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쇼타임의 간판 드라마 <홈랜드>(Homeland)가 여덟 번째 시즌을 마지막으로 10년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시작은 이스라엘의 인기 TV 시리즈 <Prisoners of War>(2010~2012)을 바탕으로 미국 상황에 맞게 각색하였으나, 시즌 4 부터 현장의 전문가들과 브레인스토밍 세션을 통하여 9. 11 테러 이후 안보 현실과 맞아떨어지는 새로운 소재를 찾아 스토리의 신선함을 유지했다. 마지막 시즌 역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미국 대통령의 사망,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과의 대치, 파키스탄의 핵탄두 위협, 러시아와의 첩보 경쟁 등 긴밀한 소재들을 한꺼번에 쏟아냈고, CIA 요원 ‘캐리 매티슨’(클레어 데인즈)과 안보 보좌관 ‘사울 배런슨’(맨디 파틴킨)의 투톱 캐릭터가 콤비를 이루어 마지막까지 홈랜드 미국을 구한다.

드라마 <홈랜드> 시즌 8 예고편

이 드라마의 성공에는 주인공인 CIA 요원 캐리 매티슨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있다. 프린스턴대 아랍어과 학생이던 그를, CIA 간부 사울 배런슨이 아랍권 스파이 요원으로 스카우트하게 되며, 그는 양극성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환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현장에 뛰어든다. 초반에는 변절한 미국 군인 니콜라스 브로디와, 중반에는 CIA 동료인 암살요원 피터 퀸과 콤비를 이루어 스토리라인을 이끈다. 배우 클레어 데인즈(Claire Danes)는 감정의 기복이 크고 충동적이며 과감하고 무모한 캐리 매티슨을 연기하여, 시즌 1과 시즌 2에서 에미상과 골든글로브상을 연이어 받았다. 실제 CIA에서 근무하는 여성 요원과 양극성 우울증 환자를 만나서 인터뷰를 통해 체득한 그의 연기는 자주 패러디의 대상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SNL의 <홈랜드> 패러디 영상(2013)

<홈랜드>에서 물불 가리지 않고 위험한 현장에 뛰어드는 민완 스파이 역할과 어울리지 않게도, 클레어 데인즈는 귀여운 캐릭터를 도맡던 아역배우 출신이다. 13세에 첫 TV 드라마 연기로 데뷔했고, 15세에 ABC <My So-Called Life>(1994)에 출연하여 처음 골든글로브상을 안을 만큼 일찍 유명해졌다. 17세에는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96)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상대역 ‘줄리엣’으로 출연하여, 주연급의 신선한 매력과 연기력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한때 예일대에 입학했으나 중도에 그만두며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와 필모그래피를 쌓아 나갔다. 하나 아쉬웠던 점은 최고의 성공을 거둔 <타이타닉>(1997)의 출연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던 것. 하지만 그는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최근에 밝힌 바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94)에 출연한 클레어 데인즈

클레어 데인즈는 영화 <Evening>(2007)에서 만난 영국 배우 휴 댄시(Hughes Dancy)와 2009년 프랑스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렸다. 이듬 해 <홈랜드>의 촬영이 시작되었고 2012년 두 번째 시즌을 한창 촬영할 당시 첫 아이를 가졌다. 그로부터 5년 후인 2018년 시즌7을 촬영하며 둘째 아이를 낳았다. <홈랜드>는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인생 드라마가 된 셈이다. “갓 결혼한 사람으로 이 드라마를 시작해서,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로 드라마를 끝내게 되었네요. 이제 막 가족과 함께 결혼 10주년을 축하했어요.” 10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타임지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고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명배우로 거듭 났다. 이제 가족과 함께 뉴욕 북쪽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자택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해 긴 휴식에 들어갔다.

<Thank You, Homeland>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