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칼텍(Cal Tech)에서의 TEDx 공연을 마지막으로 대중에게서 모습을 감추었던 재즈 피아니스트 라일 메이즈(Lyle Mays)가 지난 2월 10일, 오랜 투병생활 끝에 66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미국 위스콘신주 출신의 그는, 1975년 인근 위치토(Wichita) 재즈 페스티벌에서 팻 매스니를 처음 만났고, 2년 후 그의 앨범 <Watercolors>(1977)에 참여하면서 팻 매스니 그룹(Pat Metheny Group)의 30여 년 역사를 함께 했다.

1977년 첫 투어에서 팻 매스니(왼쪽)와 라일 메이즈(왼쪽에서 두 번째), 이미지 출처 - 링크

팻 매스니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그의 사망 소식을 알리며 “라일은 내가 이제껏 알던 위대한 뮤지션 중의 한 명이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가 음악으로 모든 순간들은 특별했다. 함께 첫 번째 음을 연주한 때부터 우리는 즉각적인 유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의 방대한 지성과 음악적 지식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그것이 자신의 음악임을 알렸다. 나는 진심으로 그를 그리워할 것이다.”라며 그를 추모했다.

첫 솔로 앨범 <Lyle Mays>(1986)에 수록한 ‘Close to Home’

대부분의 음악 커리어를 팻 매스니와 함께 했기에 라일 메이즈의 솔로 활동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리더로서 출반한 음반은 모두 다섯 장이지만, 마지막이 된 미발표 컴필레이션 음반 <The Ludwigsburg Concert>(2016)를 제외하면 정규 음반은 네 장이라 할 수 있다. 팻 매스니와 그룹 생활을 한 지 10여 년 만인 1986년, 첫 음반 <Lyle Mays>을 냈다. 여덟 곡 모두 자신의 창작곡이었으며 그룹 활동의 음악 스타일과 유사한 신시사이저 연주가 주를 이루었다.

두 번째 솔로 앨범 <Street Dreams>(1988)에 수록한 ‘Before You Go’

그로부터 2년 후에 출반한 두 번째 솔로 앨범 <Street Dreams>는 첫 음반보다 더 팻 매스니 그룹의 음악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추구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클래식 스타일의 신시사이저 연주 ‘Chorinho’와 퓨전 록 스타일의 ‘Before You Go’, 그리고 빅밴드 스타일의 ‘Possible Straight’처럼 실험적인 곡들로 구성했다.

세 번째 솔로 앨범 <Fictionary>(1993)에 수록한 ‘Bill Evans’

세 번째 앨범 <Fictionary>에서는 퓨전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어쿠스틱 피아노 트리오 편성을 이루었다. 그와 친한 친구였던 베이시스트 마크 존슨(Marc Johnson)과 드러머 잭 드조네트(Jack DeJohnett)가 함께 하여 정통 재즈에 충실한 연주를 했다. 앨범의 첫 곡은 그가 존경했던 피아니스트 ‘Bill Evans’에 바치는 헌정곡으로 구성했다.

네 번째 솔로 앨범 <Improvisations for Extended Piano>(2000)에 수록한 ‘Long Life’

건축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취미로 가졌던 그의 음악은 갈수록 구조적인 조곡(Suite) 형태로 발전했다. 네 번째 음반은 혼자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미디(Midi) 피아노 연주와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만들어 전반적으로 앰비언트 뮤직(Ambient Music)과 유사하다는 평을 들었다. 이 때부터 전통적인 음악과 현대 기술을 조합하려 시도했고, 영화음악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아르헨티나 출신 페드로 아즈나(Pedro Aznar)가 피처링한 ‘Sienna’

2010년 유럽에서의 <Songbook Tour>를 마지막으로 그는 더 이상 팻 매스니 그룹의 공식적인 활동에 나서지 않았다. 언론은 그가 그룹의 빡빡한 순회공연 일정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2011년 TEDx 공연 이후에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그동안 그가 오랜 투병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