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록 밴드의 전성시대에 인디 신의 밴드들을 메인스트림 밴드의 대안이라며 ‘얼터너티브’(Alternative)라 불렀다. 이들은 거친 사운드와 시대상을 담은 가사로 젊은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았고, 인디 레이블에 몸담으며 대학가 또는 지역 거점을 파고들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1980년대에는 너바나(Nirvana),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같은 혁신적인 밴드들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며 메인스트림 시장을 파고 들었다. 이내 빌보드 차트에 얼터너티브 록 부문이 생기며 하나의 서브 장르로 자리잡았다. 이 중에는 독특한 매력과 카리스마를 지닌 여성 싱어송라이터를 전면에 내세워, 단번에 무명을 벗어나 정상에 올라선 밴드들이 있다. 당시 정상에 올라선 혼성 얼터너티브 밴드와 그들을 리드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프리텐더스(The Pretenders)

미국 오하이오 출신의 크리시 하인드(Chrissie Hynde)는 대학 졸업 후 유럽으로 건너가 여러 일을 전전하며 언더그라운드 신을 떠돌다, 세 명의 영국 뮤지션들을 만나 1978년 프리텐더스를 결성하였다. <Pretenders>(1980), <Pretenders II>(1981)가 연이어 호평을 받으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나, 두 명의 오리지널 멤버가 약물 과용으로 연이어 사망한다. 이 밴드는 보컬과 기타, 그리고 작곡을 맡은 크리시 하인드를 중심으로 수많은 멤버 교체를 거치며 이제 40주년을 맞았고, 올해 열한 번째 앨범 <Hate for Sale>(2020)을 발표했다. 그는 힌두교 신자이자 채식주의자이며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때로 ‘베스트 드레서’에 선정되는 등 60대의 나이에도 문화 아이콘으로 인기가 높다.

싱글 ‘Back on the Chain Gang’(1982) 실황(2014년, 영국)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

아일랜드 제4의 도시 리머릭(Limerick)에서 1989년에 결성된 4인조 밴드는 그들을 떠난 남성 보컬리스트를 대신하여 여성 보컬리스트를 찾기 시작했다. 지인의 소개를 받고 연인과 함께 오디션장을 찾은 18세의 돌로레스 오리어던(Dolores O’Riordan)은 얇게 떨리는 독특한 음색으로 크랜베리스의 보컬을 맡아, 이제까지 5,00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인기 밴드를 이끌었다. 하지만 그는 2018년 런던의 호텔 욕조에서 익사한 시신으로 발견되어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제 밴드는 활동을 멈추었고, 여덟 번째 앨범 <In the End>(2018)이 사후 발매된 유작이 되었다.

데뷔 앨범 <Everybody Else Is Doing It, So Why Can’t We?>(1993)에 수록한 히트곡 ‘Dreams’

 

가비지(Garbage)

너바나의 앨범 <Nevermind>(1991)의 프로듀서로 명성을 쌓은 부치 빅(Butch Vig)은 프로듀싱 업무에 지친 나머지, 동료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하기로 했다. 남성 일색의 밴드에 식상하던 차라 데보라 해리나 패티 스미스 같은 강인한 여성상의 보컬리스트를 원했고, 당시에 만연하던 괴성을 지르는 보컬 스타일이 아니라 절제된 스타일을 찾았다. 때마침 TV의 뮤직 비디오에서 딱 맞는 여성 보컬리스트를 보고 수소문한 끝에, 스코틀랜드 출신의 셜리 맨슨(Shirley Manson)을 찾아 1995년 마침내 4인조 밴드를 창단했다. 이들 네 명은 지금까지 함께 활동하며 여섯 장의 정규 앨범으로 1,700만 장을 판매한 슈퍼 밴드로 지금까지 활동 중이다.

데뷔 앨범에 수록한 최대 히트곡 ‘Foolish Girl’(실황 1996)

 

카디건스(The Cardigans)

1992년 스웨덴에서 결성된 5인조 밴드. 세번째 앨범 <First Band on the Moon>(1996)에 수록된 싱글 ‘Lovefool’이 영화 <로미오+줄리엣>에 수록되면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여섯 장의 앨범으로 1,500만 장의 음반을 판매했으나, 여성 보컬리스트이자 작곡을 맡은 니나 페르손(Nina Persson)이 자궁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느라 한동안 활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2012년 다시 밴드 활동을 재개했으나 대체 멤버(Oscar Humlebo)가 대체 보컬리스트로 투어 활동을 하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스튜디오 앨범 작업 없이 가끔 라이브쇼에 출연하며 밴드의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The Cardigans 'Lovefool' M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