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라는 도시는 밤이 되면 거리의 냄새가 바뀐다. 스쿠터나 자동차의 소음이 줄어든 만큼 가로수들이 활기를 띠는지, 도시 전체가 숲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변한다. 실제로 런아이루나 둔화베이루 같은 큰 거리는 도로에 가로수를 심은 게 아니라 가로수 속에 도로를 만든 것처럼 보일 만큼 나무가 많아서, 밤이 되면 도시의 네온 불빛에 반사된 환상적인 남국의 숲이 떠오른다.” 요시다 슈이치가 대만을 배경으로 쓴 소설, <타이베이의 연인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유난히 시끌벅적하지도 않고, 정체 모를 설렘은 없지만, 어딘가 어른스럽고, 조금은 차분한 섬나라. 대만의 음악을 소개합니다.

 

DSPS ‘我會不會又睡到下午了’(Sleep till Afternoon)

DSPS는 2014년 타이베이에서 결성된 대만 밴드로 최근에는 한국의 세이수미와 대만에서 공연하기도 했습니다. 대만 밴드이지만, 활동 영역이 대만에 국한되지 않고, 일본과 대만을 묶어 하나의 음악씬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양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1~2년간 중국어권 아티스트들에 소개되면서 언제나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밴드로 서정적인 드라마를 록밴드 편성으로 구현해내며, 시적인 세계관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deca joins ‘散去的時候’(흩어졌을 때)

Deca Joins는 활동 거점이 수도 타이베이와 남쪽의 도시 타이난에 나뉘어 있는 대만의 4인조 인디 록 밴드입니다. 2013년부터 전신 밴드 ‘FUBAR(Fucked Up Beyond All Repair)’로 활동하다 보컬리스트인 챙칭주의 입대로 한동안 휴식을 취하여 제대 후 2016년 1월에 'Gray dwarf star'라는 이름으로 재시동을 걸었습니다. 2017년 1월에 또 ‘Deca Joins’로 이름을 바꿔 4월에 정규 1집 <욕실>을 발표했습니다. 고요와 소란 사이를 오고 가면서 젊고 외로운 삶의 앙금과 희로애락을 기탄없이 노래하는 그들의 음악은 슬프고 감미롭고 재미나기도 합니다.

 

大象體操(Elephant Gym) ‘被子’(이불)

Elphant Gym은 2012년 결성된 대만 가오슝 출신의 3인조 포스트록/매스록 밴드로, 깔끔하면서도 인상적인 베이스라인과 감성적인 기타리프, 멜로딕한 드럼이 특징입니다. 2014년 제5회 골든 인디뮤직 어워드에서 베스트 스타일 앨범을 수상했으며, 2016년 이후 일본에서도 앨범이 발매되며 섬머소닉 페스티벌 등에서 공연하며 아시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한국에서 첫 내한 공연을 진행하며 호평을 받았으며, 2018년 11월 정규 2집 <Underwater>를 발매하고 활발하게 활동 중입니다.

 

9m88 ‘Aim High’

9m88은 영어이름인 ‘Joanne’과 별명인 ‘88’의 조합해서, 중국어의 9와 8, M의 발음을 섞어서 만들어낸 이름이라고 합니다.‘지오우엠빠빠’ 이렇게 발음됩니다. 9m88은 대만의 유명 뮤지션 Leo王(레오 왕)의 ‘陪妳過假日’(그녀와 휴일을 보내)에 피쳐링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에, 싱글 ‘九頭身日奈’(아홉 머리의 히나노)와 마리아 타케우치의 ‘Plastic Love’의 커버 버전 등을 유튜브에 공개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첫 앨범 <Beyond Mediocrity>를 발표하면서 대만 음악에 새로운 돌풍이 되었습니다.

 

* EBS 팟캐스트 <Music A>에 오시면, 더 많은 이야기와 음악을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Writer

EBS 라디오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