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사용 인구는 4억 명을 넘어 세계 두 번째다. 중국어 사용 인구인 12억 명 다음으로 많고,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를 넘어선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공급하는 넷플릭스 입장에서 스페인 언어권 시장은 그만큼 중요하고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점점 늘어나는 넷플릭스 스페인발 콘텐츠 중 오리지널로 편입한 스릴러 드라마 네 편을 뽑아 보았다. 이들은 스릴러 영역 중에서도 은행 강도, 틴에이지, 고전 추리극, 누아르라는 다양한 서브장르에 속해 각자 취향에 따라 골라 볼 수 있다. 또한 이들 모두 스토리가 완료되지 않은 진행형 드라마다.

 

<종이의 집>(Money Heist)

스페인산 드라마를 통틀어 전 세계에 가장 많이 알려졌고,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중 선두를 자랑한다. 2017년 스페인 방송사 Antenna 3에서 파트 1과 2를 방영한 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편입되어 파트 4까지 총 31편을 서비스 중이다. 여덟 명으로 구성된 은행 강도 팀의 빨간색 유니폼과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를 닮은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통해 강렬한 이미지 효과를 누렸다. 2019년엔 넷플릭스 모든 드라마 중 3위에 랭크되어 언어에 관계없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넷플릭스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으나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서 비밀리에 파트 5를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이의 집> 파트 4 공식 예고편

 

<엘리트들>(Elite)

<Cable Girls>에 이은 넷플릭스의 두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로 시작해 시즌 3까지 방영되었고, 앞으로 두 시즌 더 제작될 예정이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하이틴 드라마로 시작하지만, 이내 스토리가 교내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과 연루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통상적인 하이틴 드라마와는 달리, 섹스, 마약, 동성애 같은 ‘길티 플레저’ 요소로 가득 차 신선함을 준다. 시즌 1은 로튼토마토 100%의 평점으로 출발해 방영 첫 달에 2,000만 명이 시청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시즌 3까지 그 인기를 유지했다. 동성애 장면도 등장해 2019년 GLAAD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엘리트들> 시즌 3 공식 예고편

 

<알타 마르: 선상의 살인자>(High Seas)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스페인에서 출발하여 브라질로 향하는 호화 여객선에서 자매 ‘에바’와 ‘캐롤리나’ 주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을 다루었다. 2019년 5월과 11월에 두 시즌을 연이어 방영하고 올해 시즌 3를 선보일 예정이며, 현재 시즌 4를 제작 중이다. 이 드라마는 당시 호화 여객선의 내부 장식이나 사람들의 복장, 그리고 전반적인 생활 양식을 그대로 세밀하게 재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마치 1940년대로 돌아가 여객선 내부의 사교장(볼룸)에서 파티를 즐기며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은 영감을 얻는다.

드라마 <알타 마르: 선상의 살인자> 예고편

 

<아체>(Hache)

1960년대 바르셀로나의 유흥가를 무대로 암약하던 마약 카르텔 이야기로, 보스 ‘말피카’의 총애를 받게 되는 여인 ‘H’(엘레나)가 주인공이다. 강하고 생존본능이 강한 여인이 역경을 헤쳐 나가며 조직의 헤게모니를 쥔다는 이야기로, 멜로드라마와 누아르를 반반 섞었다. 당시 실존했던 인물을 배경으로 했으며, 스페인의 인기 소설을 소재로 한 미국 드라마 <남부의 여왕>과 같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해 첫 시즌을 마무리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엘레나가 홀로 올라서게 될 후속 시즌을 전개할 예정이다.

드라마 <아체>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