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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세상에 처음으로 자신의 음악을 들고나온 신인들이 있다. 공연도, 홍보 이벤트도 포기해야 하는 이때, 이들은 데뷔작을 내놓은 것이다. IMF에 가게를 새로 차린 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볼 수 있겠다.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관심으로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자. 지나치기엔 아까울 만큼 신선함, 위로, 즐거움을 가져다줄 음반이다.

 

1. 레미 울프 (Remi W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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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 울프의 강렬한 개성이 곧 그의 음악이 된다. 프린스나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처럼 자신을 음악에 녹일 줄 아는 신인의 등장이다. 레미 울프는 “펑키-소울-색감 폭발의 유토피아”란 단어로 그의 음악을 요약한다. 화려한 패턴과 색감의 옷을 겹쳐 입는 레미 울프는 옷을 입듯이 음악을 만든다. ‘Woo!’나 ‘Photo ID’는 효과음, 악기 연주, 전자 사운드까지 몇 겹의 소리로 꽉꽉 채워져 있다. 달콤하고 밝은 소리로 코팅한 펑키 소울 음악이다.

Remi Wolf ‘Woo!’

가사에도 레미 울프의 캐릭터가 살아있는 점이 좋다. ‘Woo!’에서 그는 사랑을 얘기하다가도 “치과의사가 치실질 좀 하래”, “지갑을 잃어버렸어”라며 생각이 꽃밭으로 향하는 ADHD식 사랑 표현을 보여준다. 그의 독특한 세계를 온전히 경험하고 싶다면 뮤직비디오를 볼 것을 추천한다. ‘Disco Man’이나 앞서 언급한 두 곡은 레미 울프와 Agusta Yr가 직접 제작한 초현실적인 3D 비주얼 영상이 있다. 비록 비대면 사회에 데뷔했지만, 남들과 똑같은 건 싫다는 그는 촬영장 없이도 3D렌더링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LA 최초로 주차장에서 드라이브-인 공연을 펼치며 자신만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2. 트위스트 (tw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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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코모리 아이가 만든 음악은 이런 걸까? 트위스트는 자신과 디지털 세계와의 관계를 이번 작품에 담았다. 고도로 디지털화된 사회를 살아가며 느낀 감정적인 고충에 관한 이야기다. 단언컨대 SIFI답거나 인간미 없는 음악이 아니다. 놀랍게도 트위스트는 밀레니얼, Z세대가 살아가는 미디어 사회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과 그들이 느낄 외로움을 감성적인 음악으로 가꿔냈다. 트위스트의 음악이 감정의 영역을 건드리는 건, 14살에 집을 나와 인터넷이랑만 교류하며 지낸 당시의 처절한 고독과 외로움이 전달되기 때문일 것이다.

twst ‘sad girls club but u gotta be cute (official video)’

방은 트위스트에게 큰 세상이다. 여기서 음악을 만들고, 녹음, 프로듀싱하며, 또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도 한다. 작은 방에서 나온 생각이지만 주제는 다양하다. TV 속 여성이 TV 밖의 사람을 사랑한다는 설정에서 쓰인 ‘Girl on Your TV’(“넌 날 켤 수 있지만, 네가 하듯이 난 널 만질 수 없어”)나 SNS와 현실 간의 괴리에서 오는 외로움을 다룬 “sad girls club but u gotta be cute”(예쁜 애처럼 사진을 찍어 올렸지만, 실제론 외롭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의 가사는 간결하면서도 현실적이다. 트위스트는 유튜브를 비롯 SNS에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올리며 자신을 홍보하고 있다. 그가 미디어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방식은 콘텐츠 전문가들도 참고하면 좋을 정도다. 트위스트는 이미 디지털 세계와 더 가까워질 미래에 대한 적응을 마치고, 그에겐 시대의 아이콘이 될 일만 남은 것 같다.

 

3. 장 도슨 (Jean Daw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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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도슨은 경계를 뛰어넘는데 두려움이 없다. 그는 여러 장르의 문법을 취해 음악을 만든다. 주로 펑크, 인디 록, 트랩, 얼터너티브를 재료로 한다. ‘Antiwarp’ 같은 곡은 완전한 인디 록으로 봐도 될 정도다. 암묵적으로 백인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펑크, 인디 록, 얼터너티브를 블랙 뮤직과 섞는 데서 대담함이 느껴진다. 그의 멘토마저도 “너는 왜 백인의 음악을 하려고 하니”라며 만류했다지만, 유년 시절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국경을 넘어 등하교했던 장 도슨에게 이런 음악적 장벽이 크게 다가오진 않았을 것 같다.

Jean Dawson ‘Power Freaks’

장 도슨은 2년 전부터 활동을 시작해 첫 싱글 ‘Bull Fighter’를 포함한 데뷔 EP <Bad Sports>를 작년에 발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전 내놓은 싱글 ‘Power Freaks’, ‘Clear Bones’에선 이전보다 90년대 펑크, 얼터너티브를 더 강조하며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는 모습이다. 그의 음악은 느리고 거칠지만, 편안함에 대한 메시지를 다루는 곡이 많다. 자신이 유년시절 하나에 정착하지 못했던 것처럼, 장 도슨은 음악을 통해 다차원적이어서 여기저기를 탐험하고 떠돌고 있는 아이들에게 안심을 주고 싶다고 한다. 물론 그런 아이가 아니더라도, 장 도슨의 음악은 듣기 좋을 것이다.

 

Writer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신샘이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