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절정의 인기를 누리며 그래미상을 3회 수상한 소울 싱어송라이터 빌 위더스(Bill Withers)가 3월 30일 로스앤젤레스에서 81세로 생을 마감했다. 국내에서는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Grover Washington Jr.)의 <Winelight>(1980)에 수록된 발라드 ‘Just the Two of Us’로 유명한 그는, 33세의 늦은 나이인 1971년에 데뷔해 14년 동안 여덟 장의 앨범을 내고 일찍 현역에서 은퇴했다. 그는 “이렇게 해야 음반을 더 많이 판매할 수 있다”는 음반사의 간섭을 극히 혐오했다. A&R(Artist & Repertoire) 부서를 “Antagonistic & Redundant”(적대적이고 불필요한)이라고 비난하면서 음악 업계를 떠났다.

빌 위더스의 데뷔 앨범 <Just As I Am>(1971). 도시락 가방을 든 채 자신이 일하던 공장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음악계를 떠난 뒤 그의 행적에 대해서는 세간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안부를 묻는 언론의 질문에는 “그냥 살고 있다(Just living!)”고만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는 음악으로 벌어들인 재산을 관리하고 음악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 <Still Bill>(2009)에서, 자신은 음악을 일찍 그만둔 것을 후회하지 않으며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주옥같은 그의 히트곡과 함께 삶의 궤적을 따라가 보았다.

빌 위더스의 전기 다큐멘터리 <Still Bill>(2009)

 

‘Ain’t No Sunshine’(1971)

그는 정식으로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가난한 탄광촌에서 자라나 열일곱의 어린 나이에 해군에 입대해 9년을 복무했다. 제대 후 보잉사에서 747 여객기의 화장실 조립공으로 일하면서, 전당포에서 중고 기타를 구입해 작곡을 하고 노래를 시작했다. 그의 노래를 담은 데모 테이프가 신생 음반사의 주목을 받으며 그의 데뷔 음반 <Just As I Am>(1971)이 출반되었고, 여기에 수록한 싱글 ‘Ain’t No Sunshine’이 빌보드 3위에 오르며 첫 그래미상을 안았다.

 

‘Lean on Me’(1972)

빌 위더스, 스티비 원더 & 존 레전드 ‘Lean on Me’(로큰롤 명예의 전당 콘서트, 2005)

최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그 메시지로 인해 다시 전파를 타기 시작한 곡으로,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서로 의지하고 화합하자는 취지로 자주 연주되는 시그니처 송이다. 국내에서는 배우 한지민의 추천곡으로 JTBC 뉴스룸 엔딩 곡으로 방송된 적도 있다. 빌 위더스의 두 번째 앨범 <Still Bill>(1972)에 수록된 싱글로, 빌보드 핫100과 소울 차트에서 1위에 오르며 골드를 기록했다. 탄광촌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았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쓴 곡이다.

 

‘Use Me’(1972)

두 번째 앨범 <Still Bill>(1972)에 수록된 ‘Use Me’는 독특한 멜로디의 오르간 연주로 최고 인기를 끌었으나, 마이클 잭슨의 ‘Ben’에 막혀 빌보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인기 댄스 TV쇼였던 <Soul Train>에 출연하며 디스코 인기에 올라타 다시 골드를 기록한 곡이다. 켄드릭 라마를 위시한 많은 힙합 뮤지션들이 수십 회 샘플링하거나 리바이벌한 인기곡이다.

 

‘Lovely Day’(1978)

데뷔 때부터 인연을 맺었던 Sussex 레이블이 1975년 파산하자 대형 음반사 컬럼비아와 계약을 맺었고, 이때부터 그의 음악은 오히려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컬럼비아에서 발표한 음반 중 유일하게 40위권에 오른 세 번째 음반 <Menagerie>(1978)에 수록된 ‘Lovely Day’는 빌보드 소울 차트 6위까지 올랐다. 이 곡은 영국에서 특히 인기가 있어서 자주 차트에 재등장했고, 광고 음악으로도 자주 채용되었다.

 

‘Just the Two of Us’(1980)

앨범에 수록할 신곡에 대해 컬럼비아사 A&R 부서와의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자, 빌 위더스는 자신의 앨범 발매를 여러 해 동안 중단하고 대신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에 주력했다. 재즈 색소포니스트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의 앨범 <Winelight>(1980)에 수록한 이 곡을 빌보드 2위에 올리며 그래미 R&B 노래 부문에서 수상했고, 앨범 역시 재즈 퓨전 부문을 수상하였다. 국내에서도 로맨틱 송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으며, 윌 스미스, 에미넴, 일본의 토시 쿠보타 등 탑 가수들이 리바이벌하여 인기를 끌었다.

 

빌 위더스와 컬럼비아 A&R 부서와의 갈등으로 인해 무려 6년 만에 신작 앨범 <Watching You Watching Me>(1985)을 냈는데 이는 그의 마지막 음반이 되었다. 본사를 폭탄으로 날리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소속사와의 관계가 악화했고, 그는 컬럼비아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내면서 음악 생활을 완전히 그만두었다. 그 후 음악과는 관계없는 일로 소일하면서 시상식과 언론 인터뷰에 가끔 얼굴을 보이는 것이 전부였다. 그가 음악계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지 35년이 지났지만, 그의 부고 소식에 현역 뮤지션들의 헌사가 이어졌다. 어떤 뮤지션은 그를 가리켜 “모든 싱어송라이터의 싱어송라이터”라며 그를 애도했다.

 

빌 위더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