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6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있었던 제62회 그래미 어워드는 신예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와 피니즈(FINNEAS) 남매가 각각 다섯 부문을 수상하면서 가족 잔치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반면에 재즈 장르의 다섯 부문에서는 알 만한 이름의 스타 뮤지션들이 선정되어 큰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들의 수상 작품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았다.

 

즉흥 재즈 솔로 부문 - 랜디 브레커

‘Sozinho’ of <Rocks>(2019)(Best Improvised Jazz Solo)

이제 75세에 접어든 트럼펫 거장 랜디 브레커(Randy Brecker)가 생애 일곱 번째 그래미상을 안았다. 1960년대 후반 알 쿠퍼와 함께 록 밴드 Blood, Sweat & Tears의 원년 멤버였고, 친동생인 색소포니스트 마이클과 Brecker Brothers을 결성하며 전성기를 함께 한 그다. 2007년 동생이 병사하자 새 아내인 이탈리아 색소포니스트 아다 로바티(Ada Rovatti)와 함께 연주에 나섰다. 이번에 그에게 그래미상을 안긴 솔로 곡 ‘Sozinho’에서 폴란드의 저명한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라브 센데키(Vladyslav Sendecki)가 연주한 솔로 파트를 주목해보자.

 

재즈 보컬 앨범 부문 - 에스페란자 스폴딩

‘Lest We Forget’ of <12 Little Spells>(Best Jazz Vocal Album)

에스페란자 스폴딩은 2018년 말 일곱 번째 정규 앨범 <12 Little Spells>(2018)를 발표했는데, 이는 기존의 재즈 스타일에서 벗어난 실험적이고 난해한 음악이었다. 이탈리아의 고성에서 휴식을 취하며 혼자 작사, 작곡한 12곡은 모두 신체 특정 부위를 지칭했고, 이 곡들은 12일 동안 매일 그의 SNS를 통해 각 뮤직비디오와 함께 발표됐다. ‘The Longing Deep Down’은 복부를, ‘Lest We Forget’은 핏줄을 지칭하는 식이다. 이어진 후속 공연에서는 여러 콘셉트에 맞는 무대 디자인을 통해 12곡을 마치 마법처럼 시청각적으로 표현하였다.

 

재즈 연주 앨범 부문 - 브래드 멜다우

‘The Prophet Is a Fool’ of <Finding Gabriel>(Best Jazz Instrumental Album)

장르와 스타일을 넘나드는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는 지난 20여 년 동안 10회 이상 그래미 수상 후보에 올랐으나 이번에야 비로소 첫 수상의 감격을 누렸다. 지난 몇년 동안 성경을 읽으면서 이에 기반하여 창작한 10곡을 앨범 <Finding Gabriel>(2019)에 담았는데, 다양한 스타일의 연주와 대사를 조합하여 성경 구절을 표현하였다. 그 중 ‘The Prophet Is a Fool’은 호세아(Hosea) 편의 한 구절인데,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뮤직 비디오를 발표하기도 했다.

 

빅밴드 재즈 앙상블 앨범 - 브라이언 린치

‘Crucible for Crisis’ of <The Omni-American Book Club>(Best Large Jazz Ensemble Album)

1980년대 뉴욕으로 진출해 다양한 재즈 밴드에서 활동하던 트럼페터 브라이언 린치(Brian Lynch)는, 에디 팔미에리(Eddie Palmieri)와 함께 남미 음악을 접목하며 명성을 얻었다. 두 사람은 2007년 음반 <Simpatico>을 함께 출반하여 그래미 라틴재즈 앨범상을 받았다. 그는 마이애미 대학과 뉴욕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다양한 프로젝트에 나섰는데, 이번에 빅밴드를 구성하여 <The Omni-American Book Club>(2019)로 두 번째 그래미를 수상하게 되었다.

 

라틴 재즈 앨범 - 칙 코리아

Chick Corea and The Spanish Heart Band <Antidote> 앨범 프로모 영상

나이 여든을 앞둔 재즈 피아노의 거장 칙 코리아가 스물한 번째 그래미상을 추가했다. 플라멩코를 연주하는 8인조 남미 밴드 The Spanish Heart Band와 함께 발표한 <Antidote>(2019)에는 그에게 강한 스페인 영향을 담은 오리지널 7곡이 포함되어 있다. 파나마 출신의 살사 뮤지션이자 할리우드 배우로도 활약한 루벤 블레이즈(Ruben Blades)가 보컬로 참여하였고, 칙 코리아의 아내 게일 모란(Gayle Moran Corea) 역시 힘을 보탰다.