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에 음악적인 변화를 꾀하던 팻 매스니는 젊고 다재다능한 뮤지션을 찾고 있었다. 남미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던 멕시코 출신의 드러머 안토니오 산체스(Antonio Sanchez)를 오디션 끝에 낙점했고, 자신에게 녹음테이프를 보내 끈질기게 오디션을 요청했던 라오스 출신의 쿠옹 부(Cuong Vu)를 뽑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솔로 앨범을 내며 독자적으로 음악 커리어를 밟아 나가던 베이시스트 리처드 보나(Richard Bona)에게 대뜸 전화를 걸어 독특한 뮤지션을 소개해 줄 것을 청했다. 그가 대단한 인물을 알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망설임 없이 팻 매스니가 원하는 조건에 딱 맞는 뮤지션을 알고 있다며, 바로 자신이라고 답했다.

팻 매스니 그룹 <Speaking of Now>(2002)에 수록한 ‘You’

이미 조 자비눌, 브레커 브라더스, 조지 벤슨 같은 거물과 협업하며 두 장의 솔로 음반을 낸 리처드 보나는 독자적인 활동을 지향할 것으로 보였으나, 그는 오랫동안 팻 매스니 그룹에서의 활동을 원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카메룬 출신의 리처드 보나는 베이스 연주는 물론이고, 기타와 플루트 그리고 퍼커션을 다룰 줄 아는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였고, 무엇보다 아프리카 감성의 보컬이 팻 매스니의 마음에 꼭 들었다. 팻 매스니는 작곡 콤비 라일 메이즈와 함께 그의 보컬에 적합한 곡을 만들었고 그렇게 해서 나온 음반이 <Speaking of Now>(2002)다. 이 음반은 그래미 컨템포러리 재즈 앨범상을 받았다.

리처드 보나의 두 번째 솔로 앨범 <Reverence>(2001)에 수록한 ‘Bisso Baba’

리처드 보나는 아프리카 토속 뮤지션이었던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두각을 나타냈다. 열세 살에 프랑스로 건너가 밴드를 리드했고, 자코 파스토리우스를 알게 되면서 일렉트릭 베이스를 자신의 주 악기로 정했다. 독일에서 음악을 전공한 후 나이 스물셋에 뉴욕에 진출해 조 자비눌, 래리 코리엘, 랜디 브레커, 브랜포드 마살리스와 같은 일류 재즈 뮤지션들과 함께 연주하며 일찍이 명성을 쌓았다. 그가 솔로 앨범 <Scenes from My Life>(1999)을 낸 것은 그의 나이 30대 초반이었고, 두 번째 앨범 <Reverence>(2001)에는 팻 매스니가 피처링하며 두 사람 간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공연에서 즉흥 솔로 연주를 하며 청중과 호흡을 맞추는 리처드 보나

그가 팻 매스니 그룹과 함께한 것은 2005년까지 약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으나, 이후에는 솔로 활동을 하며 틈틈이 팻 매스니가 부를 때마다 함께 했다. 이제까지 여덟 장의 정규음반을 냈고, 바비 맥퍼린, 리 릿나워, 마이크 스턴 등 다양한 뮤지션들과 협업하며 자유로운 영혼으로 지냈다. 뉴욕대에서 학생을 가르치기도 했고, 2015년엔 뉴욕 52번가에 재즈클럽 보나피드(Bonafide)를 동업으로 열었다. 그는 아프리카와 쿠바의 감성을 다양한 뮤지션에게 접목하여 독창적인 뮤지션으로 명성을 쌓았다. 최근에는 중국 프로듀서 세다 친(Cedar Chin), 스페인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안토니오 레이, 스웨덴 밴드 Dirty Loop 출신의 싱어 조나 닐슨(Jonah Nilsson)과 콜라보하였다.

2019년 TED에 출연하여 새로운 음악 장비를 선보인 리처드 보나

팻 매스니는 2002년 재지즈(JAZZIZ)와의 인터뷰에서 “재즈 신에서 그와 같은 인물은 없었다. 그의 재능은 진정으로 다차원적이고, 그의 노래는 나를 특별한 곳으로 인도한다”며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음악적 다양성을 추구한다면 그를 팔로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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