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매년 새로운 페스티벌이 생겨나고 일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모습을 감춘다. 도시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지역을 대표하는 페스티벌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도시에 탄탄한 뿌리를 내리고 지역과 함께 성장 중인 음악 페스티벌을 다뤄보려고 한다. 그들의 한발 앞서가는 큐레이션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

 

네이키드 시티 페스티벌 (Naked City Festival) - 2020.07.25, 영국

이미지 출처 - 네이키드 시티 인스타그램

런던(London)엔 매년 수많은 페스티벌이 열리지만, 작년에 처음 등장한 네이키드 시티 페스티벌(이하 '네이키드 시티')은 런던이란 도시를 콘셉트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행사는 런던 남부에 있는 베케넘 플레이스 공원(Beckenham Place Park)에서 단 하루만 열린다. 마치 런던의 한 가정집 뒷마당에서 열리는 파티를 공원에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이다. 런던을 경험하고 기념할 수 있는 페스티벌을 만들어나가자는 게 네이키드 시티의 취지이다.

네이키드 시티는 런던이란 도시의 특성을 자신들의 정체성에 섬세하게 반영한다. 흑인과 소수민족의 비율이 높은 도시임을 고려해 페스티벌 포스터나 현장 사진 전면에 그들을 내세운다. 또한, 런던 내에 레스토랑을 섭외해 푸드 코트를 구성하고, 여느 페스티벌에서나 볼 수 있는 인기 뮤지션 대신 주로 런던 남부의 신진 아티스트를 라인업에 세운다. 행사가 열리는 베케넘의 주민들은 페스티벌 무료입장권을 받아 선착순으로 참석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네이키드 시티 인스타그램

 

게스 후?(Le Guess Who?) - 2020.11.12~15,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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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악, 좋은 밴드를 소개하는 것에 집중하는 'Le Guess Who?(이하 LGW)'는 10년 넘게 틀에 갇히지 않고 여전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행사가 시작된 2007년은 캐나다에서 괜찮은 음악을 하는 밴드들이 대거 등장한 때이다. 네덜란드의 두 공연 기획자는 캐나다 밴드로만 꾸려진 하루짜리 페스티벌을 기획했고, 이것이 LGW의 시작이다. 회를 거듭하며 LGW는 국적을 불문하고 떠오르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을 섭외해 현재는 다양성과 포괄성이 큐레이션의 특징이다. 몇 년 전부턴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치는 뮤지션이 직접 큐레이션에도 참여하고 있다. 간판 뮤지션을 섭외하지 않아도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비 서양권, 비주류 음악을 소비하는 팬들이 찾아온다는 게 LGW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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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은 네덜란드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자 오래된 도시인 위트레흐트(Utrecht)에서 열린다. LGW 직원들의 터전이기도, 또 이 살기 좋은 도시에서는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W는 후원자 없이 도시 내 카페와 바와 연계해 음식을 제공하고, 문화시설, 교회, 공연장, 박물관을 무대로 삼는다. 200여 곳의 페스티벌 장소는 모두 도보나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다. 관객은 공연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자연스레 도시를 경험한다. 페스티벌은 도시 기반을 이용하는 반면 도시는 수천, 수만 명의 관객을 통해 무언가를 해볼 기회를 가지는 셈이다. 어반 음악 페스티벌이 지역과 음악가와 상생하는 방법을 LGW에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게스후? 프로모션 영상

 

리와이어 페스티벌 (Rewire Festival), 2020.04.03~05, 네덜란드

이미지 출처 - Pieter Kers (C), 링크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리와이어 페스티벌(이하 '리와이어')은 선구적인 큐레이션과 연출로 매년 많은 사람이 네덜란드의 행정 중심지인 헤이그를 찾게 만든다. 베네수엘라, 중국, 인도, 한국, 이집트, 유럽, 미국 등 국적에 상관 없이 새로운 음악에 앞장서고 있는 뮤지션을 페스티벌에 섭외한다. 장르는 다양하다. 아방가르드 재즈부터 앰비언트 트랜스, 사운드 아트, 언더그라운드 힙합, 사운드스케이프, 현대음악까지를 다룬다.

신선한 공연 연출뿐만 아니라 여러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해 관객들이 시각적으로 또 청각적으로 새로운 종합예술을 경험하게 한다는 점이 리와이어만의 강점이다. 공연은 헤이그에 있는 클럽, 공연장, 오래된 교회, 극장 등에서 관람할 수 있다. 공연 장소는 도시가 변화함에 따라 변동되기도 한다. 올해부터는 바닷가에 있는 극장에서도 공연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리와이어 페스티벌 프로모션 영상

 

Writer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신샘이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