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설지만 다사로운, 익은 듯 서먹한. 공중그늘이 2020년 9월 내놓은 첫 번째 정규 앨범 <연가> 앞에는 이토록 엉기기 어려운 수식들이 함께 붙어야 한다. EP <공중그늘>(2018)에서 당시 고민과 방향성을 찬찬한 음악으로 풀어냈던 밴드는, 이제 아주 단단해진 모습으로 마음 가는 곳에 있는 음악을 자유로이 펼쳐 보이고 있으므로.

왼쪽부터 동수(신시사이저), 이철민(베이스), 이장오(보컬·기타), 이해인(드럼), 경성수(기타) ⓒ 금시원

한계 짓지 않고 거침없이 앨범을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공중그늘은 늘 “밟지 말아야 할 것을 밟지 않기 위해”* 마음과 정성을 들여 음악을 한다. 이들의 음악이 언제고 새롭게 아름다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2년 만에 다시 만난 밴드에게 <연가>에 관한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물었다.

* ‘보보’ 가사에서 차용

 

Q 지난해 싱글 <타임머신>이 나온 후 약 1년 만에 앨범을 발매했어요. 어떻게 지냈어요?

장오 앨범 작업 중에 코로나19가 퍼져서 음악 작업에 집중했어요.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가 얼마 전에는 쇼케이스를 진행했습니다.

 

Q 첫 번째 정규 앨범이죠. <연가>의 전체 콘셉트가 궁금해요.

장오 처음부터 어떠한 콘셉트를 잡고 만들지는 않았어요. EP를 발매할 때는 ‘공중그늘’이라는 이름으로 잘 묶은 것 같은데, 이번에는 명확한 테마가 있는 건 아니었어요. 수록곡을 쭉 들어보았을 때 공통으로 느껴지는 주제가 사랑인 듯해서 ‘연가’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Q 밴드가 하고 싶은 걸 다 해보자는 생각으로 만든 앨범이라고요. 여러 가지를 시도하더라도 한 앨범 안에 모을 때는 기준이 있었을 거예요. 그건 뭐였어요?

해인 일단 기술적으로는 악기에 한계를 두지 않으려고 했어요. 실제 합주를 통해 곡을 만든다기보다는 컴퓨터상에서 먼저 음악을 만들고, 나중에 연주로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을 취하고자 했거든요.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 모든 멤버가 자유롭게 곡을 썼어요. 그걸 가져와 모은 다음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을 가진 노래들로 추렸어요.

 

Q 그렇다면 이번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새 노래들도 많겠군요.

장오 정규 앨범에 싣는 것보다 싱글로 발매했을 때 파급력이 크거나 강한 인상을 줄 수 있겠다 싶은 노래들을 빼두었어요.

 

Q 해인 씨가 녹음을 컨트롤하면서 밴드 작업실 겸 합주실에서 앨범을 작업했다고 들었어요. 그 방법을 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해인 악기에 한계를 두지 않고 편곡하려다 보니, 녹음과 편곡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곡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전문 녹음실에서 녹음하면 비용뿐 아니라 연주자의 피로도 등 다양한 요소 때문에 빠르게 작업을 끝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작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Q 밴드가 직접 작업하는 건 어떤 경험이었어요?

철민 마스터링은 소닉 코리아 마스터링(Sonic Korea Mastering)의 강승희 엔지니어가 해주셨고, 음악을 만들고 다듬는 믹싱 과정까지는 공중그늘 작업실 안에서 다 했어요. 전문 녹음실을 거치지 않고 앨범을 발매하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우리가 자체적으로도 음악을 끝까지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고 할까요? 시간의 제약도 적다 보니 훨씬 다채롭게 시도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재미있는 요소들이 튀어나오기도 했어요. 앞으로 공중그늘이 여러 도전을 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어요.

장오 저희와 EP까지 함께 작업했던 머쉬룸 레코딩의 천학주 대표께서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어려운 부분이 생길 때마다 늘 여쭤보고 조언을 구했어요. 여유만 된다면 그분과 한 달 내내 함께 작업할 수 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 좀 더 자유로운 방식을 택한 거예요. 스튜디오 레코딩이 좋지 않다는 생각에서 진행한 건 아니에요.

해인 부담이 엄청났어요. 프로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들을 뛰어넘을 만큼 잘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다른 장점이 있어서 이 방식을 택했지만, 프로에 못 미치는 부분이 당연히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웠어요. 프로 엔지니어가 대단하다는 걸 다시 느꼈죠.

<연가> 커버, 앨범 커버 그래픽 by 김을지로 / 앨범 커버, 앨범 디자인 by SUPERSALADSTUFF

Q 이번 앨범은 산뜻하고 경쾌하게 시작한 후 점점 무게를 더해가다가 의미심장하게 끝난다고 느꼈어요. 곡을 배치한 의도를 듣고 싶어요.

장오 말씀하신 대로 느끼기를 바랐어요. 특히 ‘여행’은 공중그늘이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음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곡이라 생각해서 마지막 트랙에 넣었어요.

 

Q 수록곡에 얽힌 이야기가 궁금해요. 특히 처음 스케치할 때 상상 같은 것들이요.

해인 언젠가 아주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불쑥 “아, 새 출발하자”라는 말을 썼거든요. 해오던 일이 쫄딱 망하고 새롭게 시작할 때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새 출발’을 스케치했어요. ‘하하하!’하며 한 번 웃고 넘기듯이 밝고 경쾌한 느낌을 주려 했고요.

동수 과학 실험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실험이란 뭔가 발견하기 위해 수치를 조금씩 바꿔가며 끝없이 반복하는 작업이 많더라고요. 수없이 반복하는데도 실패한다면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러다 평생을 바쳐 무얼 찾아내려 했지만 실패한 과학자를 주인공을 세워서 그를 위로하는 노래를 만들어보자 싶었죠. ‘타임머신’은 거기서 시작되었습니다. ‘모래’도 제가 스케치했는데, 성찰에 관한 노래예요.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문득 ‘알고 보면 별로 이룬 것 없고 제자리를 맴돌고 있구나’ 싶어서 허탈해질 때가 있잖아요. 마냥 슬퍼하기보다는 제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임으로써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써보려 했어요. 멜로디는 좀 우울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긍정적인 곡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장오 ‘모래’는 편곡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동수의 스케치가 갖고 있던 멜로디의 장점을 살려 대중적으로 편곡해보려고 했거든요. 각자 원하는 편곡 스타일이 달라서 마지막까지 의견을 나누면서 완성했어요.

철민 EP <공중그늘>에 실린 ‘선’을 작업할 때와 비슷했어요. 편곡을 거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여러 번 바뀌는 과정이요.

장오 ‘비옷’은 소중한 존재에게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하는 절망을 그렸어요. 이십 대 초중반에 통기타로 만든 노래인데 그땐 훨씬 무거웠어요. 공중그늘에 맞게 가사를 새로 쓰고 감정을 다소 덜어냈어요.

성수 ‘보보’는 오래전에 리프 형태로, 연주곡 느낌이 나게 만들었던 곡이에요. 밤에 걷는 이미지, 계속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썼어요. 가사와 제목은 장오가 붙였고요.

장오 작년 1월쯤 그 가사를 썼어요. 1월이라서 그랬을까요? 세고 힘찬 감정이 들어간 것 같아요. (웃음) 그래서 좀 선언적인 노래가 된 듯도 하고요. ‘보보’라는 말은 ‘걸음걸음’이라는 의미인 데다 단어 자체가 주는 귀여움이 좋아서 제목으로 삼았어요.

해인 성수가 처음 써온 곡이 ‘보보’였던 거로 기억해요. 센스 있게 잘 만든 곡이어서 편곡할 때도 기본을 크게 바꾸지 않으려고 조심했어요. 데이빗 보위의 음악 중에 모던한 곡을 상상하면서 편곡했고요. ‘역’은 제가 스케치했는데, 처음엔 별 목적 없이 재미로 만들어본 노래였어요. 통기타로 ‘띠---’ 하는 소리를 연주해 녹음한 후 이펙터를 많이 써서 괴상한 음을 만들고 샘플링했죠. 이 노래가 선택되길 내심 바랐지만, 실험적이라고 느껴져서 크게 기대하진 않았는데…. 수록되어 기쁩니다.

철민 환경과 비거니즘에 한창 관심을 갖게 됐을 때 ‘숲’을 스케치했어요. 가사를 써서 처음 멤버들에게 보여줬을 때는 올드하고 클리셰적이라는 피드백을 들었어요. 그래서 중의적인 느낌을 더하려고 노력했어요. 가사를 바꿔 쓰거나 비슷한 선율을 여러 악기로 연주하면서 굵직하게 뽑아내려 했고요. 동물이나 자연 소리를 넣고 싶었는데 제가 녹음해온 목소리가 개가 짖는 소리 같다는 이야길 들어서(웃음) 그걸 그대로 삽입했어요. 맥시멀한 ‘역’ 다음에 ‘숲’을 놓은 배치도 마음에 듭니다. 앨범의 마지막으로 넘어가기에 좋은 순서라고 생각해요.

ⓒ 금시원

 

Q ‘계절’과 ‘연가’를 타이틀로 삼은 이유는 뭐예요?

장오 ‘계절’은 처음부터 타이틀로 정해놨었어요. 쉬우면서도 꽂히는 부분이 있다고 느껴져서요. ‘연가’는 마스터링을 하고 나니 곡의 매력이 극대화되어서 선택했어요.

 

Q 앨범명을 <연가>로 정한 데도 특별한 까닭이 있어요?

철민 곡을 모두 모아놓고 보니 ‘연가’가 관통하는 지점이 있었어요. 낱말 자체가 재미있기도 했고요. 오래된 말이지만 새롭게 풀어내고 싶었어요. 공중그늘의 연가라는 느낌으로.

해인 요즘 젊은이들의 연가랄까요. (웃음)

 

Q 연가에 새로운 이미지를 입히려고 했군요. ‘타임머신’은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들어갔죠?

해인 음반 전체의 흐름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기에 새로운 곡과 어울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강승희 엔지니어가 마스터링을 해주시면서 제 믹싱에서 부족했던 점이 보완되었습니다.

 

Q ‘모래’, ‘그사이’, ‘비옷’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이제껏 밴드가 들려준 음악과 비교하면 감정이 짙게 드러나요. 감정을 보여주기보다는 거리를 두는 음악을 추구해왔는데, 이런 시도가 낯설고 어렵지는 않았어요?

해인 오히려 좋았어요.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아지고 확장할 수 있는 실마리가 생긴 거니까요. 앞으로는 더 다양해질 수도 있겠죠?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무척 진지해진 것도 영향을 준 듯하고요.

장오 EP에 <공중그늘>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저희 이미지를 굳히는 일에 공을 들였어요. 이제는 무얼 시도해도 공중그늘의 음악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생겼다고 판단해서 자유롭게 해 보려고 했어요.

 

Q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사운드를 앨범 곳곳에서 만났어요. ‘보보’, ‘역’ 구간이 특히 그랬는데요. 록 페스티벌 무대에서 공연해도 정말 신날 것 같은 노래들이에요. 당차고 거친 사운드도 좋아하는지, 계속 들려줄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성수 예전에는 강요하지 않는 음악을 지향하면서 감정적인 요소를 많이 사그라뜨렸던 듯해요. 이젠 다들 좀 드러내고 싶다, 못 참게 된 것 같다…? (일동 웃음) 시원한 록 사운드뿐 아니라 여러 음악을 좋아해요.

해인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의 음악을 들으면 그런 음악이 하고 싶고, 엠비언트 음악을 들으면 또 그런 게 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음악이 무척 많은데 이번 앨범에서는 경계를 두지 않았어요. 이런 부분이 라이브 할 때도 꽤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내면에 다양한 싹이 있었네요.

성수 내면에는 사실 힙합, 메탈, 소울, 트로트 등 여러 장르가 있어요. 이제 뭘 할지 계속 기대해 주세요.

장오 트로트는 없을 것 같아요. (웃음)

해인 그렇지만 ‘공중그늘 음악’이란 인상을 주는 중심은 확실히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은 계속 고민하되 경계를 짓지 않는 방식으로 시도해야죠.

 

‘연가 2 (feat. 장필순)’ MV

Q ‘연가’와 ‘연가 2’에는 서로 닿는 지점이 있나요? 처음부터 두 곡을 함께 생각하고 썼는지 궁금해요. ‘연가’가 깨끗한 사랑 노래라면 ‘연가 2’는 종교적으로까지 느껴질 정도로 성스러운 사랑을 노래하는 것처럼 들려요.

장오 처음엔 두 노래를 함께 놓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해인 ‘연가 2’에는 ‘연가’를 위해 장오가 쓴 가사에서 차용한 노랫말이 있어요. 일종의 연결고리가 되겠죠.

이 피지 않는 꽃에 걸어둔 새 삶과
- ‘연가’ 중에서

피지 않는 꽃 걸어둔 기대와
- ‘연가 2’ 중에서

장오 고양이랑 같이 살게 되면서 지금껏 인간과의 관계에서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느껴요. 무한한 사랑 같은…? 무조건적인 감정인데요. 무엇도 바라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고양이도 저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긴 하지만 모르는 거잖아요. (웃음) 그런 감정을 담은 노래가 ‘연가 2’예요. 중세시대 방랑시인의 시(詩)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해인에게 그에 맞춘 편곡을 부탁했어요. 잘 들어보면 하프시코드 소리도 나와요. 사랑을 주제로 하면서도 한편엔 죽음의 개념도 들어 있어요. 그래서 원래 제목을 ‘사가’로 하려 했는데 앨범 작업을 진행하면서 바꿨죠.

해인 두 노래 제목이 모두 ‘연가’인데, 사랑의 다른 방식을 표현한다는 점이 재미있더라고요.

 

Q ‘연가 2’는 뮤지션 장필순과 함께했어요.

해인 편곡하는 내내 장필순 선생님을 떠올렸어요. 그렇게 작업하다가 정말로 연락을 드렸어요.

동수 장필순, 조동익 선생님께서 ‘공중그늘 한번 들어볼까?’ 해서 들으시다가 ‘그냥 하자!’ 하셨다고. (웃음)

장오 녹음해서 보내주신 걸 듣고 소통하면서 진행하려 했는데, 처음 녹음해서 보내주신 것부터 정말 좋아서 한 번에 끝났어요. 작업 전 서울에서 미팅 했을 때, 대단한 커리어를 쌓아온 선생님이신데도 저희를 동등한 음악가로 대해주셔서 무척 감격스러웠어요.

해인 연주자 혹은 밴드 멤버로서도 벅찼고, 믹싱하는 사람으로서 장필순 선생님의 목소리를 만진다는 사실도 정말 행복했어요. 심지어 녹음을 조동익 선생님께서 받아주셨으니 정말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싶고….

 

Q 앨범을 아우르는 가사에 대해 묻고 싶어요. 익숙한 낱말도 공중그늘의 음악 속에선 생경하게 다가와요. 일관된 정서가 있어서 다섯 명이 모두 노랫말을 쓰는데도 한 사람이 만들어낸 작품처럼 읽혀요.

장오 기본적으로는 모두 공중그늘이 쓸 만한 가사로 써오고요. 만약 그렇지 않으면 다듬어요. 또 어떤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가치관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친구로 잘 지내왔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면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죠?

철민 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니 성향이 닮아가기도 하고.

성수 스케치할 때부터 넓은 공간을 채우는 사운드를 상상해요. 그러다 보면 가사 역시 일상적이거나 소소하기보다는 그 드넓은 공간을 메울 수 있는 이미지들을 떠올리며 쓰게 돼요. 좀 더 너른 것을 채우는 노랫말들.

 

Q 읽는 재미가 있는 가사들이에요.

장오 자주 접한 단어라도 맥락이나 이미지를 계속 생각해서 모아둬요. 알맞은 말을 발굴하는 경우도 물론 있는데요. 예를 들면 ‘보보(步步)’는 노래와 어울리도록 엄청나게 노력해서 찾은 말이에요.

성수 이십 대 초중반쯤 한국 시를 무척 많이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 뭔가 많이 써뒀는데 그걸 최근에도 꺼내 봐요.

ⓒ 금시원

Q 인디포스트와의 지난 인터뷰(링크)에서 보컬을 악기와 같은 요소, 중립적인 무엇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이번 앨범에서 장오 씨의 보컬은 더욱 중립적으로 느껴지면서도 한층 깊어졌다는 인상이에요.

장오 아무래도 줄곧 노래를 해왔으니 그전보다는 실력이 나아졌을 듯해요. 보컬을 더욱더 악기처럼 쓰기 위해 곡마다 다른 스타일로 노래하는 데 공들였고, 연습할 때도 꼭 녹음하면서 문제가 있는 부분을 파악하려 했어요.

 

Q 코러스는 누구의 소리인가요?

철민 ‘새 출발’ 후반부에 ‘나나나~’하고 이어지는 구간이 있어요. 그 부분을 녹음하다가 해인이 제안해서 다 같이 불러봤어요. 그런데 아주 작게 들어가서 음원으로는 잘 못 느끼실 수도 있어요. (웃음)

해인 두드러지게 들리는 소리는 전부 장오의 것이고, ‘새 출발’ 코러스엔 모든 멤버가 참여했어요. 소리가 작아서 존재감이 없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그걸 뺐을 때는 완전히 허전해지거든요. 함께 부른 코러스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계절’ 뮤직비디오

Q 앨범 커버와 ‘계절’ 뮤직비디오가 모두 3D 모델링 아트워크예요. 그 작업이 공중그늘의 음악과 만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나요?

해인 미래지향적인 요소가 마음에 들었어요. 또 김을지로 님의 작업이 무척 신비로워서 꼭 한번 작업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Q 해파리 이미지는 어떻게 떠올렸나요?

철민 처음 미팅할 때 해양생물이나 바다의 모습을 표현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어요. 작가님이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서 근사하게 완성해주셨어요.

성수 김을지로 작가님께 뮤직비디오 작업을 먼저 말씀드렸는데,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니 정말 좋아서 앨범 커버도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님께서 곡을 깊게 이해하려고 하셨고, 노래의 서사와 자신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연결하는 일에도 정성을 쏟으셨어요. 뮤직비디오의 모든 스틸컷이 좋았지만 특히 해파리가 심볼처럼 느껴져서 커버로 정했어요.

포스터 by 나하나

Q 10월에는 기획 쇼케이스 시리즈를 진행했죠. 매주 공연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듯해요.

동수 쇼케이스 아이디어를 해인이 먼저 가져왔어요. 처음 그 말을 듣고서는 한 번도 힘든데 네 번을 어떻게 하나 싶어서 고민했는데, 공연을 하면 할수록 재미있더라고요. 크지 않은 공연장에서 팬과 소통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고요.

장오 특히 막간 토크 ‘이철민의 그사이’를 진행한 철민의 실력이 쑥쑥 늘어서…. (웃음)

철민 무대에서 그렇게 많이 말한 게 처음이에요. 4회차에는 긴장도 덜하고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공연 기획부터 준비, 진행까지 여러 일이 있었는데, 모데시 옥상으로 직접 악기를 옮기던 날이 생각나요…. 이번 쇼케이스는 고생했지만 아주 즐거웠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Q 파랑새극장, 모데시, 신도시, 채널1969라는 공연장 네 곳과 함께한 이유도 궁금해요.

장오 확실한 특색을 갖고 로컬과 함께해온 곳들이에요. 또 거리상으로 네 곳이 너무 가깝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집 밖으로 멀리 나가기가 부담스러운 시기이니까 공연장들이 여기저기 있었으면 했거든요. 네 곳 모두 저희가 좋은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는 장소이기도 해요.

해인 채널1969는 동수가 공중그늘 활동 전부터 공연했던 소중한 곳이고, 신도시에서도 저희가 여러 번 공연했었어요. 모데시는 친구들과 함께 가서 음악을 듣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곳이자 꼭 한번 공연해보고 싶었던 공간이에요. 파랑새극장도 의미가 깊은데, 그 극장이 리뉴얼 후 음향 체크를 위해 비공개 공연을 열었거든요. 그때 공중그늘이 테스트 공연을 했었어요.

장오 파랑새극장 리뉴얼 후 최초로 공연한 팀이 저희라고 해서 무척 영광스러웠습니다.

 

Q 코로나 시대의 라이브, 소감이 궁금해요.

해인 요즘 공연장까지 오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잖아요. 공연 내내 마스크를 끼고 있어야 하는 것도 그렇고요. 그런데도 신나게 즐겨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감사했고 에너지를 얻었어요.

공중그늘 ‘연가’ 생기 세션 라이브, 출처 – 생기 스튜디오 유튜브 채널

 

Q 요즘 관심사가 있다면요?

철민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요리에 재미를 붙이고 있어요. 유튜브에서 비건 레시피를 찾아보고 요리해 먹는 취미가 생겼어요.

해인 최근 케이팝에 관심이 커졌어요. 케이팝 작곡가로도 활동해보고 싶어서 공부하면서 곡을 쓰고 있어요. 남는 시간엔 그룹별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찾아보는데, 그러다 보면 내가 덕질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웃음)

동수 오로지 음악만 하자고 다짐하고 있어요. 다른 게 더 재미있어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웃음) 덧붙이자면 원래 생활 습관이 불규칙한데, 요즘은 일어나고 자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장오 저도 비슷합니다. 해인과 같이 케이팝을 작곡하고 있어요.

성수 직접 세트를 짜서 운동해요. 철봉, 스쿼트, 스트레칭…. 영상 편집도 하고요.

 

Q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음악이나 영상, 뭐든 좋아요.

장오 저는 비건이어서 비건 콘텐츠를 많이 봐요. 그중에 게리 유로프스키의 강연을 추천해요.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처럼 말을 재미있게 하거든요. 넷플릭스에 <더 게임 체인저스>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어요. 비건에 입문하기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철민도 그걸 보고 비건을 시작했어요.

철민 npr 타이니 데스크에서 하는 콘텐츠가 좋더라고요. 특히 <home> 시리즈는 뮤지션이 작업실이나 집에서 라이브클립 영상을 찍은 것 같은데, 그들이 화상 채팅으로 라이브를 들려주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해인 생기 스튜디오 유튜브 채널에 좋은 콘텐츠가 꾸준히 올라와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의 공연도 볼 수 있고요.

성수발로란트’라는 게임을 추천해요. 오버워치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게임이에요. <웨스트 윙>이라는 미국 드라마도 추천해요. 옛날 작품이고 정치물인데,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내용이 아니라 인종부터 퀴어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뤄요. 특히 법안을 통과시키는 장면들이 스릴 넘쳐요.

동수 솔직히 말하자면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라는 드라마를 무척 좋아하는데, 수익이 안 나서 시즌 3를 못 만든다고 해요. 그렇지만 아직 미련을 못 버렸어요. 지금이라도 모든 사람이 그걸 본다면…. 시즌 3가 만들어질 일말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해서 추천합니다. (웃음)

 

Q 계획이나 다짐을 들려주세요.

해인 내년 초쯤 공중그늘의 기획 공연을 계획하고 있어요. 그리고 각자 정해진 포지션에 충실하되 좀 더 다양한 악기들을 연주해볼 것 같아요.

동수 규칙적인 생활을 완전히 습관화하도록 노력할 거예요.

장오 올해는 공연을 많이 하지 못했어요. 내년에는 공연을 활발히 해서 여러분을 만나기를 바라요.

철민 음악적인 역량을 늘리고 곡 작업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성수 곡을 많이 쓰려고요. 공연을 기획해서 라이브도 자주 하고 싶습니다.

 

공중그늘 인스타그램 

 

인터뷰 김유영

메인 이미지 ⓒ 금시원

 

Writer

sommardance@gmail.com
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