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섬에서는 누구나 모터바이크를 몬다. 심지어는 어린아이들까지도. 모터바이크들이 속도를 가로지르고 세상을 가로질렀다. 섬의 끝에서 섬의 끝까지.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누구나 바다에 이를 것이다.” 김인숙 작가가 인도네시아 발리를 배경으로 쓴 소설, <미칠 수 있겠니>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인도네시아는 1만 3천 개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섬으로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화산으로 이뤄진 나라이기도 합니다. 바다에 별처럼 흩뿌려진 섬들 사이에서 어떤 음악들이 만들어지는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Transs ‘Senja Dan Kahlua’

인도네시아의 AOR입니다. AOR은 1970년대 미국에서 생겨난 음악 장르이며, 스무드 재즈, 훵크, 디스코, 보사노바가 섞인 음악들을 일컫습니다. AOR은 인도네시아에서 꽤 인기가 높은데, 이 AOR 음악 시장을 크게 성장시키는데 일조한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바로 파리즈 알엠(Fariz RM)입니다. 일본 시티팝에서 야마시타 타츠로와 같은 존재라고 이해하셔도 됩니다. 파리즈 알엠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5살부터 블루스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면서 1979년 데뷔해 화려한 신시사이저와 달콤한 목소리로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습니다. 파리즈 알엠은 솔로 앨범을 무려 12장이나 발표하기도 했고, 다양한 밴드 활동까지 했었습니다. 그중 트랜스(Transs)라는 밴드로 활동했을 때 1981년 발표한 <호텔 산 비센테> 앨범이 2018년에 다시 재발매가 되면서 파리즈 알엠이 젊은 층 사이에서 다시 한번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을 하게 됩니다. 현란하면서도 리듬감 있는 신시사이저와 달콤하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 덕에, 노래와 사랑에 빠진 기분마저 듭니다.

 

Diskoria 'Serenata Jiwa Lara (Feat. Dian Sastrowardoyo)’

파리즈 알엠의 영향을 받아 젊은 감각으로 AOR 음악을 만들고 있는 팀이 있습니다. 바로 인도네시아 디제이 듀오 '디스코리아(Diskoria)'입니다. 디스코리아는 2015년에 인도네시아 음악을 다시 한번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결성되었습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팝/디스코 음악을 중심으로 플레이를 하여 현재 인도네시아 젊은 층이 가장 좋아하는 디제이가 되었습니다. 이 영향으로 작년에 발매한 <발라다 인산 무다(Balada Insan Muda)>라는 곡이 소셜 미디어에서 무려 55만 회를 기록하며, 디스코리아는 젊은 층들의 음악 유행을 선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MALIQ & D'Essentials ‘Senja Teduh Pelita’

2004년에 데뷔한 말리큐 앤 디 에센셜 (MALIQ & D'Essentials)이라는 그룹입니다. 재즈와 소울 음악을 기반으로 한 밴드입니다. 1년 내내 무더운 인도네시아의 날씨 속에서 있다 보면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인데 이 밴드의 감미로운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 스트레스가 자연적으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달콤한 목소리에 간간이 들리는 플루트 소리가 아름다운데요, 음악만큼 가사도 참 사랑스럽습니다.

비가 내렸지만 하늘은 여전히 아름다워요.
곧이어 무지개도 생겼어요.
초승달은 미소를 짓고 있네요.
이 세상에 축복이 내리면 사랑을 이야기해요.

 

Kurosuke & Kittendust ‘Velvet’

마지막으로 쿠로스케(Kurosuke)의 음악을 준비했습니다. 쿠로스케는 혼자서 음악을 만들고 프로젝트로 앨범을 발매하는 뮤지션인데요, 본명은 크리스티안토 아리오(Christianto Ario)로, 아노말리스트(Anomalyst)란 밴드의 기타리스트 겸 보컬입니다. 쿠로스케는 80년대 유행했던 신스팝에 영향을 받아서 현대적인 신스팝 스타일의 음악을 발표하고 있는데, 몽환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로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뜨겁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 EBS 팟캐스트 <Music A>에 오시면, 더 많은 이야기와 음악을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Writer

EBS 라디오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