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만화나 디즈니 영화, 최근에는 모션 캡처 배우 출신인 앤디 서키스(Andy Serkis)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로 우리에게 친숙한 <정글북>(The Jungle Book)은 지금으로부터 100년을 훌쩍 넘긴 1894년에 출간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국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은 인도에서 태어나 정글 주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정글북>을 썼다. 호랑이 쉬어 칸(Shere Khan), 곰 발루(Baloo), 늑대 아킬라(Akela)와 같이 동물을 개성적인 캐릭터로 의인화하여 어린이들에게 교훈과 영감을 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은 재미있는 아동서적을 넘어서 어린이들에게 규칙에 대한 존중과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르쳐, 당시 영국에서 시작된 보이스카우트 운동 확산에 큰 영향을 끼쳤다.

넷플릭스 영화 <모글리: 정글의 전설>(2018) 예고편

아동 도서의 대표작이 된 <정글북>은 미디어 기술이 다양화됨에 따라 만화나 드라마 또는 영화로 제작되어 세계적으로 널리 퍼졌다. 맨 먼저 1942년에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던 인도 배우 사부(Sabu)를 주연으로 한 흑백 영화가 제작되었고, 디즈니는 1967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여 제작비의 94배인 3억 8,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디즈니사와 일본 애니메이션사는 각각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TV에서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 영화화 차원에서 제작된 <정글북>(2016)은 무려 9억 7,0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최근에는 워너 영화사가 시작한 앤디 서키스 감독의 <모글리: 정글의 전설>(2018)이 극장 대신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었다.

디즈니 실사 영화 <정글북>(2016) 예고편

<정글북>을 쓴 작가 키플링은 당시 인도에서 전해 내려온 민담이나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 바 있으며, 어린아이가 동물들에 의해 양육된 사례는 실제 여러 건이 있었다고 보도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디나(Dina Sanichar) 사건은 <정글북>에 영감을 준 실제 사례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 그는 <정글북>이 출간되기 20여 년 전인 1867년 북부 인도에서 늑대 무리와 함께 발견되었다.

1867년 늑대의 무리에서 양육된 인도 소년 디나(Dina Sanichar)

당시 사냥꾼에게 발견된 늑대 소년 디나의 나이는 여섯 살이었고, 늑대와 함께 네 발로 걸어 다녔다. 사냥꾼들은 늑대 무리가 살던 동굴 입구에 불을 피워 소년을 구출하여 문명 세계로 데려왔고, 그의 이름을 세례명인 ‘디나‘라 불렀다. 그는 말을 하지 못하고 늑대처럼 울부짖기만 했으며, 날고기만 먹고 사람들과 제대로 관계를 맺지 못했다. 20여 년 동안 고아원의 목사로부터 보살핌을 받았으나, 문명 사회로의 적응은 순조롭지 않았다. 단지 인간의 좋지못한 습관인 담배를 배워 평생 애연가로 살았다고 전해진다. 결국 1895년 <정글북>이 출간된 이듬해 35세의 이른 나이에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2013년 블루레이로 재출간된 디즈니의 기념비적 애니메이션 <정글북>(1967)

그가 남긴 흑백 사진을 보면, 그의 눈매나 인간의 옷을 입은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는 야생에서 6년을 살았고 인간 세계에서 20여 년 이상을 살았으나, 평생 말을 하지 못했고 문명 세계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하여 늑대 소년이라 불렸다. <정글북>에서 모글리의 독백에서 알 수 있듯이, 야생의 세계와 문명 세계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중간 어디에 내던져진 외톨이였다. “인간의 무리나 늑대 무리 모두 나를 내쫓았다. 이제 나는 정글에서 혼자 사냥하며 살아가리라!”

최초의 <정글북> 영화(1942). 헝가리 코다 형제가 제작하여 아카데미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