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장르가 점점 다양해지고, 누구나 디제잉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디제이들의 믹스셋(mixset)은 리스너들에게 음반을 듣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디제이들의 인터뷰와 함께 믹스셋을 제공하는 ‘Golmokgil’을 비롯해 로컬 디제이들의 라이브를 24시간 스트리밍 하는 ‘Seoul community Radio’, 매번 새로운 장소에서 진행하는 디제이들의 라이브 영상을 릴레이로 공개하는 ‘MixMix TV’ 같은 채널도 생겼다. 여기, 올여름 당신의 휴가를 즐겁게 해줄 네 디제이의 믹스셋이 있다.

 

1. Soulscape

2016년에도 우린 여전히 Soulscape가 클럽에서 트는 음악에 춤을 출 수 있다. 생소했던 음악이 생기고, 그 장르가 부흥하기까지 활동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Soulscape의 Golmokgil 믹스는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고 자주 플레이하곤 하지만 한 번도 믹스로 만들어 본 적 없었던 1980년대 훵크(Funk)와 부기(Boogie) 스타일의 음악들로 채웠다”고 한다. 두말하면 입 아플 그의 선곡은 물론, 간혹 들리는 스크래치 소리는 무작정 밖으로 나가고픈 충동을 일으킨다.

▼ Golmokgil이 송출한 Soulscape의 믹스셋

 

2. Magico

사람들로 넘치는 주말, 이태원 클럽 ‘mystik’에 가면 Magico를 볼 수 있다. 그의 플레이는 어느 순간 턴테이블을 이용해 브레이크를 걸거나, 빌드업-드랍시키는 따위의 화려한 테크닉이 없다. 사실 앞서 말한 테크닉들은 어쩌면 그에게 불필요한 ‘행동’일 수 있다. 평소 날카로운 취향의 선곡으로 내한공연 온 아티스트까지 춤추게 하는 Magico의 디제잉은 곡들의 결이 마치 하나같고 믹싱의 호흡도 긴 편인지라 평소 이런 음악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집중력을 놓지 않고 믹싱 곡들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그만의 표현력과 감정선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플레이가 끝날 때 느껴지는 아쉬움은 어떤 로컬 디제이도 대체할 수 없다.

▼ Golmokgil이 송출한 Magico의 믹스셋

 

3. Swerve

딥 하우스(Deep House), 테크 하우스(Tech House), 프로그레시브 하우스(Progressive House)의 영역을 넘나드는 Swerve의 디제잉을 보면 다른 디제이와 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NI’ 사의 ‘Kontrol' 시리즈 컨트롤러를 사용해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을 마치 자신의 곡처럼 활용한다. 가끔 정교하고 깔끔한 믹스를 선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면 리치 호틴(Richie Hawtin)이 떠오른다. 믹싱할 때 스토리를 가장 중점으로 둔다는 그의 믹스셋은 가만히 앉아 듣기보다 운동을 하거나 드라이브할 때 듣는 것을 추천한다.

▼ MixMix TV가 송출한 Swerve의 믹스셋

 

4. Quandol

얼마 전 이태원 클럽 ‘Cakeshop’에서 7시간 셋을 무리 없이 소화한 Quandol은 항상 자신을 디제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7월 11일 업로드한 이 믹스에는 일일이 다 적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음악들이 Quandol의 취향 아래 모여 있다. 퍼커션, 드럼 연주자일 때와는 달리 좀 더 개인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그의 디제이 셋은, 덥(Dub)을 기반으로 유행에 상관없이 여름에 들으면 좋은 음악들이 주를 이룬다.

▼ Seoul Community Radio가 송출한 Quandol의 믹스셋




Writer

GRAYE는 군산 출신의 프로듀서다. 비트 신의 음악을 탐구하는 것으로 시작해, 전시와 무용 등 다방면의 예술 세계를 만나는 것으로 꾸준히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13년 [MON] EP로 인상적인 데뷔를 치렀고 [{notinparis}], [Junk Pixel/Empty Space] 등의 음반을 발표했다. 토키몬스타(TOKiMONSTA), 온라(Onra) 등의 내한 파티에서 오프닝을 맡는 동시에 '소음인가요', 'Crossing Waves' 등의 전시에 참여하고 'Fake Diamond' 무용 공연에 뮤직 수퍼바이저로 참여하는 등 현재 한국 비트 뮤직 신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GQ KOREA는 그를 ‘6인의 비트메이커’로 선정했고, [Junk Pixel/Empty Space]는 린 엔터테인먼트가 꼽은 2015년 한국 팝 싱글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