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있는 팜데일(Palmdale)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여덟 살의 초등학생 가브리엘 페르난데즈(Gabriel Fernandez)가 자신이 살던 집안에서 계부 역할을 하던 친모의 남자 친구에게 구타당한 후 이틀 만에 병원에서 사망한 것이다. 그의 몸에는 그동안 학대당하고 고문당한 흔적이 수없이 발견되었으며, 친모 역시 함께 그를 학대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친모와 남자 친구는 1급 살인죄라는 중죄로 기소되어 재판에 회부되었으며, 아이의 죽음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사회복지사 네 명 또한 검찰에 기소되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6부작 <The Trials of Gabriel Fernandez>(가브리엘의 죽음: 누구의 책임인가?)는 5년 동안 진행된 재판 과정을 상세히 다루어 사건 당시의 충격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큐멘터리 6부작 <The Trials of Gabriel Fernandez> 예고편

국내에서도 부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장시간 갇힌 아이들이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던 차라,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및 이로 인한 사망 사건을 미국 사법에서 어떻게 다루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6부작 다큐멘터리에서 자세히 묘사된 학대 내용은 그 정도가 너무나 지나치고 심각하여, 사전에 시청자들의 제한 시청을 권할 정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피해자 가브리엘은 태어나자마자 친모에게 버려져 친척에 의해 양육되었다가, 정부 보조금을 타기 위해 갑자기 친권을 주장한 불안정한 친모와 함께 산 지 8개월 만에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가브리엘(왼쪽)과 살인죄로 기소된 두 범인(오른쪽)

이 짧은 시기에 아이는 수시로 구타를 당하거나 책장의 작은 공간 안에 장시간 갇혔고, 청소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고양이 변기용 모래를 먹기도 했다. 심지어 친모가 소지한 BB총과 가스 스프레이에 얼굴을 맞기도 했다. 몸에서 발견된 수많은 상처로 인해 부검에 이틀이 걸릴 정도였다. 아이의 고문과 사망에 가담한 두 사람은 1급 살인죄로 기소되어 친모는 종신형 선고를 받았고, 직접 살해한 친모의 남자 친구는 초범임에도 사형이라는 중형이 선고되었다.

가브리엘 친모의 종신형 선고에 대한 뉴스 보도(2018년 6월)

사건이 일어나기 전 아이의 학교 담임교사 신고에 따라 시청 산하 부서 DCFS(Department of Children and Family Services) 소속의 사회복지사와 지역 경찰이 가브리엘의 집을 여러 차례 방문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아동 보호에 실패하여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 이들은 오히려 친모의 말을 믿고 아이를 거짓말쟁이로 보고하였고, 심지어 이들 방문 후에는 더 심한 폭행이 이어졌다. 검찰은 사회복지사 두 명과 그들의 상관 두 명을 기소하였으나 유죄 선고를 끌어내지는 못하였다. 이 사건 후 DCFS는 사회복지사의 과중한 업무를 줄이기 위해 수천 명을 추가 충원하였고, 업무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후 같은 지역에서 10세 소년(Anthony Avalos)이 친모와 그의 남자 친구에게 살해당하는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여 여전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10세의 Anthony Avalos 살해 사건에 관한 뉴스 보도(2019년 8월)

천재 해커의 죽음을 다룬 <누가 애런 슈워츠를 죽였는가?>(2014)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다큐멘터리 감독 브라이언 나펜베게르(Brian Knappenberger)는 2년 동안 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충격적인 사건 내용에 정신적으로 흔들려 심리 치료사의 도움을 받으며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를 보는 사람들도 감독과 마찬가지로 극심한 울분에 차겠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어째서 미국의 선진화된 시스템이 아동보호에 실패하는지 원인을 짚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브리엘 집 앞의 추모 장소 앞에 선 존 하타미 담당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