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영화나 스릴러 드라마에는 ‘히트맨’(Hitman)이라 불리는 캐릭터가 종종 등장한다. 이들은 개인적인 원한 없이 고용주와의 계약에 의하여 청부 살인(Contract Killing)을 저지른다. 호주 당국의 조사에 의하면, 살인 사건의 2% 정도가 히트맨에 의한 범행이라고 한다. 실제로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치과의사 글레넌 엥글레만(Glennon Engleman)은 30여 년 동안 히트맨으로 이중생활을 하다가 체포되었고, 배우 우디 해럴슨의 아버지 찰스 해럴슨 역시 청부 살인죄로 체포된 히트맨이었다. 영화는 히트맨을 어떻게 묘사하는지 대표적 히트맨 영화 네 편을 통해 알아보았다.

 

<레옹>(1994)의 ‘레옹’

국내 개봉 당시 15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하나의 신드롬으로 자리잡은 이 영화에는, 검은 외투를 입고 화초를 키우며 사회와 격리된 채 고독하게 살아가는 전문 킬러 ‘레옹’(장 르노)이 나온다. 그에게 삶의 의미를 되살려준 12세의 옆집 소녀 ‘마틸다’(나탈리 포트만 데뷔작)를 죽음으로부터 구해주게 되고, 그를 뒤쫓는 악역 형사(게리 올드만)에 맞서면서 역대급 삼각 캐릭터를 형성하였다. 뤽 베송 감독의 전작 <니키타>(1990)에 나왔던 ‘빅터’(장 르노) 캐릭터를 주연급으로 살려 제작되었고, 전작을 뛰어넘어 히트맨 영화의 컬트 클래식으로 자리잡았다. 영화의 슬픈 감성을 돋보이게 한 음악으로 스팅의 ‘Shape of My Heart’가 삽입되었다.

영화 <레옹>의 삽입곡 ‘Shape of My Heart’

 

<콜레트럴>(2004)의 ‘빈센트’

톰 크루즈와 제이미 폭스의 투톱 연기로 유명했던 영화로, 아카데미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빈센트’는 LA에서 하룻밤에 다섯 명을 연속 살해하기 위해 고용된 전문 히트맨이고, ‘맥스’는 그가 우연히 탑승하게 된 택시의 운전사다. 두 사람은 함께 LA 밤거리를 다니며 인생의 고독과 허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뜻밖의 친밀감을 나눈다. 마지막 장면에서 빈센트의 “LA 지하철에서 한 남자가 죽으면 누가 알기나 해줄까?”라는 대사로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영화는 2억 2,00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올렸고, 톰 크루즈는 냉혹한 히트맨 연기를 해도 멋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영화 <콜래트럴> 예고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의 ‘안톤 시거’

아카데미 4관왕의 영예와 함께 코엔 형제 최고 명작으로 평가되는 <No Country for Old Men>에는 ‘안톤 시거’라는 살벌한 히트맨이 등장해 의뢰와 자신이 하고 싶어서 저지르는 살인을 가리지 않고 저지른다. 샷건과 공기펌프를 이용한 영화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살인을 보여주기도 한다. 스페인 출신의 인기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Xavier Bardem)이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악역 연기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조연상을 차지했다. 그는 영화의 잔혹한 폭력성을 상징하는 캐릭터지만, 동전 내기로 살인 여부를 결정하여 ‘운명론 대 자기결정론’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영화는 2,500만 달러의 비교적 작은 예산으로 제작되었지만, 영화관에서 1억 7,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한 수많은 상을 받은 명작이 되었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예고편

 

<존 윅>(2014)의 ‘존 윅’

이 영화에는 마치 만화 같은 현란한 액션을 선보이는 전직 히트맨 ‘존 윅’이 등장하는데, 그 배경에는 채드 스타헬스키(Chad Stahelski) 감독이 있다. 그는 이소룡 아들인 브랜든 리와 무술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로, 브랜든 리가 영화 <크로우>(1994) 촬영 도중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자 그의 대역을 연기하면서 영화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를 발판으로 <매트릭스> 3부작에서 키아누 리브스의 무술 장면을 연기하면서 그와 인연을 맺었고, 가수 비 주연 영화 <닌자 어쌔신>(2009>에서는 대역과 함께 조감독으로서 영화 제작에 나섰다. 이 영화의 국내 개봉 당시 영화 <아저씨>의 영향을 받았다는 냉소를 받으며 흥행이 저조했으나, 해외에서는 <존 윅 2: 리로드>(2017), <존 윅 3: 파라벨룸>(2019)로 이어지며 인기 프랜차이즈 영화로 안착했다. 2022년에는 <존 윅: 챕터 4>가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 <존 윅>(2014)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