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 시절인 1966년 당시

왕년에 음악 꽤 들었던 음악 마니아들은 제퍼슨 스타십(Jefferson Starship)이란 1970년대 인기 밴드를 기억할 것이다. 히피 문화가 한참이던 196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이란 이름으로 결성해 몬터레이 재즈 페스티벌(1967)과 우드스탁 페스티벌(1969)에서 환각적인 요소를 강조하던 사이키델릭 록(Psychedelic Rock)을 대표하던 밴드였다. 밴드의 두 번째 앨범이자 모델 출신의 여성 보컬리스트 그레이스 슬릭(Grace Slick)이 참여한 첫 앨범 <Surrealistic Pillow>(1967)에 수록한 ‘White Rabbit’과 ‘Somebody to Love’가 차트에 오르며 정상의 밴드로 부상했다. 두 곡 모두 그레이스 슬릭 작곡으로, 입단하자마자 밴드의 핵심이 된 것이다.

<Surrealistic Pillow>에 수록한 ‘White Rabbit’, 이 곡은 사이키델릭 록의 대표곡으로 인정된다

1974년에는 밴드의 멤버들이 둘로 쪼개지며 폴 캔트너(Paul Kantner), 잭 캐서디(Jack Casady)와 그레이스 슬릭 세 사람이 데이비드 프라이버그(David Freiberg)을 새로 영입해 제퍼슨 스타십을 결성했다. 신보 <Spitfire>(1976), <Earth>(1978)를 상업적으로 성공시키며,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 스티브 밀러 밴드와 함께 샌프란시스코 사운드를 대표했다. 하지만 양대 보컬을 맡은 그레이스 슬릭과 마티 볼린(Marty Balin)의 경쟁 관계, 그리고 그레이스 슬릭의 폭음 문제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1978년 독일 공연에서는 그레이스 슬릭이 만취해 공연이 취소되었고 재개한 공연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을 언급하며 독일 관중을 자극해 난동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그레이스 슬릭은 은퇴를 선언하고 밴드를 잠시 떠나야 했다.

<Earth>(1978)에 수록한 ‘Count on Me’은 빌보드 10위에 올랐다

밴드 멤버들이 떠나거나 재결합을 반복하면서 그 때마다 음악적인 방향성이 바뀌었지만, 그룹 활동은 계속되었다. 1984년에는 그레이스 슬릭 중심으로 재결합하여 스타십(Starship)이라는 이름으로 밴드를 재건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원년 멤버들이 다시 모여 공연 활동을 재개했지만, 하나둘 은퇴하면서 새로운 멤버들로 교체되었다. 2016년에는 밴드의 중심이었던 폴 캔트너가 사망했고, 2018년에는 보컬의 한 축이었던 마티 볼린이 사망했다. 이제 현역으로 남은 멤버는 데이비드 프라이버그 한 사람이다. 2008년부터 그레이스 슬릭 대신 보컬을 맡은 캐시 리처드슨은 1969년생으로, 밴드가 다섯 번째 앨범을 냈을 때 태어났다.

스타십의 두 번째 앨범 <No Protection>(1987)의 ‘Nothing’s Gonna Stop Us Now’, 빌보드 1위에 오른 히트곡이다

제퍼슨 스타십은 올해 12년 만에 밴드의 열한 번째 정규 앨범 <Mother of the Sun>(2020)을 발표했다. 그동안 밴드 이름 사용권과 관련하여 법정 분쟁을 겪어왔지만, 폴 캔트너의 가족과 그레이스 슬릭이 합의하여 ‘제퍼슨 스타십’이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도록 양해했다. 이제 80대에 접어든 그레이스 슬릭은 새 앨범에 수록된 ‘It’s About Time’라는 곡에 가사를 붙여 밴드의 레전드임을 증명했다. 제퍼슨 에어플레인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이제 창단55년의 최장수 밴드로 남은 셈이다.

신작 앨범 <Mother of the Sun>(2020)에 수록한 ‘It’s Abou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