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으로 팽창하고 질적으로 성장하며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한국 인디밴드. 하지만 여전히 설 자리가 많지 않고 경제적 여건도 좋지 않다. 여전히 '부흥기'인 인디밴드들의 '전성기'가 도래할 날을 바라며, 지난 1편에 이어 주옥 같은 1집 앨범들을 소개한다.

**발매년도 순으로 작성

 

무키무키만만수
1집 <2012>(2012)

추천곡 ‘안드로메다’, ‘2008년 석관동’

무키무키만만수는 통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만수’와 장구를 세워 드럼처럼 연주하는 ‘무키’로 이뤄진 여성 듀오다. 이들의 1집 <2012>는 분명 한국 음악계에서 전에 없던 낯선 음악으로, 굳이 장르를 분류하자면 ‘아방가르드 록’이라 할 수 있다. “벌레벌레벌레”(‘안드로메다’), 혹은 "내가 왜 이러고 있나!!"(‘투쟁과 다이어트’) 같은 가사를 괴성 지르듯 외쳐대는 노래들은 평이 극명하게 갈리지만, 의외의 중독성 때문에 계속 듣는다는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비슷한 음악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시원한 냉수 한 모금 마신 것 같은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무키무키만만수의 음악은 ‘여자’라는 예의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고 목청껏 노래 부르는 본인들과 닮아 있다. 타이틀곡 ‘안드로메다’가 익숙치 않다면 3번 트랙 ‘2008년 석관동’, 산울림의 곡을 커버한 ‘내가 고백을 하면 깜짝 놀랄 거야’를 들어보길 바란다. 난해하다며 과소평가되는 이들의 음악 세계를 좀 더 부드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키무키만만수 '안드로메다'

 

이스턴 사이드킥
1집 <the FIRST>(2012)

추천곡 ‘다소 낮음’, ‘자연풍’

이스턴 사이드킥(Eastern Sidekic)은 박근창(드럼), 류인혁(기타) 오주환(보컬), 고한결(기타), 배상환(베이스)이 2009년에 결성한 한국의 개러지 록밴드다. 하지만 술과 여자, 사랑을 노래하는 서양의 개러지 록과는 달리, 한국적인 이야기나 감정을 표현하려는 음악들이 대다수다. 노래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제목에도 가사에도 영어를 쓰지 않는다. 작사, 작곡을 주로 맡는 멤버 고한결이 영어와 한국어를 함께 쓰는 것을 어색하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앞뒤 맥락이 다소 어색해 ‘불친절하다’는 평을 듣지만, 일상에서 마주치는 여러 감정들을 담담하게 묘사한 가사가 특징이다. 특히 기타가 두 대임에도 소리가 묻히거나 겹치지 않고 선명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이 큰 매력. 훈훈한 비주얼, 대범한 사운드로 여성 팬들의 마음을 훔쳤던 이들은 2016년 5월 20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아쉽게도 해체했지만, 오주환과 박근창은 2017년 새로운 밴드 ADOY로 돌아와 개러지록 아닌 몽환적인 신스팝 음악으로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턴 사이드킥 '무지개를 위한 싸움'

 

크랜필드
1집 <밤의 악대>(2013)

추천곡 ‘꿈’, ‘파피용’

크랜필드(Cranfield)의 음악은 마치 아름다운 동화 같다. 형형색색의 무지개가 활짝 피어 있는 느낌이랄까. 멤버 이성혁(보컬/기타), 정광수(베이스), 지수현(드럼)은 모두 1984년생으로, 부산 경성대학교 디자인과 동기들이다. 이들은 보통 공연장을 전전하며 인지도를 쌓은 뒤 데뷔하는 인디 밴드와는 달리, 2012년 ‘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뮤지션 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1년동안 곡 만드는 데만 전념했다. 그리고 불쑥 1집 <밤의 악대>로 데뷔해 이듬해인 2014년 ‘헬로루키’ 대상을 차지한다. 크랜필드의 노래에는 치기 어리거나 뾰족한 단어들이 없다. 사랑이나 슬픔 같은 감정들, 명확하지 않은 유년 시절의 기억을 노래로 풀어낸 곡들은 소년의 감성과 닿아 있다. 몽환적인 사운드에 깃든 예쁜 노랫말은 크랜필드만의 기분 좋은 매력이다.

크랜필드 '밤의 악대'

 

라이프 앤 타임
1집 <LAND>(2015)

추천곡 ‘My loving city’, ‘빛’, ‘숲’

삶과 시간을 노래로 표현하는 밴드 라이프 앤 타임(Life&Time). 칵스(KOXX)의 베이시스트 '박선빈'과 로로스의 기타리스트 '진실', 드러머 '임상욱'까지, 세 명의 동갑내기 친구들이 모였다. 이들은 가장 기본적인 기타, 베이스, 드럼의 3점 포맷 구성으로 탄탄하게 쌓아온 기본기를 여감없이 발휘한다. 첫 EP <The Great Deep>(2014)에 이어, 정규 1집 <LAND>에 담긴 9개의 트랙은 자연을 구성하는 꽃, 숲, 빛, 급류 등을 제목으로 해 각각의 테마에 맞춘 다양한 음색과 연주를 들려준다. 꽃이 피는 이미지를 푸릇푸릇한 드럼 사운드로 채우거나(‘꽃’), 물살이 휘감기는 모습을 아찔한 기타 연주로 표현한 부분(‘급류’)이 좋은 예다. 미니멀하고 싸이키델릭하지만 뚜렷한 그루브, 높은 수준을 위한 노력이 드러나는 연주, 심미적 울림을 지닌 멜로디. 라이프 앤 타임이 노래로 그리는 자연의 오묘함은 덕분에 눈에 보이는 듯 또렷하다.

라이프 앤 타임 '빛'

 

메인, 본문 상위 이미지 밴드 '크랜필드' ⓒ크랜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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