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인 실체에 의해 지속적으로 폭행당하는 여자 이야기를 담은 호러 영화 <The Entity>(1982). 그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어서, 지금도 호러 영화 감독들의 리메이크 리스트에 자주 올라오는 컬트 클래식 영화다. 명감독 마틴 스콜세지 역시 이 영화를 <사이코>나 <샤이닝>보다 높은 순위인 네 번째 가장 무서운 영화로 꼽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심령의 공포>란 제목으로 개봉하여 당시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현재 같은 해에 나온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 1982)와 동급의 클래식 호러로 인정을 받고 있다.

영화 <The Entity> 예고편

더욱더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이다. 1978년에 출간된 동명의 서적(저자 Frank De Felitta)에 등장하는 '도리스 비서'(Doris Bither)라는 여성의 주장인데, 세 명의 건장한 남자 유령이 찾아와 성적으로 공격하고 학대했다는 것. 심리학자들은 심리적 트라우마에 따른 가위눌림(Sleep Paralysis) 현상에 불과하다고 믿었지만, UCLA의 배리 타프(Barry Taff) 박사는 특수한 촬영 장치를 이용해서 그 실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한다. 여자의 방에서 찍힌 타원형의 광선 사진(아래)은 사실이나 조작 여부에 대해 학계의 논란이 되었다. 그 실체에 의한 공격의 강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졌고, 도리스 비서는 실체를 피해 텍사스로 이주했다가 1995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도리스 비서의 머리 위에서 찍힌 광선 사진(1974)

영화 <The Entity>에서 도리스 비서 역을 맡은 바바라 허시(Barbara Hershey)는 뛰어난 연기로 아보리아즈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지만, 배역에 대한 논란도 상당했다. 제인 폰다, 샐리 필드 등 먼저 제안을 받은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모두 거절했고, 촬영 스케줄이 임박해서야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누드 장면에 대역을 쓴다는 조건으로 간신히 출연 계약이 이루어졌다. 영국에서 개봉할 때에는 한 여성 인권단체가 영화의 지나친 성적 공격 장면에 대해 데모를 벌이기도 했다.

도리스 비서 사건에 대한 배리 타프 박사의 인터뷰 영상

우여곡절 끝에 개봉한 영화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박스오피스 1,300만 달러를 벌어들여, 제작비 900만 달러를 조금 넘어선 정도였다. 하지만 스토리와 연기에 대한 평가는 좋았고 영화관에서 놓친 관객들이 비디오나 DVD로 빌려보며 진정한 가치를 평가받는 컬트 클래식 영화가 되었다. 2019년에는 컬렉션 아이템으로서 블루레이 디스크 한정판으로 다시 출반되기도 했다. 제임스 완 감독이 컨저링 제작팀과 함께 이 영화의 리메이킹에 나설 것이라 알려졌으니 앞으로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