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이 다 지난 후 우리네 낭만을 돌아본다. 차가운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냉기 못지 않은 사랑의 시린 시련과 그와 상반된 따뜻한 목소리로 온기를 동시 전달하는 신보와 함께.

* 발매 최신순

 

swimrabbit(스윔래빗) <POND>(20.04.23)

swimrabbit(스윔래빗)은 'unfamiliar', 'instinctive', 'foolish'를 모토로,(스윔래빗 인터뷰 기사 링크), 주로 하우스 기반의 다양한 일렉트로닉 음악을 만드는 신예 프로듀서다. Kid from Seoul이 주도한 컴필레이션 <Kawaii Compilation Vol. 2>(2017)에 참여하며 경력을 시작해, 김아일, 키드밀리 등 트렌드를 이끄는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을 해왔다. 현재 Jclef(제이클레프), CokeJazz(콕재즈), 죠지 등 최근 주목받는 아티스트들이 다수 소속된 크래프트앤준에서 활동 중.

그의 음악에는 늘 예측 불가능한 선율과 코드 진행이 뒤따르지만, 이는 한편으로 불안감이나 난해함보다 오히려 신선함과 편안함에 어울리는 감상을 주며 듣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타이틀곡 'hiss(feat. YESEO)'에는 얼마 전 새 디지털 싱글 'Beautiful Creature'를 발표한 YESEO(예서)가 보컬로 참여해 스윔래빗의 색깔에 깊이를 더했다. (예서 인디포스트 기사 링크) 불안정과 환상 사이의 순간을 담았다는 이번 EP속 짧고도 강렬한 서사에서 'hiss(feat. YESEO)'는 하이라이트 파트를 맡는다. 비트의 신비로운 분위기는 세상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이유 모를 평안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서늘함 속 따스함을 품은 예서의 보컬은 미래를 향한 소망을 약속하며 다음 트랙의 꿈결로 나아간다.

스윔래빗 'hiss (feat. YESEO)' 뮤직비디오

스윔래빗 인스타그램

 

홍크 <Hand-Crank Flashlight)(2020.04.22)

홍크는 지난 2018년, 인디포스트가 정규앨범 데뷔를 주목한 멀티 아티스트다. (홍크 인디포스트 기사 링크) 자신의 음악 못지않은 감각의 드로잉을 직접 그리며, 미술대 재학 시절부터 기성 뮤지션의 앨범을 프로듀싱하기도 했다. 장범준 1집과 단편영화 <나의 투쟁> 영화음악 등 여러 음악 작업에 두루 참여했으며, 기타와 베이스를 비롯해 미디와 건반 등 다양한 툴을 다루는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이자, 인디록, 얼터너티브 R&B, 앰비언트 등 다채로운 장르가 버무려진 음악을 만드는 다재다능한 싱어송라이터다.

신곡 'Hand-Crank Flashlight'는 그의 이전 곡들과 비교해 유독 어둡고 불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음악은 물론 아트워크와 뮤직비디오 역시 마찬가지. 그는 노래를 통해 말한다. “늘 어려운 만남을. 늘 어렵기만 한 나를.” 하지만 다행히 나지막히 울리는 홍크의 목소리 및 따뜻한 기타 톤은 마냥 불안과 슬픔만을 품은 가사와 다른 차분한 위로를 준다.

홍크 'Hand-Crank Flashlight' 뮤직비디오

홍크 인스타그램

 

UZA(우자) <악의 평범성>(20.04.04)

<악의 평범성>은 UZA&SHANE(우자앤쉐인)의 UZA(우자)가 2018, 2019년 연이어 발표한 두 장의 EP 이후 내놓는 첫 정규앨범이다. 우자앤쉐인 시절, 주로 쉐인의 성향과 더 유사한 달콤하고 훵키한 음악을 들려줬던 우자는 개인 작업을 통해 조금은 어둡고 차분한 다운템포 계열의 음악을 선보이며 그 취향을 예고한 바 있다.

앞선 EP 타이틀로 'FOCUS'와 'Neutral'이라는 다소 직관적 단어들을 빌려왔던 그는, 이번 앨범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동명의 저서에서 인용한 철학적 제목을 앞세워 인간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심오하게 풀어낸다. 그중에서도 타이틀곡 'Love Digger'는 사랑(love)이란 환상을 끝없이 갈구하고 탐험하는(digging) 화자 혹은 우리를 다룬 노래다. 전반적으로 침울한 분위기 위주의 다른 수록곡과 다르게 마치 경쾌한 팝록처럼 흐르는 이 곡의 밴드 반주는 사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 밝은 음악 위 얹은 자조적인 가사처럼 사랑의 환상에서 깨어난 화자는 허무와 외로움을 떨쳐낼 다른 도리 없이 다시금 사랑을 좇아 나선다.

우자 'Love Digger'

우자 인스타그램

 

설기 <Alice>(20.04.02)

설기(Sulgi)는 이제 막 첫 디지털 싱글을 발표한 새 얼굴이다. 그는 포실포실한 순백의 '백설기'처럼 아직 경험이 적은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서툴지만 순수한 감정을 음악의 모티프로 삼는다. 수록곡 'Curtain'과 'Nightmare'를 아우르는 타이틀 'Alice'는 영화 <클로저>(2005)에서 나탈리 포트먼(Natalie Portman)이 맡았던 주인공 4인 중 한 사람의 이름. 설기의 해석을 통해 'Alice'는 사랑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자아, 사랑이라는 관계의 문을 열어젖히는 감성을 대변한다.

타이틀곡 'Curtain'은 사랑의 양면성에 대한 완벽한 은유다.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을 막는 단단한 '벽' 아닌 언제라도 자유로이 여닫을 수 있는 '커튼'은 우리에게 꿈 같은 환상을 주지만, 때때로 그것은 얇은 천 하나를 두고도 한줄기 빛도 스며들지 않는 벽만도 못한 존재가 되기도 함을 상기시킨다. 달콤함과 아련함이 한 스푼씩 섞인 설기의 보컬은 선명한 멜로디 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하다.

설기 'Curtain'

설기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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