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자란 풀이 누렇게 물들어 고운 바람에 황금빛으로 흔들리며 물결치고, 노랗게 물든 사시나무 잎들은 툭툭 떨어지고, 돌아가는 새가 타미르 강물에서 쉬며 점심참을 들고, 살오른 가축들은 강에서 나와 넓은 벌판으로 움직이며 풀을 뜯을 무렵 타미르 강 골짝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차드라발 로도이담바의 소설, <맑은 타미르강>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넓은 영토에 비해 인구가 300만밖에 되지 않아서, 수도인 울란바토르를 벗어나면, 자연 그 자체를 만날 수밖에 없는 나라가 바로 몽골입니다. 흔히들 몽골의 음악이라고 하면, 거칠고 토속적일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전혀 아닙니다. 자연이 묻어나오지만, 우리의 편견보다 훨씬 세련되고 매끈한 몽골의 음악을 소개합니다.

 

The Lemons ‘Husel’

첫 번째 곡은 몽골의 무지개가 묻어있는 The Lemons의 음악입니다. 몽골의 대표 밴드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반드시 나올 팀입니다. 2006년 플레이타임 뮤직 페스티벌에서의 첫 공연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합니다. 은유가 강한 시적인 가사가 특징입니다. 추천곡은 2013에 발표된 싱글이자 이후 3집 앨범에 수록된 ‘Husel(Wish)’이라는 곡입니다. “Шөнийн тэнгэрт одод түгээн / Чамдаа би очмоор / Нартай бороонд солонго татан / Наддаа чи минь ирээч (밤하늘에 뭇별들이 가득해 / 너한테 가고 싶어져 / 맑은 비에 무지개가 뜨네 / 나에게로 와줘)” 저마다의 노스탤지어를 소환하는 모던록 감성이 신스음의 점진적인 진행과 합쳐져서 청량함을 전해줍니다.

 

The SHOM ‘MISHEEL’

두 번째 곡은 몽골의 밤하늘이 묻어있는 The SHOM의 음악입니다. 이들은 2016년, 고등학교 친구들끼리 결성한 팀입니다. 이후 타이거 비어에서 전 아시아를 대상으로 펼치는 Tiger Jams Uncage 음악 경연대회에서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데뷔를 하게 됩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받아, 확실히 이전 세대의 밴드보다 매끈하고 팝에 가까운 프로듀싱이 돋보입니다. 요즘 뮤지션들답게 록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다른 장르와의 콜라보도 하는데, 2019년애는 여성 팝스타 Enkhlen와 함께 ‘LOVE’라는 곡도 발표합니다.

 

Hanggai ‘The Vast Grassland’

세 번째 곡은 몽골의 대지가 묻어있는 Hanggai의 음악입니다. 사실 Hanggai의 국적은 앞선 두 팀과는 달리 내몽골, 즉 중국 내의 몽골족 자치구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표방하는 정체성은 몽골의 그것이라고 느껴지기에, 몽골의 음악이라고 봐야할 듯합니다. 실제로 밴드명도 몽골 중부에 위치한 항가이 산맥에서 따왔습니다. 몽골 전통 창법을 록 음악과 접목했다고 알려져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밴드입니다. 공연을 직접 봐야 비로소 산과 강, 숲과 들판이 있는 이상적인 땅을 의미하는 단어 Hanggai의 세계관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와 함께 내한 공연이 무산되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꼭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Magnolian ‘The Dream of Ridiculous Man’

마지막으로 대자연 속에서 홀로 남겨진 인간이 묻어나는 Magnolian의 음악을 준비했습니다. 몽골 음악을 디깅하다보면 자주 등장하는 싱어송라이터입니다. 기타에서 Nick Cave가 생각나고, 선율에서는 Leonard Cohen이 떠오릅니다. 몽골을 대표하는 인디포크 싱어송라이터로, 2016년에 데뷔해서 그 해 잔다리 페스타와 그 다음 해 SXSW의 무대에 섰으며, 자국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2019년에는 미국 레이블과 계약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동명 소설에서 제목을 가져온 이 음악은 묘하게 미국 서부를 사막을 떠올리게 하는 데가 있습니다. 몽골의 자연을 생각하면 지리에서 오는 공통된 감수성이 있을 법합니다.

 

※ EBS 팟캐스트 <Music A>에 오시면, 더 많은 이야기와 음악을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Writer

EBS 라디오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