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이날치. 왼쪽부터 이철희(드럼), 이나래(보컬), 장영규(베이스), 안이호(보컬), 신유진(보컬), 정중엽(베이스), 권송희(보컬), 이미지 출처 - 우상희스튜디오

 

전에 있던 것으로 전에 없던 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타짜>, <곡성> 등 다수의 영화음악을 작업하고 밴드 ‘씽씽’을 이끈 장영규. 그가 주축이 된 새 밴드 ‘이날치’가 다시 한번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시작은 201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오른 <드라곤 킹>. 당시 장영규가 음악감독을 맡아 색다른 <수궁가>를 탄생시켰다. 그 후 내로라하는 소리꾼들과 ‘어어부프로젝트’·‘씽씽’의 이철희, ‘장기하와얼굴들’의 정중엽이 모였고, 19세기에 활동한 판소리 명창의 이름을 따와 ‘이날치’를 결성했다. 여러 명의 소리꾼이 <수궁가>를 부르는 모습에 국악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들은 얼터너티브 팝(Alternative Pop) 밴드를 표방한다.

드럼과 베이스로 만들어 내는 군더더기 없이 세련된 리듬. 그 위에 ‘토선생’과 ‘별주부’의 이야기 한판이 펼쳐진다. 강력한 중독성으로 무장한 ‘범 내려온다’, 숨 가쁜 판소리 플로우로 남다른 그루브를 자아내는 ‘좌우나졸’ 등 <수궁가>를 실험적이면서도 영민하게 풀어냈다. 사이키델릭, 디스코, 펑크, 신스팝 등 다양한 장르가 섞인 익숙하지만 낯선 소리에 몸이 이리저리 흔들거리는 건 당연지사. 곡과 함께 뮤직비디오와 앨범 아트워크도 큰 주목을 받았는데, 밴드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든 아트 디렉팅은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오래오스튜디오’가 담당했다.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온스테이지의 ‘범 내려온다’ 무대에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유려한 몸짓으로 흥을 돋운다. 이렇듯 다양한 협업으로 색다른 작당을 꾀하는 밴드 이날치. 그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싶은 걸까? 정규앨범 발매 직후 이날치 멤버(장영규, 안이호, 이나래)와 오래오스튜디오 강민경 실장을 만나 음악과 협업, 앨범의 뒷이야기를 두루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Q 프로젝트 그룹으로 시작했다고 알고 있어요. 어떻게 활동을 지속해 왔나요?

장영규(이하 영규) 처음에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냥 가볍게 “공연해 보자.” 정도로 시작했죠. 갑자기 일이 일사천리로 벌어지면서 팀이 됐어요. 이제 1년이 좀 넘었네요.

 

Q 이철희 드러머와는 ‘어어부프로젝트’와 ‘씽씽’을, 소리꾼 멤버들과는 <드라곤 킹>을 함께 했어요. 멤버들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영규 그것도 우연찮은 일이었어요. 정중엽은 ‘장기하와얼굴들’ 이후에 뭘 할까 고민을 하다가 저를 찾아왔어요. 누군지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만난 적은 없었고, 재작년에 처음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어요. 그때를 계기로 밴드 생각이 없던 그가 다시 밴드를 하게 됐죠. 처음에는 <드라곤 킹> 이후에 노래하는 다섯 명과 그때 했던 음악을 다시 해보기로 했어요. 원래 만든 음악은 연주곡인데 그건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서 밴드 음악으로 바꿨죠. 그러고 정중엽, 이철희가 들어왔어요.

안이호(이하 이호) 저는 2006~7년에 장영규 감독님께 요리를 배웠어요. 활동이 없었을 때였고, 그냥 뭐라도 해야겠다며 여기저기 다닐 때였죠.

영규 그럴 때 다 같이 만나서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 계속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이미지 출처 - 우상희스튜디오

 

Q 장영규 감독님은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업을 해오셨는데요. 음악으로 일종의 실험을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그렇게 다양한 시도와 활동을 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규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부터 연극, 무용,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친구처럼 있었어요. 저보다 나이가 15살 정도 많은 그들과 놀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작업을 하게 됐죠. 그들도 어렸고 같이 실험적인 작업을 했어요. 그러면서 유명해진 사람도 있고요.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왔지, “이것도 해야지”, “저것도 해야지”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접한 예술계 사람들이 안은미, 이불, 최정화 같은 사람들이었는데 다들 엄청나게 실험적이었어요. 그들이 마구 기를 내뿜을 때 만나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Q 감독님은 꾸준히 국악을 접목한 밴드 활동을 해왔어요. 불교음악, 가면극, 궁중음악 등을 다룬 ‘비빙’, 민요를 재해석한 ‘씽씽’, 그리고 판소리 ‘이날치’로 이어지는데 이들 간에 연결 지점이 있을까요?

영규 그냥 다 사람이었어요. ‘어어부프로젝트’ 할 때 원일이라는 친구 때문에 주변에 국악 하는 사람이 있었고, 안은미와 작업을 하면서 이호과 이희문을 만났어요. 음악적으로 변하는 시기도 있었는데 ‘비빙’이 끝나고 나서 ‘씽씽’을 만들 때 정확한 시장을 공략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즐겁고 재밌게 음악 하는 것도 좋지만 거기서 끝나는 것들에 허무함을 느꼈죠. 함께 하던 친구들이 금전적인 문제 등으로 작업을 그만두는 상황이 이어졌거든요. ‘씽씽’ 때 시장의 존재를 확신했고, 거기서 정당한 대가를 받아 다음 작업을 하는 ‘재생산’의 가능성을 봤어요.

이미지 출처 - 우상희스튜디오

 

Q 이날치는 베이스 두 대와 드럼, 다수의 소리꾼이라는 독특한 구성과 편곡 방식을 가지고 있어요. 이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영규 원래는 보컬이 다섯 명이었는데, 1시간 동안 소리를 길게 끌고 나가려면 몇 명이 좋을지를 먼저 상의했어요.

이호 이날치 이전 작업들에서 소리꾼의 목소리가 쌓이고, 빠졌다가 들어오는, 중첩되었다가 풀어지는 것들에 대한 실험을 충분히 못 했어요. 아쉬움이 남아있었는데 마침 그런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성별이 적당히 섞여서 “다섯 명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게 제 입에서 나온 것 같진 않은데.

영규 네 입에서 나왔어. (일동 웃음)

이호 아, 제 입에서 나왔나요? 제가 큰 그림을 그렸네요. (웃음) 베이스 두 대에 드럼 하나는 전적으로 영규 선생님 아이디어였어요. 전통음악으로 계속 작업을 해오면서 굉장히 직관적으로 판소리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감이 생기신 것 같아요. 이날치의 경우 노래로 표현하는 것들이 가득 차 있어서 다른 선율이 들어오면 사족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부딪칠 수도 있고. 그런데 베이스를 두 대로 편성하시더라고요. 상상도 못 했는데 “얼레?” 싶었죠. 그런 것들이 정말 좋았어요.

영규 전 세계적으로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이 만날 때 화성을 가져오는 방법을 주로 사용해요. 저는 거기에 크게 재미를 못 느껴서 항상 다른 길을 찾아봐요. 판소리는 타악기인 북 하나만으로 연주하고, 다른 성악들보다 덜 화성적이에요. 오히려 리듬이 더 화려하고 계속 변화가 있죠. 그래서 판소리에 제일 좋은 길은 리듬악기 세 개라고 생각했어요. 베이스도 크게 보면 리듬악기거든요. 리듬으로만 셋이 연주하고 그 위에 다섯 명의 소리가 들어가면 나름대로 완벽한 사운드를 만들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Q 매스컴에서 이날치를 다양한 국악 그룹들과 함께 다루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날치는 단순히 국악이라는 카테고리에 넣기는 힘든 것 같아요. 이날치만의 차별화된 색깔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영규 <뉴스공장>에서 황교익 씨를 만나고 한 얘기인데요. 밀가루로 반죽을 하고, 면을 만들어서 소스를 얹으면 그건 짜장면이지 밀가루가 아니거든요. 우리는 판소리로 다른 걸 만든 건데, 이걸 “판소리다”, “아니다”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국악 하는 보컬이 있고 판소리를 가져왔으니까 어떻게 만들었든 국악이나 퓨전 국악이라며 자꾸만 카테고리에 넣으려 하는데, 저는 전혀 다른 음악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목표하는 지점도 팝이었고, 오랫동안 본인들이 연마해온 판소리로 ‘춤출 수 있는 팝 음악’을 만든 거예요.

이나래(이하 나래) 이날치가 다른 점은 자아를 잃지 않으려 한다는 거예요. 보통 싱어가 있으면 악기는 서브로서 역할을 해요. 전통 판소리를 할 때도 고수와 같이 주거니 받거니 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든 맞춰주려고 하는 게 저는 싫거든요. 근데 이날치는 보컬과 악기가 각각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해요. 그 자체가 제일 즐겁고 좋아요.

이날치 ‘범 내려온다(With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온스테이지 영상

 

Q 오래오스튜디오는 어떻게 이날치의 비주얼 아트 디렉팅을 맡게 됐나요?

영규 저희가 ‘이날치’라는 이름 없이 그냥 연습 겸 놀자고 한 공연에 초청되어 왔어요.

강민경(이하 민경) 그때는 중엽 베이시스트와의 인연으로 그냥 놀러 갔어요. 클럽공연 포스터를 한번 만들어 달라고 하셔서 만들었고, 그러다가 계속 하게 됐습니다.

이호 코가 꿰었죠.

민경 그냥 코 꿴 수준이 아니라 아주 제대로. (웃음) 우연찮은 게 많았지만, 처음부터 재미있게 시작했어요.

오래오스튜디오와 인연이 된 공연 포스터, 이미지 출처 - Ore-Oh!studio
싱글, 정규앨범 티져 포스터, 이미지 출처 - Ore-Oh!studio

 

Q 이날치와 같은 밴드를 디렉팅 하는 것은 평소에 해오던 작업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민경 방법적으로는 같지만, 태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이날치는 저희에게 자체 프로젝트 개념이에요. 더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실험적으로 접근하죠. 이런 게 과연 먹힐까 생각하면서. (일동 웃음) 작업과 기획을 동시에 하며 오래오 자체 프로젝트처럼 욕심껏 하고 있어요. 다양한 아트워크를 시도해서 볼거리 있는 밴드로 만드는 게 목표에요.

오래오스튜디오. 왼쪽부터 강민경, 김가영, 박계현, 정예슬, 이미지 출처 - Ore-Oh!studio

 

Q 비주얼 아트 디렉팅의 역할과 범위는 어떤 것일까요?

민경 브랜딩, 앨범커버, 머천다이즈(굿즈), 피지컬 앨범(LP)은 물론이고 뮤직비디오 제작도 담당하고 있어요. 이날치 브랜딩과 앨범 커버, 피지컬 앨범은 오래오가 자체 제작하지만, 뮤직비디오와 머천다이즈는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고 있어요. 이날치만의 독창적인 비주얼을 구축하고, 시각적으로 남다른 퍼포먼스가 되도록 돕는 게 가장 큰 역할이에요.

이날치 엠블럼, 이미지 출처 - Ore-Oh!studio

 

Q <수궁가> 스토리에 맞춰 매달 2곡의 싱글을 발표하는 이날치의 <수궁가> 프로젝트가 완성되었는데요. 어떻게 진행했나요?

나래 (일동 웃음) 아,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호 왜 좋은 건데. 저희가 큰 그림을 그리고 한 건 아니었고요.

나래 멤버 중 한 명이 때마침 임신을 했어요. 최대한 빨리 복귀할 수 있는 시점을 잡았고, 그 공백기를 어떻게 효과적인 재정비 시간으로 가질지 고민했어요. 조금 생긴 관심의 끈을 유지해야 했고, 또 곧 앨범을 내야 하니까. 겸사겸사 전략적으로 생각해서 2곡씩 발매하고 굿즈도 중간중간 냈어요.

민경 온라인으로 계속 뭔가를 보여주던 시기였고, 뮤직비디오도 한 달에 두 편씩 나와야 해서 그 공백기를 저희가 감당해야 했거든요. 결국엔 타임라인을 지키지 못했지만. (웃음) 계속 뭔가를 채워 넣어야 했는데, 그런 것들이 많은 분의 관심을 끈 것 같아요. 범 내려온 날에 아기도 내려왔잖아요.

이호 ‘범 내려온다’ 싱글 발매일에 아기가 태어났거든요. 사실 활동을 재개하는 타이밍도 그 친구 아기 100일 이후로 잡았는데, 시기가 또 맞았어요.

민경 이날치는 모든 우연이 다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호랑이 뒷다리’ 뮤직비디오, 이미지 출처 - Ore-Oh!studio

 

Q 리듬과 특정 가사가 반복되어 중독성을 자아내요. 전통적인 <수궁가>와 어떻게 다른가요?

영규 판소리는 계속 변하고 있어요. <수궁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잘라 와서 하나의 곡으로 만들었죠. 정말 짧은 부분도 있고, 소리꾼 네 명이 재미있게 연출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서 만들고 있어요.

이호 <수궁가>와 다르게 하는 게 저희 목표가 아니에요. 재밌게 춤출 만한 음악을 만드는 게 중점이에요. 그에 초점을 맞춰서 수궁가를 저희 나름대로 조합하는 거죠.

영규 결론적으로 다르게 되는 부분도 있고 원래대로 가는 부분도 있고 그래요.

 

Q 1집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을 소개해주세요.

이호 다 좋아서. (일동 웃음)

민경 ‘별주부가 울며 여쫘오되’도 그렇고. 음원으로는 ‘신의 고향’이 굉장히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아, 근데 다 소중한 곡일 텐데 순서를 매겨버렸네요.

영규 버릴 곡은 없는 것 같아요. 근데 LP 제작 단계에서 시간 탓에 ‘약일레라’가 버려졌어요. 최근엔 그 곡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있어요.

‘약일레라’ 뮤직비디오

 

Q 커버와 뮤직비디오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어요. 정규 앨범 커버가 특히 강렬합니다.

민경 작업하기 전에 이호 님이 우리 스튜디오에 와서 <수궁가>를 완창해주셨어요. 3~4시간 동안 직접 북을 치고 해설까지 해주시면서요. 이것도 영규 감독님 아이디어였는데 “너희가 작업하려면 이것부터 알아야 해.” 이런 게 있었죠. <수궁가>가 소재니까 스토리가 굉장히 중요했는데, 덕분에 이해도가 충분한 상황에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싱글은 동물을 한 마리씩 등장하게 해서 이야기가 살짝이라도 보이게 했어요. 마지막 정규앨범에는 비주얼 적으로 강렬한 게 필요해서 ‘출동’, ‘출범’의 느낌으로 완성했죠. 정규앨범 커버를 만들어 놓고 과연 감독님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걱정했어요. 저희가 하고 싶은 걸 하더라도 감독님 의견이 중요하니까요. 근데 감독님이 “화려하네요.” 이러시는 거예요. “역시 너무 화려할까요?”라고 하니, “아니오. 좋아요.”라고 하셨어요.

정규 1집 <수궁가> 앨범 커버. 출범하는 범, 독수리, 날치, 토끼, 자라, 이미지 출처 - Ore-Oh!studio

 

Q 뮤직비디오 작업은 다양한 그래픽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이 돋보여요.

영규 제가 전곡을 뮤직비디오로 만들면 어떻겠냐고 했어요.

민경 감독님이 뮤직비디오라고 지칭을 하지는 않았어요.

영규 그렇죠. 뮤직비디오를 만들 생각은 없었고, 아트워크나 영상이었죠.

나래 분명히 처음에는 짧게 한다고 그랬는데.

민경 요즘은 유튜브로 스트리밍을 많이 하니까 그냥 반복되는 이미지여도 괜찮으니 아트워크 필름 형식을 만들자고 했어요. 저희도 재미있을 것 같아 찬성했고, 더 나아가 주변 그래픽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제안했어요. 평면 작업을 기반으로 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영상을 만들면 수궁가의 이야기가 조금 더 흥미롭게 구현될 것 같았거든요. 하다 보니 다들 욕심이 생겨서 생각보다 일이 커졌지만, 여전히 재미있어요. 곡마다 아트워크를 작업해줄 디자이너를 섭외하는데, 저희와 인연이 있기도 하고 이날치 음악 자체가 재미있으니까 모두 긍정적이었죠. 디자이너, 아티스트는 항상 새로운 걸 하고 싶은 욕구가 있잖아요. 다들 하고 싶은 걸 하니까 재미있는 작업이 계속 나오는 것 같아요.

 

Q 특히 ‘범내려 온다’ VR 뮤직비디오가 인상 깊었어요. 작업량이 상당해 보이던데 어떻게 구상했나요?

영규 이건 제가 아이디어 낸 거 아니에요. (일동 웃음)

민경 ‘범 내려온다’가 온스테이지 영상 기반의 히트곡이에요. 그 영상에 ‘앰비규어스댄스팀’도 나오는데 조회 수로 그 영상을 이겨야 했어요. 함께한 아티스트가 ‘팡팡팡그래픽실험실’인데 개인적으로 무척 친하고, 실력도 있는 그룹이거든요. 그 친구들한테 이것만큼은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해서 그래픽 디자인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거예요. 기술적으로도 구현 가능한지 여러 번 논의했고요. 완성 후엔 그래픽 디자인 신(Scene)에서 굉장히 화제가 됐던 작업이에요.

영규 근데 방송국에서 상영 금지가 됐어요. 이건 뮤직비디오가 아니라고요. 그들이 받아들이기에는 그냥 “이게 뭐야?” 하는 느낌이었나 봐요.

민경 그러면 이날치가 굉장히 앞서나간 거로 합리화할까요? (웃음) 근데 실제로 ‘범 내려온다’ 뮤직비디오로 디자인 쪽에서는 여기저기 전시 섭외가 많이 들어와요.

범 내려온다 ‘360’ 뮤직비디오

 

Q 엘피와 굿즈 이야기도 해주세요.

민경 이날치 제품(product)도 이날치의 음악처럼 소장가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성과 공이 많이 들어갔고 그만큼 비싸기도 해요. 시간을 들여 직접 다듬는 공예적인 태도로 접근했는데 LP의 키비주얼 동물은 한 마리씩 전부 포토샵 브러쉬로 그린 이미지들이에요. ‘범’이 그려진 스페셜 포스터는 타투이스트 아프로리(Apro Lee) 작가님이 그렸어요. 먹과 붓으로 수십 마리의 범을 그린 끝에 가장 이날치와 어울리는 범이 탄생했죠. 굿즈는 동물 아트워크를 현실화하면 좋을 것 같아 ‘금속 피규어 인센스 홀더’로 제작했는데요. 범, 토끼, 자라, 독수리, 날치 총 5종류가 제작될 예정이고, 다섯 마리의 피규어가 합쳐지는 등 재미있는 퍼포먼스가 가능해요. 제작은 프래그 스튜디오(PRAG studio)에서 맡아주었어요.

정규 1집 <수궁가> LP 아트워크, , 이미지 출처 - Ore-Oh!studio
이날치 굿즈. 금속 피규어 인센스 홀더, 이미지 출처 - Ore-Oh!studio

 

Q 무대를 만들거나 노래를 부를 때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나래 계속 교차하는 노래를 하는데 무대 구조상 거의 1열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특히 클럽의 비좁은 공간에서는요. 그래서 상황에 맞게 최대한 입체감 있는 무대를 연출하려고 해요. 메인이나 보조 등 파트에 따라 구도를 배치하고 의자 같은 소품을 이용하기도 하고요.

이호 초창기와 비교하면 음악과 무대가 많이 변했어요. 심지어 춤을…. 춤이라기보다 저희가 무대에 세워놓으면 리듬을 못 타고 그냥 선 채로 있어요. (팔을 휘젓는다) ‘더그덕더그덕’ 이런 거나, (양발을 움직이며) 발이라도 좀 이렇게 움직이고 해야 하는데. (일동 웃음) 그런 거라도 좀 어떻게 해보려고요.

영규 밴드 음악이라 디스코나 여러 장르가 섞여 있는데 그런 음악으로 놀아본 적이 없는 친구들도 있어서 그냥 “놀자”를 배우고 있어요. 이런 리듬에는 이렇게 움직일 수도 있고 저렇게 움직일 수도 있다 하는 거요. 판소리를 하던 친구들이다 보니 몸에 뭔가 다른 리듬이 있어요. 또 다른 리듬을 배우면 섞여서 새로운 게 나오겠죠.

나래 몸짓이 너무 다 달라서 그걸 맞추는 정도에요. 너무 많이 질러서 걱정이네요. 얼마나 기대를 하시겠어요.

이호 이제 질렀으니까 해야죠.

이날치 ‘약성가’ 온스테이지 영상

 

Q 콘서트를 기다리는 팬들이 많아요. 예정된 콘서트는 어떻게 되나요?

영규 음반발매 기념 온라인 공연을 생각하고 있어요. 하반기 공연이 예정되어 있긴 한데 오프라인 공연 자체가 힘든 상황이니까 특별한 온라인 공연을 만들려고 해요. 단순히 기록용으로 촬영하는 온라인 공연이 많은데 재미가 없더라고요. 온라인에 맞는 다른 형식의 공연이 필요한 것 같아서 방법을 찾아보려고 해요.

2020 러시아워 콘서트 중 이날치 <수궁가>. 이미지 출처 - LG아트센터

 

Q 활동반경이 클럽이라 그런지 20~30대 팬이 많아 보여요. 활동을 지속한다는 건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을 뜻하잖아요. 어디에 안착하고 싶으세요?

영규 사실 국내에는 시장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없었어요. 오랫동안 밴드를 해오면서 주변에 살아남은 밴드가 몇인지를 따져보면 정말 얼마 없거든요. 살아남은 밴드들도 잘 보면 다 잘 사는 집 친구들이에요. (일동 웃음)

민경 디자이너들도 그래요.

나래 저희도.

영규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음악을 길게 할 수 있고, 자력으로 살아남는 밴드는 정말 적어요.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밴드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겼죠. 시장을 만들려고 계속 노력했지만 넓혀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해외에서는 밴드, 록 음악이 팝 시장에서 소비되고 있잖아요.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를 가지게 되면 꾸준히 활동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씽씽’ 하면서 해외시장을 보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빨리 문이 열렸어요. 사실 ‘씽씽’도 2~3년만 버텨보자며 시작했는데 1년째 <NPR Music Tiny Desk Concert>로 해외에서 먼저 반응이 왔어요. 반응 자체로 보면 이날치가 더 빨라요. 해외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뚫어봐야죠.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요.

 

Q 이날치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영규 정규 1집 음반이 막 나와서 일단은 이 음반을 가지고 어떻게 활동할까 생각 중이에요.

이호 뮤비도 아직 전곡이 다 나오지 않았어요.

민경 앞으로도 보여드릴 게 많아요.

이미지 출처 – 우상희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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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김혜인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