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일어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미국 전역의 소요 사태로 번지고 있다. 아프로-아메리칸 시민에 대한 경찰의 과잉 폭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끊임없이 반복되는 기나긴 역사다. 미국 사법제도에서 공무 집행에 대한 면책 특권이 광범위하게 인정되어,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폐해가 솜방망이 처벌에 머문 채 근절되지 않고 있다. 마틴 루터 킹을 소재로 한 영화 <셀마>(2014)로 주목받은 감독 에바 두버네이(Ava DuVernay)는 참신한 시각으로 아프로-아메리칸 인종에 차별적인 미국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다큐멘터리 <13th>(수정헌법 13조, 2016)로 에미상 3관왕에 올랐고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다큐멘터리 <수정헌법 13조>(2016) 예고편

수정헌법 13조는 남북전쟁이 끝나던 해인 1865년, 노예제도를 공식적으로 금지하는 헌법 조항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범죄자를 제외한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남부지역의 경제를 뒷받침하던 400만 노예들이 해방되자, 이 예외 조항을 이용하여 노예 대신 범죄자를 양산하고 재소자 임대(Convict Leasing) 방식으로 값싼 노동력을 조달하였다는 것이다.

재소자 임대(Convict Leasing) 방식으로 농장에서 일하는 소년 범죄자

<수정헌법 13조>에 예시로 든 무성 영화 <국가의 탄생>(1915)은 아프로-아메리칸 인종을 야만적이고 짐승 같은 이미지로 묘사해 그들의 범죄에 대한 공포를 확산시켰고, 이를 통해 사법 제도를 강화하여 죄수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게 했다. 이 영화는 최초의 블록버스터 영화이자 노골적으로 인종 편견을 드러낸 작품으로,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칭송과 조롱이 교차하고 있다. 미국의 재소자는 현재 약 220만 명에 달해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높은 재소자 비율을 자랑하며, 그중 아프로-아메리칸 남성이 40%를 차지할 만큼 인종 간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영화 <국가의 탄생> 일부. 백인 여자를 범하려는 흑인 남성을 묘사하였다

미국의 교도소는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사전형량조정제도) 제도의 오남용으로 재판없이 재소자를 남발하고 있으며, 220만 명의 재소자를 수용하기 위한 구금 시설 운영비는 어마어마하다. 여기에 관계된 수많은 기업들은 ALEC(American Legislative Exchange Council), CCA(Corrections Corporation of America), ABC(American Bail Coalition)와 같은 단체를 결성하여 정치권에 입법 로비를 벌이며 유착 관계를 맺고 있다. 경찰의 과잉 폭력이 문제될 때마다 여론은 비등하지만,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법과 질서(Law & Order)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미국의 정치 현실이다.

<수정헌법 13조>에 수록되어 에미상을 수상한 Common, Robert Glasper & Bilal의 ‘Letter to the Free’

에바 두버네이 감독의 <수정헌법 13조>는 다큐멘터리 영화 최초로 2016년 뉴욕영화제의 오프닝 영화로 소개되었고, 로튼토마토 97%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미국의 노예제도는 사라지지 않았고, 그 형태를 바꾸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며 에미상 3관왕을 포함하여 수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감옥에 구금된 재소자 수를 줄이자는 'Decarceration' 운동이나 경찰 폭력을 반대하는 'Black Lives Matter(BLM)' 운동을 널리 퍼뜨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경찰의 과잉 폭력으로 인해 소요 사태에 빠진 지금, 미국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