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8일 첫선을 보인 넷플릭스 7부작 미니시리즈 <퀸스 갬빗>(Queen’s Gambit>. 넷플릭스 측은 이 드라마가 한 달 만에 6,200만 가구에서 시청하여 역대 가장 많이 시청한 스크립트 드라마가 되었다고 밝혔다. 닐슨 스트리밍 드라마 부문에서도 선두를 달렸다. 로튼토마토에서는 100%의 승인율을, 메타크리틱에서는 79점의 높은 평점을 기록했다. 대중적인 소재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던 1960년대 배경의 체스 천재에 관한 드라마가 예상외로 높은 인기를 얻게 된 배경에 대해 알아보았다. 

 

월터 테비스 원작의 픽션 드라마

소설가 월터 테비스(Walter Tevis)가 1983년에 출간한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 그는 영화 <허슬러>(1961),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1976), <컬러 오브 머니>(1986)의 원작자로, 영화로 제작된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7부작 미니시리즈로 개작되었다. 테비스는 생전 인터뷰에서 <퀸스 갬빗>이 완전한 픽션이라 밝혔지만, 체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비 피셔(Bobby Fischer)의 일대기와 상당히 비슷하여 그에게서 상당한 영감을 받았을 것이라 주장했다. 바비 피셔는 <퀸스 갬빗>의 주인공 ‘베스 하먼’처럼 13세부터 명성을 얻은 체스 신동으로, 15세에 미국 챔피언이 되었고, 29세이던 1972년 소련 챔피언을 꺾어 냉전 시대에 세계적인 관심과 환호를 받은 인물이었다.

넷플릭스 미니시리즈 <퀸스 갬빗> 예고편

 

떠오르는 스타 안야 테일러-조이

이 드라마에서 평론가들이 가장 찬사를 보낸 대상은 체스 신동 베스 하먼을 연기한 안야 테일러-조이(Anya Taylor-Joy)다. 커다란 눈으로 체스판과 상대방을 번갈아 바라보며 독특한 카리스마로 남성이 지배하던 체스계를 제패하는 과정을 연기한 그는, 이제 나이 스물넷의 신예다. 특이하게도 어린 시절 미국, 영국, 아르헨티나를 오가며 3개 국적을 지녔고, 단역으로 출연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영화 <The Witch>(2015)에서 주연으로 발탁되어 수많은 상을 거머쥐었다. 지금도 4~5개 영화에 동시 출연하고 있어, 이제 곧 그를 캐스팅하기 위해서는 몇 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편집 영상 <베스 하먼과 그에게 체스를 가르친 샤이벨 이야기>

 

1960년대의 복고 패션과 문화

이 드라마의 배경은 196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 미국의 소비문화가 꽃피던 시절이다. 보육원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베스 하먼은 체스의 강자를 연이어 격파하면서 명사로 떠오른다. <퀸스 갬빗>에서 의상을 담당 가브리엘 바인더는 상대방이 누군지 대국 장소가 뉴욕, 파리 또는 모스크바 여부에 따라 베스 하먼의 모드(Mod) 스타일의 의상을 선택했다. 체스판의 모양을 고려해 체크무늬도 자주 등장하며, ‘그린’ 계통의 컬러가 자주 등장한다. 브루클린 뮤지엄(Brooklyn Museum)은 넷플릭스와 제휴하여 드라마 <크라운>과 <퀸스 갬빗>에 나온 의상을 주제로 온라인 전시관 <The Queen and the Crown>(링크)을 오픈했다.

드라마 의상에 관한 편집영상 <Beth’s Outfit in Queen’s Gambit>

 

실전 같은 체스 경기

드라마 <퀸스 갬빗>을 시청한 체스 고수나 동호인들은 정확한 묘사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특히 마지막 모스크바에서 세계 최고수와의 대결 장면은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실제 러시아의 체스 챔피언이었던 가리 카스파로프와 체스 코치 브루스 판돌피니 등 체스 고수들의 조언을 받아 경기 장면을 정교하게 설계하였다. 브루스 판돌피니는 원작자가 책을 집필하던 40여 년 전에도 경기 장면을 자문하던 인물이었다. <퀸스 갬빗>이 인기를 끌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일반인, 특히 여성들이 체스에 관한 관심이 대폭 증대되었다. 덕분에 체스판 판매는 과거보다 몇 배 증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퀸스 갬빗> 중 모스크바에서의 마지막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