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덜하지만 1980~90년대만 해도 팝송, 그중에서도 영미권 음악이 우리나라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했다. 많은 사람이 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애정에도 불구하고 언어적 차이가 남긴 안타까운 오류가 있으니 바로 가사의 오역이다. 들으면 단박에 멜로디를 흥얼거릴 굵직한 히트곡 중 오역 가사를 지닌 대표 노래들을 뽑았다.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1. Van halen ‘jump’(1983) 

네덜란드 출신 형제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밴드 반 헤일런은 ‘팝 메탈’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그룹의 중심은 기타를 쳤던 에디 반 헤일런. 데뷔와 동시에 그들이 메인 스트림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에디의 태핑 주법 즉, 기타를 피아노 치듯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신들린 속주 덕택이었다. 

‘Jump’는 기타 중심이었던 이들의 노래를 신시사이저 중심으로 옮겨왔다. 강하고 센 헤비메탈을 선보이던 그룹이 도입부터 선율에 강점을 둔 신시사이저를 넣자 기존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에디의 응수는 간결했다. “이건 새로운 종류의 메탈이다. 우리는 팝 메탈을 한다”. 그렇게 메탈은 멜로디를 장착했고 이는 하드록의 청취 세력을 넓힌 일대의 사건이었다. 

라디오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곡이 신년 새해 첫 곡으로 플레이되는 걸 심심찮게 만났을 것이다. 혹은 사랑에 빠졌다는 비유로 이 노래를 틀기도 한다. 허나 이 곡의 주어는 옥상에서 자살하려는 한 남자에게로 향한다. 반복되는‘jump’란 단어는 말 그대로 추락을 뜻하는 것. 자살 난동을 부리는 한 남성의 뉴스에 영감 받아 쓴 곡이다. 

 

2. Police ‘Every breath you take’(1983) 

오늘날 우리에게 ‘English man in New York’이란 불멸의 명곡을 안겨 준 스팅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밴드. 이 곡은 그들의 유일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 곡(8주간 1위)이다. 또한 이 노래가 수록된 음반 < Synchronicity >로 그룹은 최전성기를 누린다. 

두근대는 심장 박동을 표현한 듯 간질거리는 베이스라인이 돋보이는 노래는 흔히 사랑의 설렘을 담은 곡으로 여겨진다. ‘당신의 모든 숨결마다’라는 제목 역시 이런 오해를 부추긴다. 사실 이 곡은 사랑에서 나아가 집착 그리고 그 너머의 질투, 증오를 표현하고 있다.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너를 좇겠다는 노랫말은 곡을 진두지휘한 스팅의 당시 상황에서 연유한다. 

작사, 작곡 능력이 무르익어 감에 따라 그룹 내 스팅의 독재 역시 무르익어 갔다. 이는 아내와의 불화로도 이어졌다. 이러한 안팎의 단절이 바로 이 곡의 시작점이다. 사랑 이상의 집착과 소유욕으로 점철된 곡이 암시하듯 이후 밴드는 해체했고 스팅은 아내와 결별한다. 

 

3. Wham! ‘Last Christmas (1984) 

영국 밴드 왬은 몰라도 이 곡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만큼이나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은 캐롤이기 때문이다. 듀오이지만 대부분의 곡을 홀로 쓰고 부른 조지 마이클의 대중 친화적 작곡 능력을 잘 느낄 수 있는 노래로 발매 당시 UK 차트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싱글 판매량은 그 어떤 레코드보다 많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선율 덕에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대변하는 곡으로 알려져 있다. 실상은 외롭고 서글픈 한 남자의 푸념이 담긴 노래다. 지난 성탄절에 마음을 주었으나 하루가 지나자마자 차여버린 그의 돌이킬 수 없는 헛헛함이 이 곡 전반의 정서를 엮고 있다. 고로 연인과 함께 이 노래를 즐긴다면 다소 모양이 이상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유독 미국의 빌보드 차트에서 기세를 펼치지 못했는데 올해 초 드디어 20위권 안에 들더니 최고 순위인 11위까지 올랐다. 곡의 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2016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당일 세상을 뜬 조지 마이클에 대한 그리움이 귀환에 한몫했지 싶다. 이제 더이상 행복하게 들을 수만은 없는 역설적인 캐럴. 

 

Writer

초보 문화연구자. 대중음악웹진 이즘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