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버즈 오브 프레이> 등 최근 극장가에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화제다. 지난 2월 12일에 국내 개봉한 영화 <작은 아씨들>(2019) 역시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서로 외모도 성격도 다른 마치 가족 네 자매의 성장과 인생을 다룬 작품. 1868년 원작 소설이 나온 후 영화로만 일곱 차례 각색될 만큼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줄거리는 주요 인물 중 한 사람인 둘째 딸 '조'의 시점으로 흘러가지만, 네 자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보니, 각 인물들에 관한 배경지식과 캐스팅을 미리 알고 보면 훨씬 재미있다. 올해 개봉한 그레타 거윅 감독의 버전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점 탓에 더욱더 그렇다. 이전까지 영화화된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진 1994년작과 2019년작의 캐스팅을 캐릭터별로 비교했다.

 

첫째 '마가렛 마치(메그)'

트리니 알바라도(왼쪽) of 1994년작, 엠마 왓슨(오른쪽) of 2019년작

첫째 '메그'의 본명은 '마가렛'으로 할머니, 어머니와 이름이 같다. 아버지가 군종목사로서 전쟁에 나간 탓에 어머니를 도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마치 가문의 가계를 꾸리고 있다. 성격이 차분하고, 어린 동생들을 책임감 있게 보살핀다. 자매들 중 외모가 가장 아름답다거나, 부잣집을 동경하는 등 약간의 허영심도 있다는 묘사가 나온다. 그 때문에 작중에는 비싼 실크 옷감을 충동적으로 구입했다가 죄책감을 느끼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메그의 모델은 소설 원작 작가인 루이자 메이 올컷의 실제 언니로,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감성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1994년작에서 이 역할을 맡은 배우 트리니 알바라도는 특이하게도 어머니가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플라멩코 댄서, 아버지가 스페인에서 태어난 플라멩코 가수였다. 이전 작품에서는 아무래도 주인공 '조' 배역에 비해 캐스팅 비중이 작았지만, 2019년작에서는 <미녀와 야수>(2017) 및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엠마 왓슨이 해당 역할을 맡아 조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여줬다.

 

둘째 '조세핀 마치(조)'

위노나 라이더(왼쪽) of 1994년작, 시얼샤 로넌(오른쪽) of 2019년작

작가 지망생으로 등장해, 작중 주인공으로서 마치 가문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게 되는 둘째 '조'는 당연하게도 원작 작가가 자신을 모델로 삼은 캐릭터다. 충동적이고 활달한 전형적인 말괄량이 성격에 가족에게 헌신적인 모습도 갖춘 인물. 부호인 대고모의 저택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시에 뛰어난 글솜씨로 근근이 원고를 팔아 가계를 돕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듣고, 어머니의 여비를 급히 마련해야 했을 때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팔아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994년작에서는 <가위손>(1990), <청춘 스케치>(1994), <기묘한 이야기>(2016~)에 출연했던 1990년대 청춘 스타 위노나 라이더가 배역을 맡아 특유의 괄괄한 모습을 선보였다. 이번 작품에서는 앞서 <어톤먼트>(2007)에서 13세 나이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후보 지명되었고, <레이디 버드>(2017)로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시얼샤 로넌이 열연을 펼쳤다.

 

셋째 '엘리자베스 마치(베스)'

클레어 데인즈(왼쪽) of 1994년작, 일라이자 스캔런(오른쪽) of 2019년작

병약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학교에 나가지 않아, 손윗누이 조에게 가정학습을 받는 셋째 '베스'. 그는 가족 누구나 인정할 만큼 자매 중 제일 착하면서도, 피아노 연주에도 재능이 특출나 주변 사람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캐릭터다. 이번 2019년작에서 넷째 '에이미'의 비중이 커지면서는 자연스럽게 캐릭터 비중이 줄었지만, 늘 시끌벅적한 마치 가문에서 오히려 두드러지는 조용한 성격과 피아노를 둘러싼 여러 사건 덕에 작품 내 존재감은 여전하다. 1994년 당시 15세였던 클레어 데인즈가 베스 역을 맡았다. 그리고 그는 2년 뒤 <로미오와 줄리엣>(1996)에서 22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호흡을 맞추게 된다. 최근 작품에 출연한 1999년생 일라이자 스캔런은 앞서 장편영화 세 작품에 조연으로 출연한 바 있는 신예다.

 

넷째 '에이미 커티스 마치(에이미)'

커스틴 던스트(왼쪽) of 1994년작, 플로렌스 퓨(오른쪽) of 2019년작

1994년작과 비교해 이번 2019년작에서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는 바로 '에이미'다. 자매들 중 막내인 에이미는 원작에서 12세에 불과한 소녀. 응석받이로 자라 뜻밖에 다소 냉정하고 세속적인 인물이 되는 조연 역할의 에이미는, 이번 작품에서 그 내면을 더욱더 깊이 파고듦으로써 더욱더 입체적이고 설득력을 갖춘 주연에 가까운 캐릭터로 변모했다. 1994년작에서는 당시 실제 12세였던 커스틴 던스트와 20대 중반이었던 사만다 마티스가 각각 아역과 성인 역을 나누어 맡았다. 커스틴 던스트는 같은 해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로 당대 최고의 아역 스타로 떠올랐고, 이후 <브링 잇 온>(2000)과 <스파이더맨>(2002~) 시리즈에 등장하며 2000년대의 대표적인 청춘 스타가 되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레이디 맥베스>(2016), <미드 소마>(2019) 등으로 인디포스트가 주목했던 플로렌스 퓨가 어린 시절과 성인 역을 모두 연기했다.

 

'테오도르 로렌스(로리)'

크리스천 베일(왼쪽) of 1994년작, 티모시 샬라메(오른쪽) of 2019년작

'로리'는 작품에 등장하는 가장 큰 비중의 남성 캐릭터. 마치 가문을 돕는 부유한 이웃 제임스 로렌스의 손자이자 자매들의 가장 친한 친구다. 자매 중에서도 일찌감치 조와 제일 각별히 지내지만, 두 사람은 쉽사리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다크나이트>(2008) '배트맨'으로 가장 익숙한 크리스천 베일이 당시 21세의 나이로 배역을 맡았고, 2019년작의 경우 <레이디 버드>(2017)로 주연 시얼샤 로넌은 물론, 감독 그레타 거윅과도 함께 한 바 있는 티모시 샬라메가 부름을 받아 다시 한 번 세 사람이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어머니 '마거릿 마치' & 대고모 '조세핀 마치'

수잔 서랜든(왼쪽) of 1994년작, 로라 던(오른쪽) of 2019년작
메릴 스트립 of 2019년작

오랜 시간 아버지 없이 가난한 집에서 사춘기를 보내야 하는 네 자매들을 화목하게 강인하게 이끄는 어머니 역할은 각기 수잔 서랜든과 로라 던이 맡았다. 각기 <델마와 루이스>(1991), <쥬라기 공원>(1993)를 통해 강한 여성상을 선보인 바 있는 베테랑 배우들. 대부호로서 마치 가문을 돕지만, 여자들은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좋은 집안에 시집가는 게 최선이라며 자매들을 종용하기도 하는 세속적이고 전근대적인 대고모 역은 2019년작에서 대배우 메릴 스트립이 분했다.

 

모든 이미지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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