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저명한 아트 디렉터 고 이시오카 에이코(石岡瑛子)는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Shiseido)와 파코 백화점에서 광고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은 후, 1983년 자신의 디자인 회사를 차리고 엔터테인먼트로 작업 영역을 넓혔다. 그의 첫 작품은 폴 슈레이더 감독의 <미시마 - 그의 인생>(1985)으로 칸영화제 특별상을 받았고,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1992)로 아카데미 의상디자인상을 받았다. 화려한 영상미의 타셈 싱 감독과는 <The Cell>(2000)을 시작으로 네 편을 함께 하며 최고의 콤비를 이루었다. 영화 외에도 마일스 데이비스의 <Tutu>(1987) 앨범 디자인으로 그래미상을 받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의상 디자인을 맡는 등, 브로드웨이 연극, 서커스, 뮤직비디오 부문에도 화려한 디자인 감각을 선보였다. 2012년 74년의 생을 마감한, 영화 속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했다.

에이코 이시오카의 오스카 수상 장면(1992)

 

<드라큘라>(Bram Stoker’s Dracula, 1992)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영화 <지옥의 묵시록>(1979)의 일본판 포스터를 디자인했던 그에게 의상 디자인을 맡겨, 기존의 어둡고 칙칙한 클리셰에서 벗어나 화려하고 새로운 드라큘라 이미지를 창조했다. 아르마딜로에서 착안한 붉은 갑옷과 목도리도마뱀을 연상케 하는 하얀 신부 의상으로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그에게 오스카 의상 디자인상의 영광을 안겼다.

메이킹 영상 <The Design of Eiko Ishioka>

 

<더 셀>(The Cell, 2000)

타셈 싱 감독의 영화 데뷔작으로, 연쇄살인마의 꿈을 주요 배경으로 한, 화려한 영상미의 판타지 스릴러 영화다. 영화의 스토리 구성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유명한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비주얼이 호평을 받았다. 박스오피스 1억 달러를 넘기며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가 되었고, 이시오카는 MTV영화제 의상 부분에서 수상했다.

영화 <더 셀> 예고편
제니퍼 로페즈의 꿈 속 몽환적인 의상
연쇄살인마 칼 스타거의 꿈속 의상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2006)

타셈 싱 감독의 개인 자금을 투자하여 5년동안 스무 곳의 로케이션을 다니며 촬영한 프로젝트 영화로, 화려한 영상으로 장식한 모험극이다. 스토리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이시오카의 화려한 의상 디자인과 감독이 선정한 멋진 배경을 감상할 수 있다.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으나, 시체스 영화제에서 오피셜 판타스틱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영화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예고편
'오디어스'의 신부 의상
'오디어스'에 복수하는 다섯 의적의 의상

 

<신들의 전쟁>(Immortals, 2011)

제작비 1억 달러 가까이 들어간 액션 대작으로, 타셈 싱 감독의 다른 작품처럼 스토리나 캐릭터 관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비주얼이나 액션 장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와 하이페리온 왕의 대결을 그렸다. 박스오피스 수입은 2억 달러를 넘어서며 성공한 작품으로 남았다.

미키 루크가 연기한 악역 하이페리온 왕의 의상
네 명의 처녀 예언자들(Virgin Oracles)의 의상

 

<백설공주>(Mirror Mirror, 2012)

타셈 싱 감독의 네 번째 할리우드 영화로, 그림 형제의 백설공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영화다. 이시오카가 준비한 약 1천 벌의 의상 중에서도, 직접 디자인한 백설공주와 계모 왕비의 화려한 드레스는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췌장암 진단 후 화학 치료를 받느라 결국 대형 화면에서 영화를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그 후 아카데미 의상디자인 부문의 최종 후보로 올랐다.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한 계모 왕비 의상
백설공주의 무도회 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