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힐 하우스의 유령>(2018)은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넷플릭스 최고의 드라마라고 평가할 정도로 대단한 히트작이었다. 마이클 플래너건(Michael Flanagan) 감독은 속편에 관한 예상을 깨고 전작과는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블라이 저택의 유령>(The Haunting of Bly Manor) 9부작을 후속작으로 내놓았다. ‘힐 하우스’의 제작팀과 주요 배우들을 그대로 유지했고 유령이 나오는 고택을 주요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후속작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작에는 전작의 ‘목 꺾인 여자’나 ‘막대기를 든 남자’ 같은 무서운 유령들이 나오지는 않지만, 고딕 드라마 같은 전설과 사후세계 이야기가 섞여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전작의 로튼하우스 평점 93%보다 조금 낮은 87%를 받았으나, 고딕 호러 장르의 팬들은 이번 작품이 더 낫다고 평가할지도 모른다.

넷플릭스 호러 시리즈 <블라이 저택의 유령>(2020)

 

헨리 제임스의 고딕 호러 원작(1898)

현재 온라인 상영 중인 오페라 <The Turn of the Screw> 링크

<블라이 저택의 유령>은 1898년에 출판된 미국 소설가 헨리 제임스(Henry James)의 중편 소설 <나사의 회전>(The Turn of the Screw)을 기반으로 각색했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에 출판되어, 세기말에 인기를 끌었던 고딕 호러 장르의 대표작으로 인정받는다. 이 작품은 1950년대 브로드웨이 연극이나 발레, 또는 오페라 형식으로 인기리에 상연되기 시작했고, 1960년도에는 영화나 드라마로도 활발하게 제작된 고전이다. 당시 영국에서 제작된 영화 <The Innocents>(1961)나 <The Nightcomers>(1972)는 각각 데보라 카(Deborah Kerr)와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가 주연을 맡은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플래너건 감독은 원작의 골격과 등장인물을 그대로 살린 채 자신만의 전혀 새로운 스토리 라인으로 탈바꿈했다.

네 편의 영화에서 퀸트(Quint)의 유령이 창 밖에 등장하는 명장면 비교 영상

 

‘고택의 유령’ 앤솔러지

<블라이 저택의 유령>의 빅토리아 페드레티(‘대니’ 역)와 올리버 잭슨-코헨(‘피터 퀸트’ 역)

전작 <힐 하우스의 유령>에서 어린 시절의 유령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캐릭터를 맡았던 빅토리아 페드레티(Victoria Pedretti)와 올리버 잭슨-코헨(Oliver Jackson-Cohen)이 주연급으로 다시 출연하였다. 빅토리아 페드레티는 넷플릭스 드라마 <You>의 두 번째 시즌에 이어, 이번 작품의 중심인물인 가정교사 ‘대니’ 역을 맡아 넷플릭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배우가 되었다. 그 외에도 아이들의 삼촌 ‘헨리 윈그레이브’ 역의 헨리 토마스(Henry Thomas), 그리고 플래너건 감독의 실제 아내인 케이트 시걸(Katie Siegel) 역시 전작의 ‘테오’(Theo)에 이어 흑백 화면의 ‘비올라’(Viola)로 출연하였다. 전작에서 스크린 구석의 숨은 유령 찾기로 화제가 되었듯이, 이번 작품에서도 화면 곳곳에 숨어있는 유령 찾기가 또 다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82번째 숨은 유령을 찾았다는 영상이 소개되었는데, 앞으로 더 많이 나올지도 모른다.

82번의 숨은 유령이 소개된 인터넷 영상

 

재확인과 해석이 필요한 복잡한 설정

각 에피소드의 제목은 복선과 암시를 담고 있다

이 드라마 역시 한동안 온라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전작처럼, 저택의 구석에 숨어있는 유령이나 뒤에서 알게 된 복선과 암시를 확인하기 위해 앞의 에피소드를 다시 보게 된다. 어느 정도 시청 진도를 나가게 되면, 호러 영화를 보았던 경험을 살려 어떤 캐릭터는 이미 죽은 유령이 아닐까, 실존 인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 속의 인물이 아닐까 하는 여러 가지 의심을 가지게 된다. 가끔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고, 때에 따라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온라인에는 벌써 많은 해석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여기에는 배우들이 직접 등장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특정 배우의 반지나 눈동자 색깔에서 유령에 씌었다는 가설을 제시하기도 한다.

복선이나 암시에 관한 질문에 각자 답하는 배우들(Buzz Feed)

<블라이 저택의 유령>이 넷플릭스의 차트 상위권을 점하자 벌써 세 번째 유령 시리즈에 관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마이클 플래너건 감독과 그의 단짝인 제작자 트레버 메이시(Trevor Macy)는 올해 말 넷플릭스에 소개될 예정인 호러 드라마 <Midnight Mass>를 마무리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두 시리즈가 넷플릭스에서 거둔 성과를 볼 때 세 번째 시리즈가 나올 것임은 틀림없을 것으로 보인다.

<블라이 저택의 유령>에 대해 설명하는 감독과 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