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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바깥의 것에서 받은 자극을 음악으로 만드는 밴드가 있다. 들으면,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 온 소리인지가 먼저 궁금해지는 것이다. 크루앙빈의 음악엔 출처를 콕 집어내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편안함과 신비한 매력이 있다. 태국, 인도, 이란, 스페인, 멕시코, 자메이카, 모든 곳에서 왔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들의 미스터리한 음악 세계를 들여다본다.

 

1집 <The Universe Smiles upon You>(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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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어를, 태국 음악을 알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음악에서 언어의 역할이 생각보다 크지 않음을 보여주는 연주곡들로 채워진 크루앙빈의 데뷔작이다. 크루앙빈(Khruangbin) 은 태국어로 ‘비행기’라는 뜻인데, 그런 의미를 모른 채 소리만으로도 태국을 떠올리는 데 충분하다. 타이 펑크의 사이키델릭한 리프와 따뜻한 나라 특유의 느긋한 여유가 여기에 있다.

크루앙빈 ‘Dern Kala’

미국 휴스턴 출신의 밴드 크루앙빈은 이국의 소리를 좋아하고, 찾아 들으며, 이것을 두루 섞어 음악으로 만든다. 데뷔작에 몰두해있던 당시, 이들은 태국 블로그를 통해 1960, 70년대 타이 펑크에 빠져들었고, 태국의 색채가 스리슬쩍 앨범 전반에 자리 잡게 된다. 크루앙빈의 첫 음반은 낯설어서 매혹적이지만, 특유의 따뜻함으로 많은 이들의 일상에 배경음악이 되었다. 태국 젊은이들을 포함해 태국 밖의 사람들은 미국 밴드의 음악을 통해 그동안 지나쳐온 태국 음악의 아름다움을 낚아 올리기도 했다.

20세기 태국음악 에센셜 믹스테잎 링크

 

2집 <Con Todo El Mundo>(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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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중동이다. 세 멤버 각자의 음악 취향이 조금씩 다른데, 베이스 주자 로라 리는 사이키델릭, 프렌치 팝, 기타에 마크는 에티오피아, 자메이카, 태국 음악에 좀 더 기울었고, 드럼과 키보드를 연주하는 DJ는 가스펠과 힙합 쪽이다. 구구쉬는 세 멤버 모두가 매료된 이란의 훵크 소울 뮤지션. 2집을 만들 때쯤, 구구쉬를 비롯한 중동 음악에 빠져있던 크루앙빈은, 이 영향을 앨범에 강하게 드러낸다.

Googoosh ‘Nimeh Gomshodeh Man’
크루앙빈 ‘Maria También’

 

3집 <Mordechai>(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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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앨범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크루앙빈은 인도에서도 몇 번의 공연을 했다. 이때 경험한 인도 음악과 휴스턴의 마하트마 간디지구 레코드 점에서 찾아낸 인도 LP판이 준 자극이 이번 작품에 자연스레 자리한다. 주로 아시아에 머물러 있던 레퍼런스 찾기는 자메이카, 콩고, 파키스탄, 도미니크, 카리브해, 그리고 남미로까지 뻗어 나간다.

크루앙빈 ‘Pelota’

이번 앨범부터 음악에 가사를 붙이면서, 크루앙빈은 전 세계의 맛을 색다른 방법으로 섞고 있다. 여러 개 나라의 음악을 통합하는 작업이나, 라틴음악 위에 스페인어 노랫말을 붙이는 방식이다. 복잡하고 섬세하지만, 음악 자체는 이전 작품들보다 보편적인 느낌이다. 지구에서 나온 모든 걸 섞다 보면 이미 알던 음악이 나오는 걸까? 하지만 싱글 ‘Pelota’는 아이티, 도미니카, 마르티니크의 소리를 하나로 합치면서도 앨범을 뚫고 나올 정도의 펑키함을 들려준다. 이걸로 크루앙빈만의 짜릿한 맛을 다음까지 기억할 수 있겠다.

 

Writer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신샘이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