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Robot> 시즌 4에서 카메오로 등장한 샘 에스마일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어린 시절에 영화와 기술에모두 관심을 보이면서, 10대부터 스탠리 큐브릭 영화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매료되었다. 뉴욕대에 진학해서도 영화와 컴퓨터 과학을 동시에 배웠고, 대학 시절에는 컴퓨터 랩에서 일하다가 남의 이메일을 해킹한 것이 발각되어 근신 처분을 받기도 했다. 졸업 후에는 인터넷 방면의 일을 하다가 자신의 소프트웨어 벤처회사를 설립하고 6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회사 경영을 포기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글쓰기와 영화를 배우고 할리우드의 작가와 감독의 꿈을 키웠다.

그의 첫 드라마 <Mr. Robot>은 2016년 골든글로브를 수상했다

그는 예전부터 해커의 세계와 그들의 문화를 동경하여, 꽤 오랫동안 부조리한 사회를 응징하는 고독한 해커를 주인공 삼은 영화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내용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길어지자 드라마 형식으로 바꾸었다. 그는 사회불안장애(Social Anxiety Disorder)를 앓았던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해커 캐릭터 ‘엘리엇’을 만들어냈고, 그의 또 다른 자아가 아버지의 모습으로 나타난 ‘미스터 로봇’을 창안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등의 금융위기, 2010년말 아랍 국가들의 민주화를 이끈 ‘아랍의 봄’이 스토리의 줄기 구성에 영감을 주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FSociety는 실제 해커 그룹인 어노니머스(Anonymous)을 참조하였다.

그의 파일럿 시나리오는 USA 네트워크에 채택되어 <Mr. Robot>이라는 제목으로 제작에 착수했고, 고독한 천재 해커 엘리엇 역에 라미 말렉(Rami Malek)이, 크리스찬 슬레이터(Christian Slater)가 미스터 로봇 역으로 합류했다. 2015년에 방송된 시즌 1은 로튼토마토에서 98%의 지지를 얻으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고, 이듬해 골든글러브 2관왕과 에미상 2관왕을 차지했다.

<Mr. Robot> 시즌 1 예고편

지난해 네 번째 시즌로 마감한 <Mr. Robot>은 전체 시즌 로튼토마토 9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했다. 특히 세계적인 사이버 보안 업체들이 정확하고 현실에 가까운 드라마 세부 내용에 대해 하나같이 칭찬했다. 샘 에스마일은 실제 보안 전문가들을 기술 고문으로 영입하여 정확성을 높였다. 주인공 역의 라미 말렉 역시 우울증, 다중 인격장애 등 엘리엇이 처한 정신적 장애들에 대한 지식을 쌓고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 그의 연기에 참조하였다. 샘 에스마엘 감독이 대학 시절 파티에 가는 대신 후드티 만을 입고 다니며 컴퓨터 랩에 틀어박혀 지냈던 것처럼, 엘리엇 역시 검은 후드 티를 입고 홀로 아파트에 살면서 밤에 뉴욕 시내를 배회한다.

그의 두 번째 프로젝트는 같은 제목의 인기 팟캐스트 드라마를 바탕으로 제작한 10부작 <Homecoming>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오리지널 두 시즌으로 기획되었다. 2018년에 10편의 에피소드로 첫선을 보인 시즌 1 역시 로튼토마토 지수 98%로 성공적인 데뷔를 치렀다. 나이 50대를 넘어선 왕년의 명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처음으로 드라마에 출연한 작품으로, 퇴역 장병을 대상으로 하는 의문의 재활센터 ‘홈커밍’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역할을 맡았다.

드라마 <Homecoming> 시즌 1 예고편

샘 에스마일의 작품에는 현대 사회의 기술 환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독과 사회의 부조리가 담겨있다. <Mr. Robot>의 엘리엇 올더슨(라미 말렉)과 <Homecoming>의 하이디 버그먼(줄리아 로버츠)와 같은 캐릭터가 이를 대변한다. 두 편의 성공으로 그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아마존이 자주 찾는 제작자가 되었다. 자신과 DNA가 맞는 라미 말렉과도 함께 차기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9/11 이후 무슬림 FBI 요원과 급진파 테러리스트를 소재로 한 영화를 기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젊은 시절 그를 괴롭혔던 정신적 장애는 결혼과 함께 많이 치유되었다고 한다.

<Mr. Robot> 시즌 4를 앞둔 샘 에스마일과 출연진 인터뷰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