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의 젊은 열정 재즈 팬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Toronto New Jazz Society’는 재즈 붐을 조성하기 위해 유서 깊은 매시 홀(Massey Hall)에 미국의 재즈 스타들을 초청하기로 했다. 1953년 5월 15일 단 한 차례의 공연을 위해 이곳에 모인 다섯 명의 뮤지션은, 색소폰의 찰리 파커, 트럼펫의 디지 길레스피, 피아노엔 버드 파웰, 베이스의 찰스 밍거스, 드럼에는 맥스 로치였다. 각자 파트에서 최고 경지에 오른 연주자로, 모두 밴드 리더로 활동하던 거물들이었다. 뉴욕의 저명한 프로모터조차 같은 시간 한자리에 모으기 힘들 정도의 올스타 구성이었다. 다섯 명의 스타는 이날 단 한 차례의 공연에서 14곡을 연주했는데, 후일 사람들은 이 콤보에 ‘더 퀸텟’(The Quintet)이라는 최고의 별칭을 부여하였다.

<Jazz at Massey Hall> 중 ‘All the Things You Are’

이날 공연을 녹음한 프로듀서는 다름 아닌 베이시스트 찰스 밍거스다. 그는 자신이 직접 녹음한 원본을 뉴욕으로 가져와, 약하게 잡힌 베이스 부분을 다시 더빙하여 자신과 맥스 로치가 공동으로 설립한 음반사 데뷔 레코드(Debut Records)를 통해 발매하였다. <Jazz at Massey Hall>이라는 제목 하에 여섯 곡을 선곡해 두 장의 10인치 LP에 담았다. 그 후에도 수 차례에 거쳐 추가 발매했는데, 최근 2002년에는 한 장의 CD에 14곡을 모두 담아 <Complete Jazz at Massey Hall>이란 이름으로 발매되어 음반 수집가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 날의 역사적 공연은 1995년 그래미어워드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역사상 최고의 재즈 연주(The greatest jazz concert ever)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Jazz at Massey Hall> 중 ‘A Night in Tunisia’

하지만 이 날의 공연이 상업적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세기의 대결이라 여겨졌던 로키 마르시아노와 저시 조 월콧 간의 헤비급 권투 경기와 시간이 겹치면서 약 3천여 석의 객석은 절반가량 채워졌고, 주최 측은 이에 따라 찰리 파커에게만 현금을 지급하고 다른 뮤지션들에게는 어음으로 출연료를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디지 길레스피는 은행에서 어음을 현금으로 바꾸는데 수년이 걸렸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1894년에 완공된 토론토의 역사적 건물 매시 홀(Massey Hall)

찰리 파커는 다른 음반사와의 계약 조항에 따라 음반에 자신의 이름 대신 ‘찰리 챈’(Chan은 아내의 성)이라 표기할 수밖에 없어 음반 판매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며 얼마 전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버드 파웰은 이날도 술에 취해 부축을 받으며 피아노에 앉을 수 있었다. 디지 길레스피는 무대 밑의 라디오에서 복싱 중계를 듣기 위해 수시로 들락거렸다. 공연의 실질적인 리더였던 찰리 파커는 비행기를 놓쳐 공연 시간이 임박해서야 공연장에 나타났고, 자신의 악기도 지니지 않고 나타나 주변에 있던 플라스틱 알토 색소폰을 급하게 빌려 무대에 올라야 했다.

<Jazz at Massey Hall> 중 ‘Hot House’

매시 홀 공연 실황은 최고의 평점을 받으며 재즈 팬들이 반드시 소장하는 음반이 되었으나, 당시 녹음 기술이나 연주 수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재즈계를 대표하던 다섯 명의 뮤지션들이 단 한 번 함께 연주한 공연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화제를 낳은 역사적인 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은 비밥을 낳은 역사적인 콤비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가 마지막 협연한 날이기도 했다. 그리고, 같은 날 열린 세기의 권투 경기에서는 챔피언 로키 마르시아노가 11회 KO로 도전자를 물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