리 베이)의 이혼 소식을 듣고 무작정 가출한다. 세상에 나온 10대 소년 프랭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프랭크는 자신의 화려한 화술을 활용해서 조종사, 의사, 변호사를 사칭하고 수표를 위조하며 화려한 생활을 시작한다. FBI 요원 ‘칼 핸래티’(톰 행크스)는 위조수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프랭크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를 쫓는다.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톰 행크스뿐만 아니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크리스토퍼 월켄, 나탈리 베이, 에이미 아담스 등 명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을 보는 재미가 큰 영화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트레일러 

사기꾼인 프랭크에게 핸래티는 자신을 쫓는 존재인 동시에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존재이다. 프랭크가 법의 심판을 받도록 동분서주한 것도 핸리티지만,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것도 핸래티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사기꾼의 놀라운 행적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부모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관심에 따라 누군가의 인생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스파이 브릿지>

냉전 시대인 1957년, 미국에서 화가로 위장해서 살고 있는 소련 스파이 ‘루돌프 아벨’(마크 라이런스)이 체포된다. 미국은 명목상 아벨에게 보험 전문 변호사 ‘도노반’(톰 행크스)을 선임해준다. 도노반은 아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많은 이들이 스파이를 변호하는 도노반을 비난한다. 한편 미국에서 소련으로 보낸 조종사가 소련에 붙잡히고, 도노반은 협상을 위해 독일로 간다.

<스파이 브릿지>(2015)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코엔 형제가 각본에 참여했다. 스파이가 등장하지만 화려한 액션보다는 드라마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톰 행크스는 신념을 가지고 일하는 변호사를 연기한다.

<스파이 브릿지> 트레일러 

도노반은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신념을 가지고 해내는 사람이다. 그는 모든 이의 삶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소중하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신념을 가지고 스파이를 변호하고,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협상에 나선다. 모두들 신념을 지키는 게 숭고하다고 말하는 건, 그만큼 신념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파이 브릿지>는 냉전, 스파이 등 흥미로운 키워드와 함께 진행하지만, 결국 관객들에게 ‘신념’이라는 단어를 던져주는 영화다.

 

<더 포스트>

아버지와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워싱턴 포스트의 경영을 담당하게 된 발행인 ‘캐서린’(메릴 스트립)은 회사의 재정을 위해 기업공개를 하기로 한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벤’(톰 행크스)은 경쟁지 뉴욕 타임즈에서 낸, 베트남 전쟁의 진실이 담긴 ‘펜타곤 페이퍼’ 입수에 집중한다. 우여곡절 끝에 펜타곤 페이퍼의 일부를 입수한 벤은 보도를 준비하지만, 기자들과 달리 회사의 이사진은 이를 반대한다. 발행인 캐서린은 최종결정을 내리기 위해 심사숙고한다.

언론의 역할에 대해 말하는 영화는 많지만 <더 포스트>(2017)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간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언론의 역할과 더불어, 발행인임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소외당하는 캐서린에 대해 말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두 배우인 톰 행크스와 메릴 스트립은 오랜 시간 연기를 해왔지만, <더 포스트>를 통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더 포스트> 트레일러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는 영화 속 대사는 최근 들어 많이 퇴색된 언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캐서린은 언론사의 가장 근본적인 역할에 대해 생각하며, 좋은 기사를 쓰면 회사의 경영은 나아질 거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캐서린은 신념을 가지고 결단을 내렸고, 결국 발행인으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을 보면서, 그가 영화로 보여주고자 하는 풍경은 신념을 지키는 이들의 묵묵한 전진임을 느낀다.

 

Writer

에세이 <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 <달리다 보면> 저자. 좋아하는 건 영화, 여행, 음악, 문학, 음식. 특기는 편식. 꾸준한 편식의 결과물을 취향이라고 부르는 중. 취향을 바탕으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김승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