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선댄스 영화제에서 신예 아리 애스터(Ari Aster) 감독이 자신의 첫 장편영화 <유전>(Hereditary)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듯이, 올해 역시 새롭게 주목받는 호러 감독이 등장했다. 호주 멜버른 출신의 신예 나탈리 에리카 제임스(Natalie Erika James) 감독이 첫 장편영화 <Relic>(유물의 저주)를 선보여 호평을 받은 것이다. 크게 무섭지는 않지만, 천천히 긴장을 조성해 관객을 조여온다는 평이다. 로튼토마토 91%의 좋은 평점으로 받고 올해 7월 미국과 호주에서 극장 개봉되었으나,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박스오피스 210만 달러를 거두고 바로 온라인 상영으로 들어갔다.

영화 <유물의 저주>(2020) 예고편

이 영화는 오랜 시간이 흐른 숲과 버려진 고택, 그리고 할머니의 고독이 공포의 근원이다. 일본-호주계 감독이 동양 문화에 영향을 받고 자라나 낡고 오래된 유물에서 공포의 요소를 찾아낸다. 이 영화는 감독이 콘셉트 단편으로 제작한 단편 <Crewick>(2016)에서 이야기를 확장했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자라난 저택의 오래된 사물에서 불편하고 무서운 기억을 떠올리고, 방의 어두운 구석이나 숲의 저쪽 끝에 무언가 존재가 있다고 느낀다.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아버지의 무거운 어깨 위에서 그 실체를 발견한다. 이 작품은 멜버른 국제영화제에 상영되어 호평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호주 작가 길드에서 주는 AWGIE Award 최우수 단편상을 받았다.

단편 호러 <Crewick>(2016)

감독은 현재 일본의 오랜 민담에 뿌리를 둔 호러 영화 <Drum Wave>(북소리)를 개발 중이다. 콘셉트 단편으로 제작한 작품이 마카오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해 개발 프로젝트로 선정되었고, 이어 시드니 필름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단편 작품으로 선정되면서 호주 영화위원회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외딴 섬에서 모성애와 관련된 토속 신앙을 가진 대가족 사회가 나오며, 그 사회의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섬으로 들어간 피아니스트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콘셉트 단편 <Drum Wave>(2018)

감독은 장편 스크립트를 마무리할 즈음 아리 애스터 감독의 <유전>을 보게 되었는데, 자신의 영화와 비슷하게 보이는 것이 우려되어 주인공의 취미를 당초 인형 제작에서 촛불 제작으로 바꾸었다. <유전>의 주인공 ‘애니’의 취미가 미니어처 제작이었다. 사실 두 작품 모두 가족 관계에서 오는 트라우마를 다루어 많은 언론이 두 작품을 비교하지만, 감독은 자신의 작품이 <유전>보다 스페인 영화 <비밀의 계단>(The Orphanage)에 더 가깝다고 조심스럽게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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