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동부,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있는 주 오하이오(Ohio).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호수 이리호(Lake Erie)에 인접해있으며, 지명은 아메리칸 원주민 말로 '큰 강'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보다 조금 춥지만 온화한 날씨에 높은 인구 밀도를 지닌 곳이다. 달에 다녀온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과 현대 철학가 주디스 버틀러, 재즈 뮤지션 아트 테이텀과 로커 마릴린 맨슨을 배출한 주이기도 하다.

흔한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하나로 면적은 비교적 작은 곳이지만, 어감이 주는 신비로운 느낌과 의외로 무척 많은 사람이 모여 산다는 사실(2018년 기준 1,200만 명) 덕분에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이곳을 그리거나 추억하는 노래가 꽤 있다. 세르주 갱스부르가 당시 연인 제인 버킨에게 주려고 하다가, 그와 헤어진 후 비슷한 음색을 지닌 이자벨 아자니에게 준 1983년 명랑한 샹송 곡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킹 프린세스가 지난 <Cheap Queen>(2019) 앨범의 디럭스 버전을 공개하며, 앨범에 신곡 'Ohio'를 수록했다. 킹 프린세스의 노래를 포함해 제목이 'Ohio'인 각양각색의 네 곡을 모아봤다.

 

흑백에서 컬러로, 강한 대비의 'Ohio' of 킹 프린세스

BBC 'Sound of 2019'에 선정되는 등 평단과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으며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뉴욕 출신의 신예 킹 프린세스(King Princess). 그는 지난 2월 14일, 미발표 5곡과 함께 정규 1집 <Cheap Queen>의 디럭스 버전을 공개하며 잔잔한 소프트록, 일렉트로닉 팝 위주의 음악을 들려주던 이전보다 한층 강렬한 모습을 선보였다. 새롭게 수록한 곡 중 가장 돋보이는 건 킹 프린세스가 라이브 무대에서 이미 여러 차례 연주한 'Ohio'다. 'Ohio'는 그의 라이브 실황을 뮤직비디오에 담아 특유의 카리스마와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한다. 영상은 고풍스럽고 우아한 분위기의 흑백 배경으로 시작한다. 기타 한 대의 반주 위로 킹 프린세스가 차분하게 보컬을 얹은 2분 여의 도입부를 지나면, 그가 가발을 집어던짐과 동시에 뮤직비디오 화면이 컬러로 뒤바뀐다. 킹 프린세스의 의상 역시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뀌고, 그는 기타를 직접 멘 채 무대를 뛰어다니기 시작하며, 어느새 가세한 밴드 사운드는 전반부와 전혀 다른 거칠고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로 우리의 귀를 사로잡는다. 킹 프린세스에게 'Ohio'는 자신과 이별한 '그'가 남아있는 공간이다. 그에게 차분하게 안부를 물으며 포문을 연 킹 프린세스의 감정이 후반부에서 격렬하게 폭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킹 프린세스 'Ohio' 뮤직비디오

 

방황했던 청춘의 금빛 기억, 'Ohio' of 혁오

혁오의 'Ohio'는 데뷔 EP <20>(2014)에서 찾을 수 있다. 10대의 끝과 함께 찾아온 스무 살의 허무함과 염세주의를 그린 <20>는 오혁의 독특하고 이국적인 보컬 톤과 잔뜩 리버브가 걸린 밴드 사운드의 잔향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바 있다. 수록곡 'Ohio'는 EP 발매 당시 타이틀 '위잉위잉' 못지않은 인기를 끈 곡으로, 실제로 오혁이 19살 때 작사, 작곡했다. 노래는 어린 시절의 그가 마주했던 상처들을 되짚고 그와 같은 청춘을 함께 위로한다. 지난 노스탤지어를 되짚는 아련하고 영롱한 기타 사운드와 후렴을 수놓는 "Oh hi~"의 가사 반복이 아름다운 여운을 주기도 한다. 라이브 영상의 후경은 금빛 조명이 회전목마를 비추며 노래의 감성을 더욱더 짙게 물들인다.

혁오 'Ohio' 라이브 영상

 

내가 가야할 오렌지빛 꿈의 공간 'Ohio' of 진저 루트

진저 루트(Ginger Root)는 캘리포니아 헌팅턴비치의 영화학도 카메론 루(Cameron Lew)의 원맨 프로젝트 밴드다. 평소 낮에는 주로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는 그는, 밤이 되면 음악 작업에 몰두한다. 그렇게 트랙을 차곡차곡 모아 2018년에 발표한 정규앨범 <Mahjong Room>은 아기자기하고 미니멀한 사운드, 영롱한 신시사이저 음색, 훵키한 소울팝의 그루브, 나른한 그의 보컬이 어우러지며 최신 조류의 인디팝 감성을 두루 아우르고 있다. 앞선 노래들과 달리 진저 루트의 'Ohio'는 자신이 과거 머물렀던 곳이 아닌 앞으로 가야 할 곳이다. 붉은 조명 아래, 그의 상반신을 클로즈업한 채 빙글빙글 돌며 비추는 뮤직비디오의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인 연출이 눈길을 끈다. 영상 속에서 홀로 건반, 베이스, 드럼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면서도 카메라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안무까지 펼치는 진저 루트의 귀여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진저 루트 'Ohio' 뮤직비디오

진저 루트 홈페이지
진저 루트 인스타그램

 

새하얀 그리움의 'OHIO' of 권월

일렉트로닉 듀오 F.W.D에서의 권월(오른쪽), 왼쪽은 프로듀서 퍼스트 에이드

'권월'은 'WAUKN'라는 이름으로 일렉트로닉 듀오 F.W.D에서 활동했던 싱어송라이터 권승근의 솔로 프로젝트명이다. 그는 2018년 발표한 EP <권월 權越>에 자신이 살았던 곳, 혹은 개인적인 추억이 깃들었던 도시 5곳을 소환해 5개의 트랙으로 담아낸 바 있다. 일렉트로닉 소스와 사운드를 활용한 일부 곡들에서는 아무래도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앰비언스, 일렉트로닉 팝을 두루 다루었던 듀오 시절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건반 사운드 위주로 담백하게 편곡한 타이틀 'OHIO'에서는 그의 목소리와 멜로디가 유독 부각됨으로써 노래의 감성이 훨씬 더 진하게 전달된다. 뮤직비디오 영상은 드넓은 수평선을 뒤로 한 채 등장해 널찍한 설원을 가로질러 걷는 그를 멀찌감히 좇는다. "벌써 떠나야 할 시간이 이렇게 다가왔는데 난 왜 한 번도 그 거리를 걸어본 적이 없는지." 아스라이 멀어지는 풍경만큼 차분하게 그러나 뻔하지 않게 걸어가는 멜로디와 힘을 뺀 굵은 목소리로 진솔한 아쉬움을 남기는 권월의 목소리가 노래의 아련함을 강화한다.

권월 'Ohio' 뮤직비디오

권월 인스타그램
권월 사운드클라우드

 

Editor

정병욱 페이스북
정병욱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