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프렌치 디스패치>가 올해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프랑스가 배경이며,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과 수많은 정상급 배우들의 출연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평단과 대중 양측에서 모두 큰 사랑을 받는 '대중과 가까운 천재'이다. 웨스 앤더슨이라는 이름이 대중들에게 이토록 큰 기대를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그가 이토록 대중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그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미장센 때문일 것이다. 마치 SF 영화처럼,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의 인공성을 100%에 가깝게 하는 그의 독특한 연출 방식은 누구든 그의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러한 독특한 화면 구성으로 인해 웨스 앤더슨의 다른 매력적인 특징들은 늘 가려지곤 한다. 그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그의 초기작부터 살펴보면서 그의 영화 세계의 모든 특징을 파헤쳐 보자.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촬영 현장, 이미지 출처 - 링크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

명문 사립학교 러쉬모어에 재학 중인 '맥스 피셔'(제이슨 슈왈츠먼)는 학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과외활동에만 미친 듯이 집착하는 특이한 학생이다. 러쉬모어에 기부금을 내고 있는 나이 많은 철강 재벌 '블룸'(빌 머레이) 씨는 그의 절친한 친구다. 어느 날 맥스는 러쉬모어의 선생님인 '크로스'(올리비아 윌리엄스)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블룸에게 학교에 수족관을 지어줄 것을 부탁한다.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 트레일러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는 과연 웨스 앤더슨의 영화가 맞나 싶을 만큼 그의 독특한 화면 구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독특한 화면 구성은 그의 세 번째 작품 <로얄 테넌바움>에 이르러서야 나타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대신에 우리는 이 작품에서 화면 구성을 제외한 그의 작품의 모든 특징을 엿볼 수 있다. 그의 영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인물과 서사에 있다. 맥스와 블룸이 그렇듯이 웨스 앤더슨 영화의 인물들은 어리숙하고 많이 모자라다. 하지만 이러한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그들에게 굉장히 빠르게 정이 들게 한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늘 상실을 앓고 있다. 맥스가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를 열망하고 블룸은 우울과 권태 속에 살아가며, 크로스는 전남편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상실과 결핍에 빠진 인물들이 서로 연대하여 각자의 방식대로 성장해나가는 성장영화식 구성, 이 구성이 바로 웨스 앤더슨만의 독특한 서사구조이다.

 

<로얄 테넌바움>

'로얄 테넌바움'(진 핵크만)과 그의 아내 '에슬린 테넌바움'(안젤리카 휴스턴)에게는 세 명의 자녀가 있다. '채스'(벤 스틸러)는 10대 부동산 전문가, '리치'(루크 윌슨)는 주니어 테니스 선수, 입양딸 '마고'(기네스 펠트로)는 극작 천재다. 어릴 적부터 천재로 불렸던 세 명의 자녀는 부모의 별거에 대한 충격으로 인해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산다. 붕괴되어버린 가족을 재결합하고 싶은 로얄 테넌바움은 불치병에 걸린 척을 하며 가족들을 모두 집으로 불러 모은다.

<로얄 테넌바움>의 주제는 해체된 중산층 가정의 관계 회복과 연대다. 이는 실제로 감독이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한 경험에서 기인한다. 이후 웨스 앤더슨의 여러 영화에서 이러한 해체된 중산층 가정들의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이들이 다시 연대하고 활력을 되찾는 과정은 그리 대단한 이야기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일상과 시간이 그들을 다시 사랑하게 하고, 웨스 앤더슨은 그저 이 과정을 아름답게 포장해서 보여줄 뿐이다.

<로얄 테넌바움> 트레일러

<로얄 테넌바움>은 처음으로 웨스 앤더슨만의 독특한 미장센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그의 연출은 이미 완성형에 가깝다. 인물의 정체성은 그 인물을 둘러싼 환경과 결부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웨스 앤더슨 영화들의 아름다운 화면 구성은 상실과 결핍의 인물들을 감싸는 하나의 포장지와 같다. 이 포장의 방식은 아주 치밀하다. 웨스 앤더슨은 언제나 좌우 대칭의 화면을 구성하되, 항상 대칭 중 어느 한 군데에 변화를 주어서, 완벽한 대칭이 이루어지지 않게 한다. 이러한 불완전한 좌우 대칭의 구성은 시각적인 풍성함을 제공할 뿐 아니라 불완전한 인물들에게 세상 또한 불완전하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다가온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 속 좌우 대칭

화면이 좌우 대칭을 이루기에, 웨스 앤더슨은 대칭을 유지하고자 인물을 화면의 중앙에 놓는 것, 완전한 정면이나 측면을 바라보게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인물을 이런 식으로 배치하는 방법은 관객의 의식이 영화 속에 완전히 동화되는 것을 방해하고, 대신에 영화를 마치 한 편의 동화책이나 만화책을 보는 것처럼 관찰하게 한다. 거기에 더해서 웨스 앤더슨은 배우들에게 무뚝뚝하고 마치 만화에서 나온듯한 느낌을 주는 양식적인 연기를 요구한다. 이러한 포장지를 통해, 어리숙한 주인공의 성장기는 동화 속에 담겨 한 층 더 아련하고 따스하게 다가온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세계대전 시기 동유럽 가상의 국가 주브로브카에서 세계 최고의 부호 '마담 D.'(틸다 스윈튼)가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지배인이자 마담 D. 의 연인이었던 구스타브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당하게 되고, 구스타브는 누명을 벗기 위해 로비 보이 '제로'(토니 레볼로리)와 함께 달아난다. 그 사이 마담 D. 의 유산을 노리는 아들 '드미트리'(에드리언 브로디)는 킬러 '조플링'(월렘 대포)을 고용하여 그를 추격한다.

그동안 웨스 앤더슨의 포장지가 상실과 결핍의 인물들을 포장하기 위함이었다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부터 그의 포장지는 상실의 시공간을 포장하는 역할을 한다. 그 시공간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공간이다. 하지만 웨스 앤더슨의 포장지는 섬세하고 치밀해서, 우리는 기어코 그 시대와 공간을 그리워하게 된다. 웨스 앤더슨은 우리를 섣불리 이야기의 공간으로 데려가지 않는다. 두 번이나 화자와 화면비를 바꾸어가는 플래쉬백을 통해 그는 이 시공간을 더욱 낯설고도 인간적인 공간으로 환기한다. 거기에서 만난 사람들과 금세 정이 들고 그들을 응원하고 또 그들과 이별하면서,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 시공간은 우리에게 진한 향수로 남게 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트레일러

이 작품에서 우리는 그의 연출 또한 새로운 경지에 올랐음을 확인할 수 있다. 4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의 주요 화면비는 1940년대 이전 고전영화들이 즐겨 사용하던 1.33:1의 비율을 활용한다. 가로길이가 짧아서 세로의 이미지가 부각되는 1.33:1의 비율을 살리고자 웨스 앤더슨은 영화 속 대부분의 공간을 수직의 이미지로 구성한다. 세로의 센스 있는 활용도 인상적이지만, 같은 컷 안에서 인물의 움직임을 통해 새로운 구도들을 연이어 만들어내는 능력도 놀랍다. 시각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관객의 감각적 반응을 극대화하는 작품이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서 그의 포장지뿐 아니라 그 포장지가 무엇을 포장하고 있는지까지 집중해서 감상한다면 더 깊이 있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개들의 섬>이 그러하듯이, 조만간 개봉하게 될 <더 프렌치 디스패치>에서도 웨스 앤더슨은 결핍과 상실의 시공간을 우리에게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공간은 이번에도 치밀하게 직조해낸 최고의 포장지 안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향수를 안겨줄 것이다. 그의 새 작품을 기대해보자.

 

Writer

좋아하는 건 오직 영화 뿐이고 특히 68혁명 이전까지의 고다르 영화에 대한 광적인 팬이다. 스스로가 언젠가 대단한 일을 해낼 거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 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