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고 오색 빛깔 화려한 단풍의 절정기가 지나가면 곧 잎이 떨어지는 스산한 풍경이 펼쳐진다. 여러 가지 빛깔과 감성으로 다가오는 가을에 재즈만큼 잘 어울리는 음악은 없을 것이다. 짙어 가는 가을에 잘 어울리는 재즈 스탠더드 다섯 곡을 소개한다.

 

빌리 홀리데이 ‘Autumn in New York’(1954)

브로드웨이 작곡가 버논 듀크(Vernon Duke)의 곡으로 뮤지컬 <Thumb Up!>(1934)에 처음 오른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재즈 가수들의 레퍼토리와 영화 삽입곡으로 쓰인 명곡이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음반 <Come Fly with Me>(1949)에 수록한 팝 버전이 빌보드 27위에 올랐고, 재즈 가수로는 빌리 홀리데이와 오스카 피터슨 반주의 1954년 싱글, 그리고 루이 암스트롱과 엘라 피츠제럴드의 <Ella and Louis Again>(1957)에 수록한 듀엣 버전이 가장 유명하다.

 

비지 어데어 트리오 ‘Autumn Leaves’(2003)

폴란드 출신의 작곡가 조셉 코스마(Joseph Kosma)의 곡으로, ‘Les Feuilles mortes’(The Dead Leaves)란 곡명으로 프랑스 영화에 처음 삽입되었고, 이어서 이브 몽땅의 샹송으로 인기를 얻었다. 미국에는 피아노 연주곡으로 처음 소개되어 1955년 빌보드 1위에 올랐고, 지금까지 팝과 재즈 스탠더드로 1,400회 녹음된 명곡이다. 근래에는 밴더빌트대 교수인 비지 어데어 트리오의 <Days of Wine and Roses>(2003)에 수록되어 유튜브에 올린 연주 영상이 재즈곡으로는 드물게 1,000만 조회 수를 얻었다.

 

존 콜트레인 & 자니 하트만 ‘Autumn Serenade’(1963)

1960년에 설립된 신생 재즈 음반사 임펄스(Impulse)의 프로듀서 밥 티엘(Bob Thiele)은 당대 최고 재즈 뮤지션 존 콜트레인의 쿼텟과 팝 가수 자니 하트만(Johnny Hartman)의 듀엣 음반을 기획했다. 이들을 1963년 3월 7일 스튜디오에 모여 발라드 10곡을 원테이크로 녹음하였고, 이 중 여섯 곡을 선곡해 발매했는데 이 음반은 재즈 발라드의 명반으로 손꼽힌다. 이 중 마지막 곡이 작곡가 피터 디로즈(Peter DeRose)의 1945년에 만든 ‘Autumn Serenade’다.

 

캐롤 슬론 & 필 우즈 ‘Autumn Nocturne’(1994)

위대한 재즈 싱어 카르멘 맥레이(Carmen McRae) 사망 이듬해인 1994년, 그를 추모하여 그가 즐겨 부르던 레퍼토리를 모아 캐롤 슬론(Carol Sloane)이 추모 앨범 <The Songs Carmen Sang>을 냈다. 여기에 수록된 ‘Autumn Nocturne’에는 색소포니스트 필 우즈(Phil Woods)가 클라리넷 연주를 보탰다. 이 곡은 러시아 출신의 작곡가 조세프 미로우(Joseph Myrow)가 1940년대 초반에 만든 곡으로, 클로드 손힐 오케스트라의 연주곡으로 소개되었다. 루 도널드슨의 <Blue Walk>(1948)에 수록한 알토 색소폰 연주곡 또한 유명하다.

 

스팅 ‘Windmills of Your Mind’(1999)

2019년 1월에 세상을 떠난 프랑스 영화 작곡가 미셸 르그랑(Michel Legrand)의 명곡으로, 영화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1968)에 수록되어 그에게 첫 아카데미상을 안겼다. 이 곡은 더스티 스프링필드와 호세 펠리치아노의 노래로 더욱 유명세를 얻었고, 1999년에 리메이크된 동명 영화에는 스팅의 리바이벌 곡이 엔딩 크레딧을 장식했다. 버그먼(Bergman) 부부의 시적인 가사 중 “That the autumn leaves were turning to the color of her hair”에서 가을 노래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