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는 본래 말 그대로 ‘목구멍에서 출발해 입 밖으로 나는 소리’다. 누군가의 ‘의견이나 주장’을 뜻하기도 한다. 오늘날 지나치게 너무나 많은 목소리가 공존해 때때로 그것이 소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귀 기울여야 할 목소리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바꿔 말해 그것은 더는 목구멍 안으로 삼키지 않아야 할 소리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 주목해야 할 두 목소리를 소개한다.

 

Big Issue <Seat>

빅이슈는 1991년 영국에서 창간한 대중문화 잡지다. 빈곤 해체를 주된 목적으로, 그리고 ‘홈리스’(주거 취약계층) 출신 판매원들의 자립을 목표로 뜻깊은 생존 투쟁을 벌이고 있다. 2020년은 빅이슈코리아가 10주년을 맞이한 해다. 사회적기업 빅이슈코리아는 창간 이후 여태까지 총 800명 이상이 잡지 판매원으로 활동했으며, 아직도 서울, 경기, 부산의 주요 지하철역과 거리에서 50~60명의 판매원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빅이슈가 세상 빛을 봐야 할 거리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사람들은 그마저 더는 오프라인 잡지를 읽으려 하지 않았다. 이에 빅이슈코리아는10주년을 기념함과 동시에 위기를 타개하고, 사회와 대중의 홈리스 응원에 보답하는 일환으로 올해 초 ‘<빅이슈> 기념 굿즈’를 제작하기도 했다. 최근 10월 25일에는 빅이슈 판매원들이 직접 참여한 기념 앨범 <Seat>을 발매했다.

Big Issue ‘역사驛舍의 시간 (Feat. 이민휘)’

“꽃이 핀다고 너무 기뻐하지 말아요. 꽃이 진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하늘이 맑다고 들뜬 마음 감추지 못하거나 하늘이 검다고 너무 우울해하지 말아요. 당신이 내가 아니듯 내가 당신이 아니지만 불어오는 바람에 서로를 스쳐 가겠지만. 결코 덧없이 사라지는 무의미한 존재는 되지 말아요.”

타이틀 곡인 이 노래가 흐르는 시간은 역사(歷史, history)가 아닌 역사(驛舍, 역에 있는 건물)의 시간이다. 모두가 기억하는 거대한 흐름 위에 있는 시간이 아닌, 꽃이 지고 피고, 이 사람 저 사람이 스치는 개인적인 역사다. 그러나 노래 속 가사는 말한다. 스치는 바람에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그런데도 결코 덧없이 사라지지는 말자고. 차분한 무드 속에 노이즈가 부대하고, 따스함과 서늘함이 공존하는 비트 위로 이민휘의 목소리가 가사를 흐느끼고 토해낸다.

앨범에는 총 7곡이 수록되었으며, 빅이슈 판매원 4인이 직접 자신들의 사연을 가사로 적고, 내레이션과 노래까지 녹음해 기념 앨범의 의미를 더욱 빛나게 했다. 크레딧도 화려하다. E SENS, XXX 등이 소속된 비스츠앤네이티브스(BANA)의 DJ 겸 프로듀서 말립(Maalib)이 총괄 프로듀싱을, DJ soulscape가 믹싱을, 나잠 수가 마스터링을 맡았다. XXX의 FRNK와 Hukky Shibaseki는 레코딩 엔지니어로, 이민휘와 장석훈은 피쳐링 아티스트로 참여했다. 그 밖에 밴드 까데호의 드러머 김다빈, BANA의 250, 밴드 모노반의 첼리스트 George Durham 등 많은 아티스트들이 힘을 보탰다.

말립

말립은 2013년 듀오 Bad Joscoutt의 프로듀싱을 맡으며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서울의 음악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집단 360사운즈와 오직 바이닐로만 음악을 플레이하는 파티 브랜드 스트릭틀리 바이닐(Strictly Vinyl)의 프로듀서이자 DJ로서 활동을 이어왔다.

빅이슈코리아 홈페이지

 

여성 록 컴필레이션, <We, Do It Together>

여성의 목소리는 시대의 부름이다. 그리고 그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곧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이름부터 ‘we’(우리)를 세 번이나 연이은 wewewe 기획단은 앞서 2013년 홍대 공간 ‘한 잔의 룰루랄라’ 앨범 제작 프로젝트, 2015년 <두인디>(Doindie) 웹사이트 업그레드 프로젝트, 2016년 대구가 자랑하는 클럽 헤비의 20주년 기념 앨범 제작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이들이 새로이 주목한 ‘우리’는 바로 여성. 2018년부터 목소리를 대표할 여성 음악가들의 연대 활동을 기획하고, 관련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해왔다. 다양한 여성, 퀴어 음악가를 위한 공연 시리즈 <Circles>가 그 시작. 2019년에는 뒤이어 보수동쿨러, 빌리카터 등이 참여한 <WeWeWe Netwroking Party>를 기획했고, 올해는 지금 여성 록 컴필레이션 <We, Do It Together>와 공연 <WeWeWe Festa 2020>를 앞두고 있다.

<We, Do It Together>는 목 놓아 외친다. 2020년 모두에게 불어 닥친 코로나19 팬더믹과 더불어 예술계와 사회 이면에 속속 드러난 젠더 문제는 바이러스 못지않게 우리의 안위를 위협한다고. 이들의 이러한 목소리를 닿게 하는 도구는 록 음악이다. 전쟁과 차별에 반대하며 굳어버린 세상에 전면 저항했던 68혁명 당시의 영미 펑크록처럼, 군부 탄압 속에서 꿋꿋이 저항을 노래했던 한국 록의 뿌리처럼 자신들의 노래와 메시지가 세상에 닿고, 기억에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사적인 복수’ 미리 듣기

“법과 제도가 피해자에게 너무 가혹해서 분통이 터질 때가 많습니다. 내게 직접적인 피해가 없더라도 너무 화가 나서 일상에 지장이 될 것 같은 경험이 있죠. 심지어 그들은 꽤나 잘 사는 것 같기까지 합니다. ‘사적인 복수’는 그런 분통 터짐에 대한 노래입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 녀석들 뒤에서 연대하고 모이고 있다는 것. 뚝배기를 깨버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참여 아티스트는 모두 열두 팀. 1998년 데뷔한 국내 인디음악 신의 상징이자 대모인 황보령부터 2019년 첫 정규앨범을 발표한 천미지까지, 정통 스케이트 펑크로 세계를 홀린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부터 세상 어디에도 없는 변동 사이키델릭 듀오 향니까지, 국악인 출신의 이자람이 10년째 이끄는 아마도이자람밴드부터 다국적 포스트록 밴드 티어파크까지. 경력, 장르, 구성 모두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오로지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컴필레이션을 위해 모였다는 점이다.

<We, Do It Together>는 자평한다. 세계적으로 여성 음악가들의 자전적 스토리텔링을 담은 음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한국 그리고 인디 신에서 여성 록 아티스트는 창작의 힘에 비해 충분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인디 신에서도 미소지니는 여전히 억압의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다행히 컴필레이션 발매를 위한 펀딩의 목표 금액은 프로젝트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달성되어, 이들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닿고 있음을 증명했다. 물론 프로젝트 밀어주기는 목표 금액을 넘어 11월 16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컴필레이션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주축이 된 <WeWeWe Festa 2020>도 11월 28일 실시간 온라인 중계로 진행 예정이다.

아티스트 모임 장면 및 메이킹 영상

 

참여 아티스트 및 컴필레이션 수록곡 리스트

1. 애리 '나는 깜빡'
2. 에고펑션에러 '판'
3. 향니 '솔직하게 말해줘요'
4. 아마도이자람밴드 'Good Night'
5. 아디오스오디오 '숨'
6.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사적인 복수'
7. 천미지 'I've Never Invited Her'
8. 황보령 'What Is Love'
9. 다브다 '무궁화'
10. 카코포니 '소녀'
11. 티어파크 'Roll Model'
12. 빌리카터 'Hell'

 

<We, Do It Together> 프로젝트 링크

<We, Do It Together> 컴필레이션 미리듣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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