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다. 내 몸을 지키기 위해, 또는 다른 누군가에게 혹시 모를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모두가 실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각종 공연과 전시 등 문화, 예술의 일상으로부터 우리를 자꾸 밀어낸다. 물론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는 아티스트나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도 가끔 돋보인다. 지난번 인디포스트에서도 소개한 스타 뮤지션들의 <쿼런틴 세션>(링크)이나 온라인 전시(링크)가 그 예. 이번에는 자신의 창조 정신을 효과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메시지를 만드는 데 발휘하고, 어두운 위기 의식을 명랑한 밈으로 승화하는 아티스트들의 팝컬처 작품들을 소개한다.

 

고풍스러운 고전 회화 화풍에 현대 일상의 소재들을 유머러스하게 섞는 Mehmet Geren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1508~1512)를 비틀었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인간을 만든 '신'과 최초의 인류 '아담'의 손 끝으로 이루어지는 숭고한 최초 대면조차 라텍스 장갑을 착용한 채 이루어진다. '천지창조'는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 Shusaku Takaoka를 통해서도 패러디된 바 있다. Mehmet Geren에 비해 조금은 조악하지만 훨씬 직설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의 작품에서는 신이 아담의 손에 알코올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방역 장면을 합성한 이미지나 뱅크시의 '풍선을 든 소녀'를 조금 바꾸어 올림픽 연기를 표현한 이미지도 눈에 띈다.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풍경이 된 '저마다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기존 회화 작품들에 광범위하게 차용한 Ebrahim Haghighi의 작품들도 재미있다. 앤디 워홀의 '마릴린'(1964)부터 피카소의 자화상(1970), 마그리트의 '사람의 아들'(1964) 등 그는 패러디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영화 <퍼펙트 센스> 스틸컷

신예 일러스트레이터 ayepixel이 그린 'Spread Love'에는 마스크를 쓴 채 키스를 나누는 커플이 등장한다. 그가 직접 이탈리아 밀란에서 본 풍경을 그림으로 옮긴 것으로, 신체의 감각이 점차 사라지는 바이러스가 퍼진 세상에서 서로를 느끼려 애쓰는 '수잔'(에바 그린)과 '마이클'(이완 맥그리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퍼펙트 센스>(2011)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밖에 휴지를 한움큼 품에 안은 '모나리자'나 자신이 입은 것과 같은 고급스러운 천을 마치 마스크처럼 휘감은 캉탱 드 라 투르 작품('Pierre-Louis Laideguive'(1761)) 속 사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잠이 든 고흐 작품('낮잠'(1890)) 속 부부의 모습도 우스꽝스럽다.

코로나19는 분명 많은 이들을 실질적인 고통에 내몰고 있고, 그 여파로 인해 너나 할 것 없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남들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는 가벼운 언행은 당연히 누군가에게 더 큰 상처를 준다. 하지만 가끔은 주어진 상황을 유머로 승화하는 이들의 정신도 우리가 위기를 견디게 하는 괜찮은 동력 중 하나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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