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전체가 전구를 친친 감고 있어 싱가포르는 ‘크리스마스 트리’라고 불린다. 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작은 전구들의 요란함 때문에, 싱가포르는 일 년 열두 달이 크리스마스라고도 한다.” 이순미 작가가 싱가포르를 배경으로 쓴, <싱가포르, 유리벽 안에서 행복한 나라>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열대 나무와 야자수들은 불빛 때문에 초록이 옅어졌지만, 야경만큼은 예술적이고 낭만적인 나라. 싱가포르의 음악을 소개합니다.

 

Sobs ‘Telltale Signs’

Sobs는 3인조 드림팝, 인디팝 밴드로 2017년 데뷔 EP를 발매한 비교적 신인 밴드입니다. 데뷔 후 싱가포르 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등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하고 있고, 동남아시아 크고 작은 페스티벌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필터 가득한 정방형의 뮤직비디오에는 싱가포르의 구석구석이 매력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음악의 유튜브 댓글을 보면 ‘#supportlocal’이라는 해시태그를 찾아볼 수 있는데, 싱가포르의 로컬 음악을 응원하는 운동입니다. 도시국가의 세련됨과 동남아시아의 무드가 합쳐진 기분 좋은 곡입니다.

 

Subsonic Eye ‘The Tired Club’

Subsonic Eyes는 첫 곡으로 소개해드린 Sobs와 같은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입니다. 이 레이블은 Middle Class Cigars라는 레이블인데, 이외에도 Comsmic Child와 같은 드림팝, 인디팝 계열의 팀들이 속해 있습니다. 미국의 인디록 밴드 Beach Fossils와 A Place To Bury Strangers의 싱가포르 공연 오프닝을 맡았습니다. 첨부한 링크는 오피셜 오디오가 아닌 2019년의 공연 현장을 준비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장소인데, 뮤지션과 관객의 뜨거움이 전해져옵니다. 사실 이런 분위기의 공연은 모든 나라에 있다고 해도 좋을, 익숙한 청춘의 분위기라서 더욱 정감이 갑니다.

 

.gif ‘Let's Go’

유튜브 조회수가 많지 않은 곡을 준비했습니다. <Music A> 방송에서 모두가 감탄했던 곡입니다. .gif라는 이름의 일렉트로닉 듀오의 곡입니다. 2015년 앨범 이후 첫 앨범이 2020년 4월에 나왔습니다. 그 사이에 앨범 소식은 없었지만, 유럽 투어를 비롯해 대만, 중국, 홍콩, 호주 등에서 공연을 펼쳤습니다. 보컬 Weish는 sub:shaman이라는 실험적인 록음악을 하는 밴드도 함께 하고 있으며 솔로로도 음원을 발매 했습니다. 점차 악기를 쌓아가는 익숙한 계단식 편곡을 실험적인 사운드로 구현함으로써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곡입니다.

 

M1LDL1FE ‘Distraction’

마지막으로 2019년 잔다리 페스타에도 참여했던 밴드 M1LDLIFE의 곡을 준비했습니다. 2017년에 발매한 EP에 수록된 Distraction이라는 곡입니다. 위의 팀들과 마찬가지로 필리핀, 대만 태국 등 아시아 음악 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직 정규앨범은 없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팀입니다. 전신으로 Take Two라는 5인조 밴드가 있었는데, 공동 창립 멤버가 탈퇴한 후 이름을 M1LDL1FE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This is quality Singaporean indie music! Please make moreeeeee”이라는 유튜브 댓글이 눈에 띕니다. 인구수 580만의 도시국가에서도 로컬, 인디음악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알리려고 하는 마니아들을 보면서, 음악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 EBS 팟캐스트 <Music A>에 오시면, 더 많은 이야기와 음악을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Writer

EBS 라디오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