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에 출반한 키스 자렛의 새 앨범 <부다페스트 콘서트>(Budapest Concert)는 약 100여 장에 이르는 그의 디스코그래피 중 마지막 솔로 피아노 음반으로 기록될 지도 모른다. 올해 75세를 맞은 그는, 2018년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친 뇌졸중의 여파로 지난 3년 동안 모든 공연과 대외 활동을 중단하고 요양원에 머물며 재활 치료에 전념했다. 이제 지팡이를 짚고 간신히 걸을 수 있지만, 여전히 왼손은 부분적으로 마비되어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더 이상 피아니스트로서 대중 앞에서 공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얼마 전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앨범 <Budapest Concert>(2020) CD 2 Part VII

키스 자렛은 1960년대 아트 블레키와 마일스 데이비스의 콤보에서 명성을 얻은 후, 1970년대에는 음반사 ECM과 함께 솔로 피아노 즉흥연주 분야를 개척하며 컬트의 위치에 올랐다. 그의 앨범 <The Köln Concert>(1975)는 지금까지 350만 장이 팔리며, 역사상 가장 많이 판매된 피아노 연주 음반으로 남았다. 이번 앨범은 직전에 발표한 앨범 <Munich 2016>(2016)이 녹음되기 2주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유서 깊은 클래식 공연장 벨라 버르토크 국립 공연장(Bela Bartok National Concert Hall)에서의 공연을 녹음한 작품으로, 공연 이후 4년 만의 출반이다. 그는 헝가리 현대음악의 창시자 벨라 버르토크 음악에 대한 존경과 헝가리 계통인 자신의 뿌리를 들며, 당시 공연에 각별한 애정을 표한 바 있다.

앨범 <Budapest Concert>(2020) CD 2 Part VIII

이번 앨범에는 모두 솔로 피아노 14곡을 두 장의 CD에 담았는데, 즉흥 피아노 12곡과 앙코르 요청을 받고 연주한 재즈 스탠더드 ‘It’s a Lonesome Old Town’과 ‘Answer Me’ 2곡으로 구성하였다. 그의 즉흥적인 피아노 솔로 연주는 과거 여러 장르의 특성과 연주법이 혼재되어 10분 이상 길게 지속된 데 비해, 2000년대 들어 앨범 <Radiance>(2002) 후부터는 비교적 짧아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앨범 <Budapest Concert>(2020)에 수록한 재즈 스탠더드 ‘Answer Me’

그는 “마비된 왼손을 최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이 컵을 드는 정도를 기대한다며, 다시 정상적인 피아노 연주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토로했다. 하지만 예전 만성피로 증후군으로 집에서 두문불출하며 출반한 앨범 <The Melody at Night, With You>(1999)처럼 언젠가는 극적으로 스튜디오와 공연장에서 그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