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를 등장시킨 첫 한국 상업영화, 2015년 첫 ‘천만 영화’ 돌파, 변칙 개봉 논란부터 아이돌과 한류스타들이 총출동한 레드카펫 행사까지 매일 ‘실검’에 오르는 등 가장 화려한 프로모션으로 주목받은 영화, <월드워 Z>와 <설국열차>를 합친 듯한 영화,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 오랜 기립박수 속 “당신의 다음 영화는 경쟁 부문에서 보게 될 것 같다”라는 찬사를 받은 영화.

그러나 영화팬들로 하여금 <부산행>을 가장 기대하게 하는 건, 앞서 나열한 어떤 수식어보다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영화’라는 한 마디 아닐까. 아직 연상호 감독을 모르는 독자라면, 아래 영화들을 먼저 감상해보자. 국내 첫 상업 좀비 영화를 만든 감독의 전작들은 모두 애니메이션이다. 단, 애니메이션 하면 떠오르는 ‘따뜻함’, ‘귀여움’, ‘가족적인’ 같은 단어와는 정반대의 세계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감상할 것.

 

1. <돼지의 왕>

The king of pigs l 2011 l 감독 연상호ㅣ출연 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박희본, 김꽃비

연상호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최초 잔혹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작품이다. 개봉 당시 폭력적이고 잔인한 수위로 예고편 심의가 두 차례나 반려되는 해프닝을 겪어 화제가 되었다. 영화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정종석(목소리 양익준)이 중학 시절 동창인 황경민(목소리 오정세)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15년 전 그들이 겪었던 결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절묘한 교차편집으로 실사 스릴러 영화보다 더한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해 국내 성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고, 그해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으로 등극했다. <똥파리> 연출과 주연을 맡은 양익준, 배우 김혜나, 박희본, 김꽃비 같은 독립영화계 주역들이 목소리 출연으로 총출동하여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학교라는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공간, 아이들의 잔혹성, 절대 사라지지 않는 폭력의 재생산을 강렬하게 표현한 수작이다. 청소년관람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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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이비>

The Fake l 2013ㅣ감독 연상호ㅣ출연 양익준, 오정세, 권해효, 박희본

수몰예정지역인 마을을 배경으로 기적을 빙자해 사람들을 현혹하는 목사와 그의 정체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술주정뱅이 폭군,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충돌을 통해 '당신이 믿는 것은 진짜인지’ 질문을 던지는 본격 사회고발 애니메이션이다. <습지생태보고서>,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등으로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최규석 작가가 <돼지의 왕>에 이어 다시 한 번 캐릭터 구축 작업에 참여했다. 주먹을 휘두르며 가족을 억압하는 가장 김민철(목소리 양익준),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사이비 종교에 몰두하는 딸(목소리 박희본), 믿음을 전도해야 한다는 ‘대의’를 명목으로 사기꾼들의 꼭두각시를 자청한 젊은 목사(목소리 오정세), 오로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사람들을 현혹하는 장로(목소리 권해효), 그리고 진실을 보려 하지 않는 마을 사람들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다양한 군상을 날카롭게 비판, 세계 각국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다. 실사영화를 뛰어넘는 스릴과 서스펜스, 사회를 분석하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 역시 청소년관람불가.

<사이비>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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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울역>

Seoul station l 2015 l 감독 연상호ㅣ출연 류승룡, 심은경, 이준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연상호 감독의 좀비 호러 애니메이션 <서울역>이다. <부산행>의 프리퀄 영화로, <부산행>의 세계관을 조망할 수 있는 작품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부산행>의 충격적인 첫 번째 시퀀스와 연계되어 있어 <부산행>을 재미있게 본 관객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영화다. <서울역>은 의문의 바이러스가 퍼진 서울역을 배경으로, 아수라장으로 변한 대재난 속에서 오직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서울역에 사는 노숙자가 이상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아비규환이 된 도시에서 가출한 딸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의 행적을 따라간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호러 애니메이션으로 장르 문법을 활용한 놀라운 좀비 영화”란 평과 함께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좀비 영화라 잔인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소개한 작품 중 유일한 15세관람가다. 배우 류승룡, 심은경, 이준이 목소리로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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